헤드폰에 스피커 하나가 덜컥 빠져버렸는데

 

 

텔레비전 옆으로 헤드폰은 안 보이고 스피커 연장선만 굴러다니기에 그놈 헤드폰을 마구 찾았죠.

그런데 텔레비전 근처에선 아무리 찾아도 안 보입니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고개 돌려서 컴퓨터 쪽을 들여다봤더니 역시나 거기 텔레비전 책상 덮개 한 면에 박은 나사못에 그놈이 걸렸더군요.

 

인제 알아냈으니 서두를 거 하나도 없었는데도 뭐가 그리 다급했던지 잽싸게 다가와서는 얼른 헤드폰을 그 자리서 벗겨 내려는데 뭐가 잘못됐던지 헤드폰 한쪽에서 스피커 덩어리가 덜렁 튀어 나왔습니다.

깜짝 놀라서 다급하게 걷어 올려 자세히 살폈더니 그놈 스피커 뭉치에서 내장(각종 연결선 등)이 모두 밖으로 튀어 나왔고 그중 세 가닥은 벌써 끊어졌습니다.

'어허 참^^ 이를 어쩌나…'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어 그거 떨어진 선 이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음향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놈 떨어진 가닥들 이을 생각은 추호도 못 하고서 어떡하든지 내장(?) 쓸어 담아 안으로 집어넣은 뒤 그놈 고장 난 헤드폰을 버리려고 했거든요.

그랬는데 그것 내장도 너풀너풀 잘 모여 들어가지도 않고 그놈 스피커 역시도 내장이 너풀거리니 제대로 끼워지지도 않는 겁니다.

 

하는 수 없이 훗날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그놈 스피커에 덮였던 솜 마개 둘을 먼저 뽑고 고장 난 스피커에 아직 연결 상태인 마지막 한 가닥도 잘라버리고는 스피커 선 돌돌 말아서 헤드폰은 텔레비전 옆으로 치우고 스피커는 쓰레기통에 버렸답니다.

나중에 정말 우리 아파트 쓰레기처리장에 버릴 땐 그것 모두를 '소형 폐가전 수거함'에 따로 버리려고 했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번엔 '튼튼한 헤드폰'으로 찾아봤습니다.

그랬는데 거기 검색된 물건들 너무도 비쌉니다. 물론 만원이 안 되는 것도 하나가 있긴 했지만, 그것도 어차피 택배비 들어가면 만원이 넘을 놈이었지요.

그러고 나머지 대부분은 헤드폰 하나가 3, 4만 원을 넘어가는 거였습니다.

하다못해 '튼튼한 이어폰'도 그에 걸맞은 헤드폰보다는 더 쌌지만, 생각 밖으로 비싼 것들이었는데 이어폰은 또 제 귀 특성에 적합하지 않을 테니까 검토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요.

 

그러다가 문득 뇌리에 확 스치는 게 있었습니다.

'내 귀에는 꼭 스피커 두 개가 다 필요하지도 않잖아!!!'

그렇습니다. 저의 한쪽 귀는 엄청난 난청으로 있으나 마나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헤드폰에 스피커가 양쪽에 있을 필요가 없는 거잖습니까?

 

즉시 텔레비전을 켜고 돌돌 말린 헤드폰을 풀어 텔레비전에 꽂았지요.

아무 소리도 안 나오니까 헤드폰에 끊어진 선에서 같은 색상의 선을 찾아 그 끝에 아주 조그맣게 보이는 철심을 엄지와 검지로 잡아 서로 연결되게 한 다음 다시 헤드폰을 조심스럽게 귀에 갖다 댔답니다.

그랬더니 소리가 나는 거 있죠?

 

인제 희망(?)이 생겼습니다.

어차피 연결선이 끊어진 스피커가 본래의 제 몫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헤드폰이 이리저리 요동치지 않게끔 균형을 잡으려면 쓰레기통에 버렸던 그 스피커가 다시 필요해졌습니다.

아까 살짝 잡았던 자리의 연결선들 이번엔 라이터를 가져와서 그 끝을 모두 살짝이 태워 거기 천인지 얇은 고무로 덮인 자리 벗겨냈지요.

그런 다음 둘을 엄지 검지로 잡고 살짝 비벼서 철심이 많이 드러나게끔 한 뒤 이번엔 그 둘을 짱짱하게 비벼서이었어요.

 

~ 헤드폰의 망명 이야기 - 01 ~

 

그러고는 스피커 통에 내장(연결선)도 오므려 넣고요, 스피커도 거기 파인 홈에 스피커 쪽 튀어나온 것을 쑤셔 박아 채웠답니다.

이번엔 아까와는 달리 훨씬 부드럽게 잘 들어가데요.

 

그랬는데 스펀지 마개가 다 같을 줄 알았더니만, 나중에 박은 거가 멀쩡한 스피커인데 하필이면 그놈 쪽 스펀지 마개가 찢어졌대요.

그래서 거기엔 천 테이프를 조금 찢어서 붙였답니다.

이렇게 하고서 텔레비전에 꽂았는데 제 느낌엔 멀쩡한 거 같았습니다.

혹시 몰라서 스피커 연결선마저도 꽂은 채 확인했는데 이전과 마찬가지로 멀쩡하게 잘 돌아가네요.

 

~ 헤드폰의 망명 이야기 - 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