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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0.01 이 노릇 '눈 가리고 아웅!'인데 괜찮을까?

이 노릇 '눈 가리고 아웅!'인데 괜찮을까?

 

제 컴퓨터 곁에는 페트병을 잘라서 만든 컴퓨터 잡동사니 공구함이 있습니다.

거기엔 당장 필요하거나 혹은 어떤 순간에는 써먹을 지도 모를 잡다한 것들이 들었지요.

가령 시디롬이 걸려서 안 빠질 때 쓰려고 챙긴 가는 철심이랄지 스피커 선 나눌 때 쓰는 스피커 분배기 등이 그런 겁니다.

 

그 통이 가까이 있으니까 무심코 보거나 그냥 괜히 어떤 호기심이 일어 개중에 어떤 놈을 유심히 들여다볼 때도 있지요.

어제도 그랬습니다. 그때는 분명 아무 생각도 없이 무심한 생각에 들여다봤었는데 요번에 걸렸던 건 'USBtoPS2'라는 물건이었죠.

 

그놈이 몇 년 전에 사들였던 'PS2USB'와 나뒹굴기에 그때야 신경이 거슬립니다.

컴퓨터에 USP 포트가 몇 안 됐는데 어쩌다가 사들였거나 어디에선가 얻어온 키보드나 마우스가 USB 단자 물품이라면 무척 곤란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놈 PS2 포트에 끼우려고 그때는 'PS2toUSB'를 사들였었는데 인제는 그와 반대로 본체에 'USB 포트'는 넉넉(?)한데 'PS2 포트'가 넉넉하지도 않을뿐더러 'PS2 마우스'를 길게 연장해서 써야 할 일이 생겼는데 그 해결책이 안 보였습니다.

 

하여 우리 동네에 그런 부속을 파는 어느 상점을 찾았답니다.

겨우 새끼손가락 크기만 한 그놈 생각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그래도 기왕에 사려고 했으니까 충분히 여유를 두고 사고자 맘먹고서 두 개를 사들였답니다.

그날 기쁜 맘으로 달려와서 컴퓨터에 꽂았는데 요놈이 글쎄 작동하지 않는 겁니다.

 

보통 컴퓨터에 새로운 걸 꽂으면 저 알아서 드라이브를 깔거나 해당 제품에 따른 부속작업 해 줄 것을 작업표시 줄을 통해 내보냈는데 그런 반응도 없었습니다.

국산 제품도 어떤 경우엔 불량했었는데 이 제품 중국산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여겼답니다.

그러면서 비쌌지만, 내심 그놈 하나 더 사 놓기를 참 잘했다는 자긍심조차 들 조짐이었는데 세상에 그 두 번째마저도 무반응이었어요.

 

그날 그 둘 모두를 내버릴 생각도 했었는데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기에 저렇게 나뒹굴었던 겁니다.

그것이 몇 달 전에 겪었던 이야깁니다.

 

그걸 보자 어제는 엉뚱한 욕심이 일었습니다.

'거기 말고 다른 가게로 가면 혹시 그런 놈이 없을까?'

 

다른 가게 들리기 전에 먼저 그놈 샀던 가게로 먼저 찾았답니다.

저는 그것을 불량품으로 생각했기에 그 둘을 들고 가서 다시 그놈을 사러 왔는데 이번에 검증하고서 사야겠다고 했더니 그럴 수는 없다는 겁니다.

왜냐면 그 게 비닐 팩에 밀봉됐기에 한 번 뽑았다간 다시 포장할 수가 없기에 그랬겠지요.

그런 역할을 해낼 다른 제품이 없느냐고 물었는데 그런 것도 없다 하니까 하는 수 없이 그냥 나와서 다른 상가를 찾았답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그곳에도 없었습니다.

대신 요 며칠 전 화장실 양변기 바닥에 발랐던 실리콘이 보입니다.

사실 양변기 바닥도 바닥이지만, 화장실 벽면 한쪽이 심하게 벌어져 있었거든요.

 

그것 때문에 늘 고심했었는데 실리콘을 닮은 그 비슷한 물건을 봤던 적이 있었습니다.

해서 상점 아가씨한테 그런데 쓰는 물건이 없냐고 물었더니 그분도 모르겠다네요.

 

하여 이번엔 철물점을 찾았지요. 비교적 자주 들렸던 상점입니다.

그분 만나서 사정 이야기했더니 있긴 있는데 그게 대뜸 조금 비싼(만원) 물건이라며 제가 꺼릴 것을 미리 점치면서 아주 소심스럽게 말을 건네더군요.

놈이 4kg이나 되는 '타일 접착제'라고 하더군요.

그 4kg이라는 말에 혹해서 그놈 어떻게 생겼는지 일단 확인하고서 살 것인지 말 건지 결정하겠다고 저도 대꾸했거든요.

 

페인트 통을 닮은 그 거대한 크기를 확인하면서 그 정도 크기라면 사들여도 무방하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절실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무척 비싸게 여겨졌겠지만, 저로선 그게 절실했습니다.

 

일단 자전거 짐칸에 꽁꽁 묶어서 집으로 가져왔지요. 맘도 급하고 또 그 내용물 어떻게 생겼을지 은근히 걱정이 들어 얼른 확인하고자 했는데 좀처럼 안 열립니다.

차분히 맘을 다잡고 자세히 살피니 무슨 손가락 걸이 같은 게 보였습니다. 구멍이 세 개였는데 그 세 군데를 모두 손가락 걸어 잡아당겼는데 그래도 역시 잘 안 열립니다.

별수 없이 그중 맨 끝에 난 구멍으로 손가락 걸고서 마구 잡아당겼더니 툭 터져 나오네요.

그제야 그놈이 이 '타일 접착제'의 뚜껑을 감싸는 점선 테두리였음을 깨닫고 쭉 잡아당겨서 뜯어냈지요.

 

그러고는 얼른 열어젖힌 뒤 그 내용물 확인했습니다. 요거 틀림없이 밀가루 반죽처럼도 보이고 회반죽으로도 보이지만, 걸쭉하지 않고 알맞게 짙습니다.

마침 비닐이 덮였기에 그놈 자세히 보려고 살짝 들추는 순간 그게 손가락에 덥석 묻어버렸어요.

너무나도 놀라서 얼른 세면기 물 틀고서 손가락부터 문질렀지요. 다소 끈적거리기는 했지만, 가볍게 씻어집니다.

그러고 보면 타일 접착제에 들어간 액체가 지용성이 아닌 수용성 액체일 것도 같았습니다.

 

일단 그 정도까지 확인했으니까 나머지는 이걸 벽면 벌어진 틈에 붙이자면 '흙손'과도 같은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페트병을 자르자지 그놈 너무나도 부드럽겠고, 얇은 합판 조각이라도 있어야겠는데 그런 게 어디 있을까?'

이렇게 고심하던 중 불현듯 아까 접착제 통에서 뜯어냈던 그 딱딱한 테두리가 확 닥칩니다.

'옳거니! 그놈을 잘라서 써먹어 보자!!!'

 

이렇게 해서 그놈 세 토막으로 잘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고리가 없는 쪽 부분만 자를 걸 괜히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고리가 있는 거로 작업했더니 그 고리가 걸려서 되려 작업 속도만 더디게 했으니까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고리가 없는 놈을 썼으면 좋았을 것을 맨 처음 잡은 놈이 그놈이라서 거추장스러웠지만, 배신하기는 더 싫었거든요.

드디어 화장실 벌어진 타일 벽에 섰습니다.

 

~ 외로운 눈동자여 - 01 ~

 

 

~ 외로운 눈동자여 - 02 ~

 

 

~ 외로운 눈동자여 - 03 ~

 

한 번쯤 쉬었다가 해도 무방했을 텐데 기왕에 손 묻힌 이상 완전히 끝마치고서 손을 털고 싶었지요.

물론 바르던 도중 몇 번이나 그 덩어리가 어만 데로 떨어져서 그것 처리하느라 그만큼 손가락이며 손등 손바닥이 지저분해졌으니 깨끗이 씻은 뒤 다시 시작하곤 했지만 드디어 대충 다 발랐습니다. 아니 메꿨습니다.

그 마무리를 손바닥이나 손가락으로 하는 게 무척 깔끔해서 좋았던 거고요.

 

~ 외로운 눈동자여 - 04 ~

 

이것 벌어진 틈 메우면서 저 속까지를 깊숙이 채워 넣지 못했던 게 내내 걸렸습니다.

여러 번에 걸쳐 중간에 잠깐씩 멈추면서 돼내었지요.

'이거 아무래도 눈 가리고 아웅 격인걸'

그러면서도 '또 터지면 그때 가서 또 바르면 되지 뭐 어때!!!'

왜냐면 사온 물건 백 분의 일도 다 못 썼을 테니까 / 또 인제 그것 때우는 비결도 알았으니까

 

이렇게 모두 끝난 것 같았으니까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몸뚱이도 마저 시원하게 씻을 참이었습니다.

 

실은 그러기 훨씬 전에 밖에서 들어오자마자 화장실에 들러서 소변 본 뒤 씻을 생각이었습니다.

타일 접착제 자전거 뒤에 묶긴 묶었지만, 그놈이 둥근 거라서 혹여 달려오는 도중 떨어질까 봐 한 손은 뒤쪽으로 다른 손은 자전거 핸들 위로 무척 긴장하면서 들고 왔기에 땀에 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이유로 훌러덩 벗고서 들어갔는데 방금 사온 물건 그 내용물 확인이 먼저가 됐고 또 그것 확인했으니 그 작업이 우선순위로 바뀐 겁니다.

그런저런 탓에 뚜껑 닫아서 밖으로 내보낸 뒤 시원하게 쏘려는 순간 양변기 위쪽의 부서진 부분이 들어왔지요.

 

혹시 소변보다가 튀기라도 하면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것 성분 역시 타일과 별 차이 없을 터니까 이런 곳에 타일 접착제 도포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밖으로 꺼냈던 것 다시 끌어들여서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러고는 넉넉하게 한 뭉텅이 담아 철썩 떨궜지요. 했는데 깜빡 잊었던 거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과했을까요.

 

살짝 덜어내서 다시 담을 수는 없겠고요, 세면대 물에 씻어야 했습니다.

또 하나는 이미 끝냈던 상황을 덤으로 더한다는 느낌에서였던지 여분의 접착제 닦아내는 손마디도 깔끔하질 못하더라고요.

 

~ 외로운 눈동자여 - 05 ~

 

그래도 화장실의 벌어진 벽 다 메웠네요. 비록 완벽하지는 못했겠지만, 이나마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크게 깨달았지요.

저번에 실리콘으로 했던 양변기 바닥 굳히는 작업 말입니다.

그것 실리콘이 아니라 이번에 썼던 타일 접착제로 발랐어야 옳았겠다는 인식 바로 그것을 말입니다.

 

~ 외로운 눈동자여 - 06 ~

 

내 비록 늦었지만, 그걸 깨달았으면 바르게 실행함이 가장 현명한 성찰이리라!!!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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