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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01 장롱 속 겨울 내복 다시 꺼내 입으면서…

장롱 속 겨울 내복 다시 꺼내 입으면서…

 

좀 전에 잠에서 깨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이것 감기가 들어설 거야!'

 

어제는 종일 목이 따가웠거든요.

특히 음식물 삼키기가 몹시 힘들었지요.

이른 아침에서부터 저녁이 되어 어머니 어쩐 일로 흰쌀에 바지락 넣어서 멀건 바지락죽까지 끓여주셨는데 그것 바지락 넘기기도 매우 버겁더라고요.

이 새벽에(네 시경) 거실에 나갔다가 또 어쩐 일로 어머니 만났지요.

제 아픈 것! 이 시간까지 우리 가족 누구한테도 말 꺼내지 않았지만, 문득 그것이 감기였으리라고 느껴지데요.

 

일어나자마자 맨 처음 방구석에 벗어두었던 양말 팬티 걸치고는 장롱 열어서 이제는 입지도 않을 걸로 생각했던 내복!

위아래로 꺼내서 입었답니다.

 

그러고서 나갔다가 어머니 봤던 거고 들어와서는 물이라도 마셔볼까 했는데 물통이 비었습니다.

꼭 이 비슷한 순간엔 평소 멀쩡했을 때 저의 지론(어떠한 인공적 가공도 하지 않는 맹물(현실에선 수돗물)이 약이다!!!)이 흔들리곤 했었는데 오늘도 딱 그 순간이 닥치니까 흔들리기도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달리 준비한 약물이 없기에 그 약물 그대로 시험해 보기로 했답니다.

 

물 한 컵(실지론 반 컵을 약간 넘어서) 따라서 천천히 넘겨봤지요.

혹시라도 목젖에 그 압박 커질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넘겼기에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젯밤 죽 넘겼을 때의 그 목젖보다 훨씬 부드럽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따끔하게 넘겨지기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끝까지 따라 넘겼답니다.

 

내복을 입은 지금 참 따뜻합니다.

머리엔 방안에서 털모자까지 걸쳤거든요.

 

요번의 상황 기침이란 것 전혀 안 했던 것도 아니지만, 너무나도 미약한 잔기침이었었고 그것 기침보다는 오히려 음식물 삼킬 때 목구멍이 몹시 아픈 거였기에 이것이 설령 감기였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답니다.

 

그런데 이것도 어쩌면 감기에 속할 거라고 문득 깨닫는 새벽입니다.

지금 와서 곰곰이 돌이켜 보니 그저께 바람 쐬러 나갔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뒤 속옷이고 뭐고 홀라당 벗어 빨래한 뒤로 내복을 다시 챙겨 입었어야 했는데 안 입어버렸던 게 이번 감기의 화근이었을 거라고 짐작하네요.

앞으론 날도 따뜻해질 테니까 인제는 안 입어도 될 것이라고 오판했던 게 그 이유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날의 오판을 뉘우치면서 다시 챙겨입게 되네요.

제가 지금이라도 그것 확인했으니 인제부터는 감기가 제 몸에서 살아나려고 고생깨나 할 것입니다.

이놈의 감기가 제 몸에서 몸부림칠 것인데 이 불쌍한 놈!

아직은 엄동설한에 내쫓기도 뭐하고 하루 이틀 더 데리고 살다가 적당한 시점에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녀석이 저처럼 나약한 의료취약자가 아니면 세상 그 어딜 가서 붙어먹고 살기나 하겠습니까?

 

감기바이러스를 애도하면서…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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