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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_보일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2.11 보일러 너! 나랑 한판 뜨자는 거야 뭐야!!!

‡ 보일러 너! 나랑 한판 뜨자는 거야 뭐야!!! ‡

 

그러니까 설 전이니까 음력으로 하자면 지난해 말이었겠지만, 양력으로 쳐선 올 초부터 그랬던 이야깁니다.

저의 수면 주기가 요새는 밤낮이 바뀌어서 오밤중 그 늦은 시각에 컴퓨터에 앉았을 때가 많았거든요.

하여튼, 그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지만, 올 초의 어느 날부터 그 조용한 시각에 컴퓨터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화장실 쪽에서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답니다.

처음엔 위층 집에서 뭔가를 수선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멈추질 않는 겁니다.

 

어찌 들으면 '타닥!' 그렇게 들리고 또 자세히 들어보려고 하면 '드륵'하는 것도 같고…

'이게 물소리인가? 이상하네 위층에서 내는 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엄청나게 심한 난청이라던데 제 귀가 그것도 한쪽만이라도 그나마 겨우 듣긴 하지만, 요놈의 귀가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네요.

그러지 않아도 그 위치마저 찾아내지 못하기에 그 답답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답니다.

그것을 아무리 생각해도 위층이 아니라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로 판단했기에 아래층 분들이 느꼈을 고통은 오죽했겠습니까?

 

찾아내기로 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소음의 정체 찾아내기로 했습니다.

화장실의 모든 수전을 꼭꼭 닫고서 기다려봐도 역시 그 소음은 멈추지 않았지요.

우리 집엔 화장실이 두 개인데 그 밤중에 거실 쪽 화장실도 똑같이 틀어막고서 들어봐도 역시 그쪽 화장실에서도 들렸답니다.

그런데 그 소리가 밤에만 들리는 게 아니고 대낮에도 들렸거든요.

 

'드륵드륵'하기도 하고 '탁! 탁!' 하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싱크대고 세탁기가 놓인 베란다고 수전이 있는 곳은 그 어디고 다 찾아다니며 귀를 기울였는데 역시나 그 종적을 못 찾겠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탁탁거리는 그 소리가 꼭 공기가 강력하게 압축되었다가 갑자기 터지는 소리로 들리더라고요.

'뻥튀기'와 같은 그런 식의 공기 팽창이 아니고요,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연료가 경유(디젤)인 경운기 트로틀 밸브 쥐어 잡고서 무겁고 큰 시동 바퀴 돌려서 시동 걸 때 들리는 소리가 바로 그런 소리였었답니다.

대형바퀴 마구 돌려서 회전 관성 생기고 공기압이 세지면 트로틀 밸브 열어서 경유를 내뿜을 수 있도록 트로틀 밸브 놓는 시간과 시동 바퀴에 힘을 얻어 생기는 발전기에서의 전력이 절묘한 타이밍에 교차했을 때 비로소 엔진에 불이 붙지요(시동이 걸린다).

그렇게 시동이 걸리면 친구 집 논밭에 거름도 내다 깔고요, 가을걷이할 참이면 탈곡도 하고 보릿대나 볏집도 실어 날랐던 그런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 집엔 그만한 농사가 없었으니까 남의 집 일 돕거나 품앗이하면서 겪었던 일이기도 하고요.

 

하여튼, 여태 집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음이 물 새는 소리가 아니라 뭔가의 압력에 의해 갑자기 터지는 소리가 감을 잡았답니다.

그런데 그 소리가 항상 일정한 것도 아니고 어떨 때는 3~5초 간격으로 계속하여 타닥거리다가 또 어떨 땐 그 대중도 없이 함석지붕에 나뭇조각이 날아와 나뒹구는 것처럼 달그락거리는 거였습니다.

그래도 3~5초 주기로 울리는 '타닥', '드륵'이 더 빈번했기에 그 마지막으로 찾았던 곳이 보일러 놓인 자리입니다.

 

아니나다를까 보일러에서 귀를 바짝 대고서 가만히 들어보니 여태 들었던 소음 중에 가장 크게 들렸던 거예요.

밤중에 보일러 뚜껑을 열어봤건만 당최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다가 다시 열어봤는데 역시나 모르겠는 것 있죠.

'혹시 창밖으로 난 연통에 뭔가가 걸렸거나 끼어서 바람에 흔들려서 나는 소리가 아닐까?'

창문 열리지도 않게끔 꽁꽁 조치한 것 풀어내고서 창문 밖으로 손을 뻗어 연통을 두드려도 보고 눈으로도 살폈지만 저의 바람하곤 무관한 듯 보이더라고요.

다시 보일러로 다가와서 보일러에 손을 대고는 소리 나는 걸 주시했었지요.

'바로 이거다!!!'

드디어 찾아낸 것 같았습니다.

아 글쎄 소리가 날 때마다 동그란 화덕을 감쌌던 손에 미세하게나마 진동이 느껴졌었거든요.

'그래 맞아! 여기 보일러 안에 공기가 들어가서 그것 때문에 물과의 압력 차가 생겨 어느 순간에 터지는 소리가 맞을 거야!!!'

제 맘대로 그렇게 결론을 냈지만, 제가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답니다.

물론 지금도 그거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이지만, 적어도 그 순간엔 완전 백치였으니 말해서 뭐하겠습니까?

 

그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래층 사람들이 겪을 소음 피해였습니다.

거기 보일러에 붙여진 전화번호를 보고 그대로 전화했더니 바로 예약이 되더라고요.

 

그리고는 밤이 이슥해서야 수리하는 기사님이 찾아왔지요.

방해되지 않으려고 또 그래야지 빨리 고칠 수 있겠기에 최대한 말을 줄인 채 그 사람 하는 걸 지켜봤답니다.

그런데 그 양반 한참이나 뒤지면서도 그 원인을 못 찾네요.

'보일러 켜면 방은 따뜻합니까?'

'온수는 제대로 나오던가요?'

물론 기능엔 아무런 제약이 없었거든요.

'보일러 언제쯤 달았습니까?'

올해로 8년째 되었다면서 마지못해서 그 소리 날 때는 보일러 어디가 떨리더라고 그랬더니 그분이 그러시네요.

'아 네! 맞아요. 보일러 코일이 부딪쳐서 나는 소리입니다.'

'그러면 그것 잡으면 되잖아요?'

그 당시 저는 그것 단열잰지 보온잰지 그것 걷어내고서 코일간격을 벌려두면 될 것으로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그날 처음 코일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우리 집 보일러가 귀뚜라미 거꾸로 보일러인데 그 연통(?) 방식이 두 가지고 우리 집에 있는 놈은 코일 방식이란 걸 인터넷 뒤져서 귀뚜라미 보일러와 다른 사이트를 오가면서 알아냈답니다.

 

'그것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럼 어떻게 해요?'

'그 부분 고치려면 몇십만 원 들거든요.'

'어휴~ 그렇게는 저도 어렵지요. 참 곤란하네~'

'기능엔 이상이 없다니까 그대로 쓰다가 나중에 새 걸로 바꾸든지 하세요!'

그렇게 조언하면서 그래도 출장비는 받아야겠다네요.

 

'만 오천 원'을 달랍니다.

설 쇠려고 찾았던 돈 오만 원짜리가 있긴 있었지만, 그 사람이 또 잔돈이 없다고 그럽니다.

설에 어머님께 드렸던 돈 600원하고 어머니가 되려 저한테 준 돈 만 원짜리를 생각했습니다.

다시 어머님께 다 드렸었거든요.

그런저런 생각을 되새기면서 어머니한테 도움을 청하고 저 자신도 방에 들어와서 깡그리 뒤졌더니 삼천 원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어머니 거랑 모두 보태니까 만 삼천 원이 되더라고요.

 

그 사람 고치지도 못했으면서 만 오천 원이나 달라고 그랬었지만, 얼마 전에 죽은 삼성전자 서비스의 어느 노동자를 생각해서 어떻게 해서든 저는 맞춰주려고 했었는데 사정이 도와주질 않더라고요.

그 사람도 더 달라는 말도 않고 그냥 갔답니다.

그래도 '만 오천 원'짜리 영수증 끊어놓고 갔었지요.

01

 

돈만 들였지 허사가 된 것은 그렇다 쳐도 계속해서 이유도 없이 아래층으로 역겨운 소리 내보내야 하니 그것이 더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 가고 난 뒤에 인터넷을 뒤지고 이리저리 사방팔방으로 잔머릴 굴렸었지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사람 있을 때 자세히 봐둘 것을…'

그 기사는 보일러 뚜껑을 벗기고서 그 자리에서 보일러 물을 빼내기도 하고 각방으로 분배되는 부엌 싱크대 밑의 분배기에서도 공기를 뺀다면서 뭔가를 돌려서 빼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저도 따라서 해보려 했지만, 뚜껑 열어봐야 달랑하나 눈에 보이는 급수 밸브가 전부였답니다.

 

보일러 기사가 다녀간 뒤에도 여전히 그 소음은 계속되었기에 다시 처음부터 점검해 보기로 했답니다.

 

'그래 저기 바깥 연통 쪽은 멀쩡했었지!'

02

 

보일러만 다시 확인해 보자!

가장 먼저는 도시가스와 연결된 밸브(1)를 잠그고요, 다음으로는 전원 코드(2)를 뽑아 버렸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급수 밸브(3)를 잠갔답니다.

이상하게도 요놈 급수 밸브는 잠그면 오히려 물이 새고요, 열었을 때가 반대로 물이 안 샜거든요.

그래서 전선에 물이 안 묻게끔 전원을 먼저 뺐고요, 나중에 급수 밸브를 잠갔던 거예요.

03

 

그리고는 보일러 가장 아래쪽의 클립(?)을 젖혀서 뚜껑을 열어 곁에 둔 다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곰곰이 뒤져 봤지요.

사실 제 성격이 좀 난잡하니까 부잡스럽게도 소음이 날 때마다 미세하게 떨렸던 연소실(별표)의 피복을 벗겨 내려는 위험한 발상에 드라이버를 가져가서 거기 위쪽에 난 나사를 돌려보기도 했답니다.

보이는 것 두 개 중 하나는 그런대로 잘 풀리는데 나머지 하나가 꿈쩍도 않기에 포기하고서(다시 조이고서) 그 대신 거기가 가스 변인지 온수 변인지도 모를 그곳에 빨강 나사골(별표 바로 오른쪽 기구)이 있어 그놈을 왼쪽으로도 돌려보고 오른쪽으로도 돌려보고 그랬는데 그것이 뭔지를 모르겠기에 원상태로 돌려야겠는데 그 감을 잊어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오른쪽으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돌아갔게 끔 물론 직감에 의존했지만, 고정하고서 뚜껑을 닫아 버렸지요.

 

그러고는 안에서 못 찾았으니까 바깥에 있는 밸브를 열어보기로 했답니다.

어차피 급수 밸브(빨강 밸브)가 닫힌 상태니까 나머지 밸브를 연다고 해서 크게 터질 염려는 없을 것 같고…

또 하나는 지금 현재 보일러가 꺼진 지 오래됐기에 내부 압력도 강하지 않을 거로 짐작했기에…

04

 

맨 왼쪽에 놈부터 서서히 열어보기로 했답니다.

기계로 꽉 조여진 것이 아니었기에 그냥 맨손으로 돌려서 풀어갔지요.

물론 연결부위니까 그 중간에 패킹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 수압에 날아가지 않게끔 또 무슨 전선도 보이는데 거기에 물 튀지 않게끔 아주 천천히 풀었답니다.

그렇게 몇 바퀴를 돌리니까 푸시푸시 물이 새 나오더라고요.

그 순간에 그 나오는 세기를 맞추면서 더 풀지 말지를 결정했지요.

예상대로 그렇게 세지도 않습니다.

20초? 30초?

그것 제어 볼 만큼 정신이 한가롭지가 않았었기에 넘어갔는데 대략 그 정도쯤 지나니까 물 빠지는 힘이 아예 없더라고요.

해서 풀 때와는 반대로 오른쪽으로 돌려서 이번엔 조였답니다.

적당히 짱짱해지니까 그대로 둔 채 이번엔 두 번째(2) 호스를 열었지요.

두번 째도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물을 모두 빼버릴까 맘먹었었는데 여기는 처음과 달리 압력이 더 세더라고요.

그래서 은근히 겁먹었어요.

그 탓에 2~30초는 어림 반푼도 없고요, 여기서는 대략 십여 초 만에 도로 닫아 버렸답니다.

그런데 세 번째(3) 놈에서는 더 압력이 세더라고요.

'뭐가 이러나! 물을 뺐으면 압력이 더 줄여야 맞지. 왜 더 세지고 난리야!!!'

여기서는 하마터면 수압이 세서 제 옷이나 거기 걸린 전선에 다 쏟을 뻔했답니다.

그래도 두세 번에 걸쳐서 물을 여러 번 빼기는 했지만, 그랬긴 했어도 모두 합쳐 30초도 못 넘겼을 겁니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보일러 있는 쪽에서는 더는 건들지 않고 가스 밸브며 전원선 모두 제자리도 돌려놓고 들어왔지요.

05

 

이번엔 싱크대 아래쪽에 있는 분배기에서 자세히 보니 배관에 공기 빼는 밸브를 찾았답니다.

두 개나 보이는데 분배기 쪽 밸브를 젖히니 그곳에서도 물이 약하게 새 나오더라고요.

그 자리에서는 대략 30초쯤 트니까 바가지로 반 바가지쯤 나오더라고요.

그리곤 닫아버렸답니다.

 

드디어 방안에 붙은 리모컨으로 다가와서 보일러에 전원을 켰지요.

불이 켜지니까 잠시 뜸을 들이면서 '드르릉' 경쾌한 음향과 함께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지요.

 

그걸로 끝입니다.

그날을 지내고 오늘이 닷새째인데 그걸로 끝입니다.

오늘 새벽엔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진실하게 쓰기 위해서 화장실과 보일러 쪽을 몇 번이나 나다니며 그 자리에 서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관심을 더 가졌기에 못 들었는지도 몰라!

개뿔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그것 고쳤을 리도 없잖아!'

 

드르륵거렸던 소음도 타닥거리며 울렸던 소음도 탁탁 그랬던 소음도 다시는 들을 수 없었답니다.

고쳤다고 망발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도 모르는 이유로 소음 일으켰던 그 원인이 소멸했거나 임시방편으로 가려졌을 순 있을 겁니다.

그래서 나중에 또다시 화장실이 시끄럽거나 보일러가 시끄럽다면 가차 없이 풀어 재끼고 물을 뺄 것입니다.

보일러 아래쪽에 달린 밸브 세 개에서 그때는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양을 빼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탓에 비록 만 삼천 원 들였지만, 저는 그보다 큰 소득 얻었다고 자부하니까 말이지요.

여러분 모른다고 겁먹을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위험한 물건(가스·전기) 함부로 다루어선 절대로 안 됩니다.

안전사고는 오랜 시간 준비해서 오는 것도 아니고 스피드스케이트보다도 더 빠르게 다가서니까 절대로 방심해선 안 됩니다.

 

아직 바깥은 어둠이 지배하지만 제 맘엔 이미 날이 샜습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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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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