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창 전체 방문자 수 → 홈페이지 오늘 방문자 수 → 방문통계 어제 방문자 수 →

'개가_천원_물고_절로_갔던_날'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10.04 개가 천원 물고 절로 갔던 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개가 천원 물고 절로 갔던 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가끔 그 시각 선잠에서였던지 아니면 꿈결에서였던지 그것이 깨고 나면 엄청나게 불안해지고 초조해서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오늘부터 출근하기로 약속했는데 이거 늦어서 어떡해야 하나!!!'

'오늘부터 등교하기로 약속했는데 이거 늦어서 어떡해야 하나!!!'

'애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지났는데 내가 낮잠 들어서 어떡하나!!!'

 

그런저런 사연으로 엄청나게 조급했지요.

'내가 지금 뭣 하려고 이렇게 버둥대는 걸까?'

'아닐 거야 어쩌면 아닐 거야. 해고된 지 이십년도 더 됐잖아?'

'학교는 얼어 죽을 놈의 학교^ 방통대 때려치운 지가 언제였는데?'

'우리 애들 군대도 제대했는데 이 무슨 해괴한 망령일까?'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새에 꿈같지도 않은 그따위 꿈을 꾸고 나서는 바둥거리며 헤매길 얼마나 자주 겪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끝내는 그것에서 빠져나와 현실 되찾으면서는 그 또한 제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기곤 하더라고요.

 

오늘 아침엔 지금 써둔 부류는 아니었어도 얼추 그 비슷한 느낌이 일었습니다.

'그래 개가 천원을 물고 절로 가는 날인데 동생 오늘 일 나갈까?'

갑자기 맘이 급해졌습니다.

 

동생이 출근하는 날이면 어머님께서 늘 동생의 아침(토스트 하나, 달걀부침 하나)을 준비해주셨거든요.

그랬었는데 저번 일요일에 어머니 나다니시던 교회의 체육 행사가 있었던 날 어머니 손목을 다치셨지요.

응급환자가 되어 집에 들어왔는데 모시고 근처 병원을 찾았더니 가볍게 금이 갔다며 깁스해서 일이 주일은 지나봐야 손목이 제 기능 해낼 수 있을지 판가름이 날 거랍니다.

그렇게 칭칭 감아서 모셔왔는데 저는 자꾸만 그 기억을 잊어먹습니다.

 

어머니 대신 부엌일 손댈 사람은 당연히 저뿐이지 않겠어요?

동생은 세수하랴 뭐하랴 당연히 출근준비로 바쁠 테고요.

아침뿐이 아니라 낮이고 저녁이고 제가 나서야 했건만, 그 사실을 자꾸만 잊어먹습니다.

오늘 아침도 역시나 까먹고서 늦잠에 빠졌던 상황이었죠.

 

오늘이 개천절이었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빨강 글씬지 깜장 글씬지 그것부터 먼저 알아야 했습니다.

부랴부랴 달력 걸린 벽으로 달라붙었지요. 한데 요놈의 달력 아직도 8월에 꽂혔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도 차분해지려고 안간힘을 다 쓰면서 달력 스프링 가운데 묶어둔 선을 조심스럽게 풀어내서 달력을 빼내고는 뒷장을 넘기려는데 그 역시도 찰싹 붙었는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더 냉정하게 가다듬고서 달력 겹친 부위 손톱을 끼워서 구월을 넘기고 시월을 데리고 왔죠.

 

'아하^ 빨강이다~'

 

~ 한번 만나줘요 - 01 ~

 

낮에 어느 순간엔 오래도록 염두에 뒀던 화장실의 샤워기 걸이가 생각났습니다.

본래는 거울 왼쪽으로 둘뿐이었는데 그중 높이 단 것도 제 가슴팍보다 조금 더한 자리라서 머리를 감거나 할 땐 몹시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살짝 높은 곳에 하나를 더 달았답니다.

이것이 화장실에 벌어진 타일 메꾸면서 박았던 사진에 걸렸네요.

저 위쪽 놈(①)이 그놈입니다.

 

~ 한번 만나줘요 - 02 ~

 

그랬는데 그것 나사못의 못대가리가 커서 샤워기를 걸려는데 무척 거치적거렸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나사못을 위쪽에서 아래로 박을 게 아니라 아래서 위쪽으로 박으면 간단히 해결하겠데요.

아무래도 폐기물 재활용으로 만든 거(①)가 시중에서 사와 라이터로 달궈 붙이고 강력 접착제까지 덧칠해서 붙인 놈(②)보다 더 나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낮에 이것 다시 손보려고 다가섰는데 셋 중 한 놈이 축 늘어졌습니다.

하여 어쩌나 보려고 살짝 잡아당겼더니 얇은 고무줄처럼 늘어지더니 툭 떨어지지 뭐예요.

결국, 그 자리에 라이터 불의 흔적인 거무튀튀한 재(③)만 남았네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맨 아랫놈은 까딱없습니다.

 

~ 한번 만나줘요 - 03 ~

 

저는 나사못을 거꾸로 박은 그놈이 언제 다 풀려서 빠질지도 모르기에 그것이 신경에 거슬렸던 겁니다.

하여 비록 천 원짜리 접착제라 할지라도 그 성능 그 어떤 거에도 뒤지지 않을 그놈 붙였을 때 썼던 접착제를 가져와 두어 방울 떨궜답니다.

 

~ 한번 만나줘요 - 04 ~

 

이것 사실은 그 이름도 모를 어떤 약재의 약통 뚜껑이지요.

저것 언제 샀는지도 모를 쌀통의 서랍에서 찾은 것인데 좀 전에 가보니 저것이 저렇게 또 하나가 보였지요.

인제 나중엔 저놈으로 흐느적거리다가 떨어졌던 가운데 빈자리에 붙일 겁니다.

 

~ 한번 만나줘요 - 05 ~

 

오늘 개가 천원을 물고 절에 갔던 날 그 마지막 업적이 저것 컴퓨터 받침대지요.

오늘따라 컴퓨터 노는 시간이 무척 많았는데 저녁에 켜봤더니 유별나게 부팅 음이 오래 갑니다.

하드디스크 돌아가는 소리는 보통 본체 살짝 들었다가 바닥에 내리치면 멎곤 했는데 그도 잘 안 통했지요.

본체 안에는 쿨러가 네 개 있는데 그 각자를 일일이 손가락 대서 잡아보는데도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데요.

 

오늘 낮에 거실에서도 주기적으로 삐삐거리는 소음을 찾기 위해서 얼마나 헤맸는지 모르겠습니다.

보통은 그런 소리 전화기에서 나는 소리였기에 안방, 거실, 어머니 방 등등 사방에 놓인 전화기 일일이 확인했지만, 그 모든 것 멀쩡했기에 환장할 노릇이었지요.

또 그 각각에 놓인 텔레비전도 살폈건만,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답니다.

 

그랬었는데 어쩌다가 쳐다본 인터폰에서 평소엔 그랬을 거로 여기지 않았는데 그 자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게 이상했습니다.

얼른 수화기를 뺐다가 다시 꽂았지요. - 아~ 드디어 잡았습니다^^^ -

 

그것 특별한 기술도 아녔고 순전히 우연이었지요.

컴퓨터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한참이나 헤매던 중 어느 순간부터는 그 비프음이 사라졌네요.

 

듣기 싫은 소음은 사라졌지만, 컴퓨터를 그대로 둘 순 없었습니다.

내일이라도 다시 켜면 또다시 살짝 들어서 내리쳐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가장 먼저는 그럴 때를 대비해서 내리칠 때 방음에 도움이 되는 그 뭔가를 넣고 싶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찾았건만 거기에 마땅한 물건은 보이지도 않고 쓰지 않는 바둑판만 구석에 박혔네요.

어찌 보면 저것(④)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리칠 때 나는 그 소리 줄이는 건 별 효과를 못 거둘지도 모르겠지만, 본체의 높이를 올려 USB 포트에 USB 단자 꽂을 때 스피커 높이와 겹쳐서 늘 거치적거렸던 건 단칼(⑤)에 없앴습니다.

 

~ 한번 만나줘요 - 06 ~

 

 

 

Posted by 류중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