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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양변기 누수 탓에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 호박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삽시다 - 01 ~

 

위 사진에 보이시죠?

네. 양변기 물탱크 위에 걸쳐놓은 두 개의 고압 호스입니다.

저기 일자로 단단한 것은 지금 사는 이 집에 이사 온 날부터 있었던 거고 나머지 부드럽게 휘어지는 놈은 오늘 우리 옆 동네 철물점에서 사 온 둘 중 하나입니다.

 

맨 처음 이사 왔을 때 화장실 들어가 환경을 확인하려고 변기에 물을 받으려는데 아무래도 이상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아래쪽에서 물이 새고 있더라고요.

 

얼른 물을 잠그고는 그 상태를 살피니 틀림없이 고압 호스 쪽에서 새는 거 같았지요.

그로부터 연장을 챙겨와서 엄청나게 단단한 스테인리스 강철 호스를 저기 보이는 거처럼 구부리고 펴면서 간신이 겨우 누수를 잡는 데 성공했지요.

 

사진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호스의 끄트머리 단면이 호스 길이 면과 수직을 이루지 않고 빗면인 거 보이시죠?

그랬던 걸 억지로 끼워 맞춰서 물이 새지 않게 하려니 당시는 거의 머리가 터졌을 겁니다.

 

그 후로도 스무 해[2000년 2월에서 ~2019년 오늘(1월 26일)] 가까이 살았는데 놈이 멀쩡했겠습니까?

그간에도 여러 차례 그 자리 물이 또 샜던 건 물론 다른 일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맨 처음과 비슷한 외로운 공사(?)를 반복했어야 했답니다.

 

그랬었는데 요번 건은 이전에 했던 방식으론 아무리 해도 고쳐지지 않는 겁니다.

겨우 잡았다 싶어서 연장 챙기고 접은 뒤 한참 나중에 화장실에 들어가 보면 바닥에 물기가 있는 겁니다.

 

그러면 다시 연장 가져와서 조였던 고압 호스의 아래쪽 밸브를 풀고는 세심하게 다시 조이고 그 순간엔 전혀 안 새는 거 같다가도 몇 시간 뒤 다시 들어와 보면 바닥에 물기가 보이고…

정말이지 돌겠더라고요.

 

나중엔 화장실에 쭈그려 않아서 물이 새는 곳을 찾아서 기다렸지요.

그랬는데 물이 새는 곳이 고압 호스나 위쪽의 물탱크와는 거의 별개다 싶은 양변기 아래쪽 상단에서 묻어나오는 겁니다.

 

정말이지 환장할 노릇이었어요. 아무리 봐도 거기선 물이 나올 구멍이 없었으니까.

마른 수건으로 닦고 한참을 기다려 다시 손가락 대보면 물기가 닿는 겁니다.

 

도저히 안 되겠기에 이번엔 관련( 부속을 사기로 했답니다.

 

쇼핑몰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우리 집 거와 비슷한 물품이 만원도 넘어가데요.

그래도 가장 닮은 놈 고르려니까 어쩔 수 없이 그놈을 주문했는데…

 

~ 호박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삽시다 - 02 ~

 

그날 새벽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제가 주문한 물건에는 '고압 호스'는 들지도 않은 거 같았지요.

쇼핑몰에서 확인해 보니 역시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주문한 물건이 와도 고압 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말짱 꽝이 되잖습니까?

얼른 화장실에 다시 들어가서 고압 호스 쪽을 손대고 싶었지만, 그러잖아도 일주일 가까이 매일 밤중에 덜그럭거리면서 화장실에서 낑낑댔는데 아래층 사람들은 오죽이나 불편했겠습니까?

 

그런 생각에 그날만큼은 참았습니다.

꾹 참고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한참을 고압 호스를 비롯해 요리조리 살피던 중 문득 - 요놈을 새것으로 갈아 끼우면 어떨까? - 그런 착상이 들었지요.

 

날이 훤히 밝아 일반 주민들 일상이 활발해질 시간(상점이 문을 열고 장사 준비가 됐을 시간대)에 맞춰 자전거를 몰고 건너갔지요.

화장실에 필요한 물건을 살 땐 우리 동네 철물점보다는 옆 동네가 농지가 많은 탓인지 제겐 더 사들이기 편했습니다.

그래서 거기를 찾았는데 고압 호스를 물어보니 한 개에 천오백 원을 달라네요.

 

그전에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그 대부분이 천원 안팎이었기에 그 가격대 이미 예상했던 비용입니다.

내친김에 두 개를 사버렸어요.

 

그러고는 달리고 달려 집에 들어와서는 곧바로 설치에 들어갔죠.

거기에 딱 맞는 공구(수도관과 연결하는 아래쪽은 23mm라서 맞는 게 있었고 고압 호스 위쪽 부분의 너트 외경이 26mm쯤으로 보임)가 없어 약간 어색했는데

마침 집에 있는 작은 스패너 중에는 아슬아슬하게 그보다 넓게 벌어지는 놈(펜치나 멍키스패너를 닮았지만,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그 손에 가는 악력으로 작업하는 스패너)이 있어 겨우 꽉 조일 수 있었답니다.

원래는 고압 호스 위아래에 고무 패킹이 있어 그렇게 꽉 조일 필요 없이 손으로 힘줘서 조여도 무방한 거였을 텐데 제 신경엔 요 며칠 누수 탓에 아마도 그런 강박관념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예전 거와 달리 그 길이도 훨씬 길뿐더러 그냥 휘어질 정도로 부드럽기까지 해서 조립에 거칠 것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어쨌든, 고무호스 위아래를 조이고 났더니 전혀 물이 새는 거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런 경험은 지난 한 주 내내 들었던 느낌이고 현상인데 요번만큼은 새 놈이고 그 생김새마저 확 달랐기에 더욱더 믿음이 가더라고요.

 

지금 조립한 지 열 두시간도 더 지났는데 혹시나 하는 맘으로 다시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 앗싸!!! 고압 호스고 물탱크이며 양변기 물이 샜던 자리 그 어디라도 바짝 말라 멀쩡합니다 -

 

드디어 완벽하게 양변기 누수 잡혔습니다.

인제 머지않아 속도 잘 모르고 무조건 주문했던 양변기 부속이 들어올 텐데 거기 들어간 만 원짜리 전혀 아깝게 느껴지질 않네요.

 

아~ 진작에 단돈 천오백 원밖에 안 하는 그놈 고압 호스만 갈았어도 그 고생 안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 남았지만 말이에요.

사실은 지금도 그렇고 그간 '잇몸에 염증(급격히 피곤하거나 스트레스 많이 쌓이면 생기는 입 질환 - 혓바늘, 구내염 등등)'이 생겨 칫솔질이 무척 불편합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오늘 양변기 누수 수리한 뒤로는 쭉 썼던 마스크 탓인지 많이 나았을 거란 느낌이 듭니다.

이 글이 올라가면 저녁 들어야 할 텐데 그러고 나면 당연히 칫솔질할 거 아닙니까?

그때 가서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나았든 아니 좋아졌던 말았든 간에 화장실 누수 잡을 수 있어 매우 흐뭇한 하루였습니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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