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녹색

드디어 CPU와 쿨러 사이에 윤활유를 발랐습니다.

류중근 2021. 7. 7. 04:16

드디어 CPU와 쿨러 사이에 윤활유를 발랐습니다.

 

모니터가 자꾸만 꺼지기에 아무래도 CPU 온도와 관련 있겠다 싶어 온도측정기로 알아봤지만, 별 이상은 없었어요.

그래도 정확히 확인하려면 순리대로 푸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잡동사니를 모아둔 창고를 온통 뒤졌더니 그것 윤활유가 보이네요.

하필이면 그게 CPU 쿨러 핀과 함께 작은 봉투에 아주 깊숙이 들어 있어 한참이나 걸려서 찾아냈답니다.

 

처음엔 막연히 그것 윤활유를 어떻게 CPU와 쿨러 사이에 칠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컸었는데 막상 본체를 뜯어 방바닥에 눕혀놓고 보니 제 걱정과는 달리 지금은 메인보드 들어내지 않고도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예전엔 본체에서 메인보드를 완전히 분리한 채 작업했기에 그 과정에서 힘 조절에 실패하여 쿨러 핀을 부러 먹기도 했지, 심지어는 메인보드 자체나 중앙전력 장치를 쇼트_합선, 또는 단선으로 인한 보드 파손_시켜 컴퓨터 본체 대부분을 다시 사야 했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때 그런 일이 또 생기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가만히 보니 뜯어내지 않고도 잘만 조리하면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자리가 너무나도 비좁았기에 조금이라도 자리를 확보하고자 램 카드(메모리) 둘을 뽑아냈답니다.

 

그러고는 CPU 쿨러 고정핀 네 개를 조심스럽게 돌려서 뽑아냈지요.

그런 다음 윤활유, 네 개중 하나를 들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윤활유 작은 봉지가 그 안에 들었을 것 같아 아무리 손톱으로 그사이를 가르려고 해도 갈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가위로 뾰쪽하게 자른 뒤 마지막에는 그중에서도 가장 뾰쪽한 부분에서 내용물이 나오게끔 더 자른 뒤 살짝살짝 눌러서 치약 짜내듯이 짜냈답니다.

 

너무나도 부드럽게 밀려 나오니까 하마터면 방바닥에 덩어리 떨어뜨릴 뻔했어요.

실은 그보다 조금 앞서서 미리 시피유와 쿨러가 마주하는 자리 먼저 청소기를 뿌리고 화장지로 닦았더니 거기 딱지처럼 굳었던 게 금세 부드럽게 닦입니다.

 

화장지를 뭉쳐 두 번에 걸쳐 깨끗이 닦아내고는 그 자리에 윤활유 덩어리를 짜고는 손가락으로 문질러 대충 자리가 넓게 퍼지도록 했죠.

그런 다음 닦고 난 뒤 윤활유 묻히기 전 쿨러를 올리고 다시 꽂을 방법 찾아 실습한 대로 쿨러를 올려 살며시 이리저리 비틀어보니 연습했을 때 바로 그 느낌(어딘가에 딱 들어맞은 느낌의 촉감)이 드는 겁니다.

그 상태에서 쿨러 핀을 살짝 눌러도 보고 돌려도 보는데 제대로 맞았던 자리는 딸깍 소리까지 내면서 들어가는 거였지요.

 

쿨러 핀 네 개 모두를 딸깍 소리 나게끔 꽂은 뒤 살짝 돌려서 완전히 고정을 마쳤죠.

그것 시작한 지 십 분도 채 안 걸렸을 겁니다.

 

저번에는 모니터를 내장 그래픽카드로 옮겼었는데 이번엔 다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포트로 모니터를 옮겨서 꽂아버렸죠.

그런저런 일을 비좁은 구석에서 해내려니 실제로는 그 시간이 CPU와 쿨러 사이에 윤활유 발랐던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답니다.

 

막판에는 또 컴퓨터는 켜진 것 같은데 모니터가 켜지지도 않아 잠시 어지러웠죠.

뭐가 잘못됐는지를 몰라 일단 그대로 둔 채 텔레비전으로 가서 모니터 상태를 컴퓨터 쪽으로 돌리니 거기선 멀쩡하게 컴퓨터 바탕화면이 보입니다.

그제야 컴퓨터로 와서 모니터를 살폈는데 아^ 글쎄 전원 코드가 빠진 게 보였답니다.

 

실은 본제 돌려놓고 일하려면 그 자리가 너무나도 비좁으니까 모니터를 한쪽으로 비켜놓고 작업해야 하는데 모니터에 전원이 꽂힌 상태라면 모니터 치우기도 어려웠기에 아까 그걸 뺐던 건데 그 생각을 마저 못했던 거예요.

 

그런데 시피유와 쿨러 사이에 윤활유 바른 것만으로도 실제로 온도측정기는 30도 대의 온도를 보여줍니다. 그전에는 아무리 낮아도 40도 대의 초반이었거든요.

물론 높을 때도 그 수준이었지만 말입니다.

 

42도, 43도 그랬는데 지금은 36도, 37도 그러네요.

 

지금은 모니터가 갑자기 꺼지는 일이 뜸하지만, 오늘 낮이나 밤에 엄청난 양의 그림을 손질하면서 또 꺼지는지 확인해볼 참입니다.

어쩌면 그게 저의 자판 조작의 실수가 원인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부분도 유념하면서 작업해볼 생각입니다.

 

아래 그림(사진)에서 위쪽은 며칠 전에 우리 집에 들어온 텔레비전 리모컨인데 파손이 워낙 심한데도 이것(고무 접점 탭) 하나는 건졌답니다.

그리고 아래쪽이 윤활유와 쿨러 핀 이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