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서 뺀 통장 인터넷에서 해지할 순 없네요.

 

여동생이 어머니 나들이 시켜줄 일 있다면서 초저녁쯤에 저 일 끝내고 찾아오기로 했데요.

어머니 안 계시면 우리(저와 남동생)가 알아서 다 할 텐데 굳이 저녁이며 반찬거리 해놓겠다며 초저녁이 다 돼가는 시각인데도 무척 부산하셨습니다.

 

저는 하는 일도 없이 몸이 부쩍 피곤했습니다.

- 음!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놀았던 건 아녔네요. -

제 방에 커튼이 있는데도 너무 낡고 오래돼서 그랬는지 볕이 자꾸 들어왔습니다.

옛날 살던 집 거실에 달았던 건데 이 집으로 이사 들면서(2000년 2월 말경의 어느 날) 가져왔지만, 도시에 나와 처음으로 우리 집이 생긴 터라 그 흉측한 걸 거실에 달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거실에 새로운 커튼이 들리어졌지요. 그래서 방치됐던 커튼인데 훗날 어느 때부터 거실에 놓였던 제 컴퓨터를 안방으로 넣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되자 안방에 커튼이 필요했지요. 방안으로 햇빛이 들면 모니터에 아무것도 안 보였으니까…

 

그렇게 해서 들여온 커튼, 그 칙칙한 커튼 참으로 오랜 세월을 함께했었네요.

그 긴 세월 함께했지만, 그 칙칙함과 무거움 도저히 못 참겠데요.

 

하여, 며칠 전에 돈 좀 썼습니다. 차광막 커튼(암막 커튼) 사려고요.

창문 넓이가 어정쩡해서 두 장으론 턱도 없이 부족하고 어쩔 수 없이 석 장을 샀는데 그것이 낮에 왔었습니다.

 

어찌 된 셈인지 두 뭉치로 왔데요.

이상하다 싶어서 만지작만지작 해봤더니 둘 중 하나가 약간 더 두툼하데요.

- 음 요놈은 둘을 담았나 보다! -

 

두 뭉치 중 얇은 놈을 먼저 해체하고서 그놈 먼저 달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창문을 쳐다보니 기존의 칙칙한 커튼이 더욱더 볼썽사납게 걸렸네요.

 

공구함에서 드라이버 꺼내고 또 컴퓨터 책상 앞의 걸상도 당겨오면서 드디어 그 칙칙함을 해체해 나갔죠.

커튼 달 도르래도 없고 했으니 천정에 나사못이 수두룩이 박혔던 거였는데 그 많은 것 쳐다보면서 뽑아내려니까 정말이지 어지럽긴 어지럽데요.

 

이윽고 요번에 들여온 암막 커튼 중 미리 마음먹었던 것 달려는데 요놈 높이가 너무도 높습니다.

- 뭐야 왜 이렇게 높아! 이상하다? 다 재보고 주문했던 건데 왜 이렇지??? -

170cm급을 주문했는데 2M도 더 될 거 같았습니다.

 

일단 나머지 두툼한 뭉치를 풀어서 대어 봤는데 그놈은 대충 맞습니다.

줄자로 재 봐도 주문한 크기와 일치했고요. 그놈 먼저 설치한 뒤 쇼핑몰에 전화해서 따지려는 참이었습니다.

 

아 그랬는데 제대로 된 것 걸었더니 놈은 생각보다 조금 짧은 것 같아 맨 왼쪽에 달고 가운데로 아까 그 긴 것을 달았죠.

그리고 맨 끝엔 짧은 걸 달았는데 어찌나 차광이 잘 됐던지 훤했던 방안 갑자기 시커먼 영화관이 돼버렸지 뭐예요.

또 맨 끝자리는 커튼 한 장이 들어가기엔 너무도 비좁아서 거기 끝은 또 반으로 접어야 했었습니다.

- 안 되겠다. 여기는 차라리 달지 말자!!! -

 

그러고서 쳐다보니 너무도 어울립니다.

마침 그것 잘못 들어온 커튼 덕에 적당한 채광·차광에 그 모양새 정말이지 안성맞춤인 거 있죠?

- 실수였는지 고의였는지는 모르지만, 쇼핑몰 관계자님 고맙습니다!!! -

 

그런저런 걸 하느라고 피곤했던지 어머니 가실 때쯤엔 이미 잠들어서 언제 가셨는지도 몰랐습니다.

문득 잠에서 깼는데 밤 아홉 시도 넘어갔데요.

- 큰일 났다^ 동생 퇴근했으면 밥 먹여야 하는데… -

 

부랴부랴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면서 밥 먹자고 불렀더니 마침 동생이 대답합니다.

 

그렇게 해서 밥은 차려지고 동생도 나왔는데 녀석은 핸드폰 들고 뭘 하는지 한참이나 굴려대더니 다시 저 방으로 들어가서 안 나오는 거 있죠?

저 홀로 알아서 챙겨 먹고 동생 방 두드려서 물어보니까 인제는 또 밥 생각이 없다더라고요.

 

설거지까지 마치고 들어왔는데 동생이 묻습니다.

차에 필요한 거 뭐 좀 사려는데 저 더러는 필요한 거 있으면 어떻게 사들이냐고 말입니다.

 

'웬만하면 울 동네서 다 사려는데 그 가격 차가 배송비 보탠 인터넷 쇼핑몰 가격대보다 천 원 이상으로 차이가 나면 그냥 인터넷 주문해버리지'

'아니 그거 말고 어떻게 물건을 찾느냐고?'

'응 그건 내가 자주 가는 가격 비교 사이트가 있어. 그 사이트에서 찾지…'

 

녀석이 핸드폰 아무리 뒤져도 못마땅했나 봅니다.

차가 얼어서 시동이 잘 안 걸릴 때 쓰는 거라며 '스타터'가 필요하다네요.

아무리 봐도 핸드폰으론 팔만 원이 넘은 것만 걸려든다며 제가 아는 방식으로 좀 찾아 달라는 겁니다.

 

제 생각에도 그것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느낌이었기에 즉시 컴퓨터를 켰지요.

자주 가는 비교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비싼 건 백만 원도 넘어가는데 싼 것은 사오천 원의 턱도 없이 싼 것도 있데요.

그 화면을 동생한테 보여줬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뜸 절 나무라는 눈칩니다.

 

의아했는데 녀석 말이 '형 그렇게 선만 있는 거 말고 배터리까지 함께 달린 거 말이야!!!'

자세히 보니 진짜 그렇습니다.

 

쪼끔 그 모양새를 갖췄다 싶으면 [해외]라는 표딱지가 붙었고 동생이 원하는 건 국산(?)을 바랐기에 원하는 기준에서 보니까 그도 최소치가 오륙만 원에서 시작하는 거 같았습니다.

이리저리 다 굴려본 뒤에 찍었던 게 딱 '육만구천 원' 짜리 물건이었죠.

 

제 컴퓨터에서 검색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제가 산 뒤 동생으로부터 비용이 들어올 판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쇼핑몰에 로그인하고 자주 쓰는 은행(농협) 계좌로 결제를 하려는데 '계좌 잔금이 부족해서 결제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평소엔 거의 들어가 보지도 않는 은행 계좌를 찾아 뭔가를 해보려니 정말 정말 헷갈리데요.

그 은행에서 계좌이체하고 그러려면 '공인인증서' 로그인하면 끝나는 건데 저는 그 부분을 은행 아이디 로그인 하는 거로 착각하고 그것 비번이고 아이디고 기억이 안 나서 한참이나 헤맸지 뭡니까?

옆에서 지켜보던 제 동생 얼마나 답답했던지 '형 그것 공인인증서 비번이지 아이디 비번이 아니잖아!!!' 그때야 저도 얼른 정신을 가다듬었답니다.

 

그렇게 동생이 필요한 '스타터' 결제를 마치고 동생은 또 핸드폰으로 제 계좌에 입금까지 마치고 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다급해졌어요.

'큰일 났다 어떻게 하나? 이달에 관리비도 내야 하고 의료보험까지 줄줄이 남았는데 돈 칠만 원도 안 남았으면 큰일인데…'

 

이번엔 농협 사이트로 들어가서 통장조회를 해봅니다.

제게 거기 통장이 두 개나 있습니다.

 

자주 써먹는 통장(농협 통장)엔 잔금이 육만 원이 조금 넘게 남았고요, 또 하나 통장(농축협통장)엔 만원이 조금 넘게 남았데요.

어떻게 보면 두 통장이 같은 거 같아도 어떨 땐(내 통장 숨은 돈 찾기) 통장 하나(농축협통장)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거였습니다.

 

그따위 알면서부터 통장을 정리하려고 했었는데 차일피일 미뤄져서 오늘까지 왔습니다.

해마다 한 두 번씩은 그 한 해 거래 흔적이 없으니 어떤 조치를 하겠노라고 연락이 오곤 했었는데 오늘은 진짜 통장을 비운 뒤 해지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놈 농축협통장에 남은 잔금 모두를 이체를 통해 농협 통장으로 보내고는 해지를 하려는데 아무리 찾아도 '해지'와 관련한 '소스(?)'가 안 보입니다.

 

하여, 대가리 훑으니까 거기 옛날 기억에 '자주 묻는 말'에 뭔가가 있었음을 기억해 냈지요.

해서 그 자리로 가서 '해지'를 넣고 찾아봤더니 제가 바라는 '수월함'이 아닌 다소 '까다로운 실체'가 자리합니다.

 

인터넷에서 농협 통장은 해지할 수도 없고, 해지하려면 농협 창구로 직접 필요한 물품(본인 신분증, 통장, 도장 등) 들고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안녕하세요? 또 만났네요 ~

 

그나저나 천만다행이었어요.

매달 스무날을 넘어서 언제쯤이면 관리비 자동이체일보다 한발 앞서서 노인장애인연금이 아슬아슬하게 들어온다는 걸 거기서 알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