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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1.23 때때로 나는 코딱지만 한 정성에도 좋아 죽겠습니다.

때때로 나는 코딱지만 한 정성에도 좋아 죽겠습니다.

 

처음 그 모습 봤을 때만 해도 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 아니 누가 이렇게도 신발을 예쁘게 논거지? -

그제 오후입니다. 저기 보이는 슬리퍼는 제가 아파트 아래층으로 재활용 쓰레기 버리고 와서 벗어둔 신발이고요, 그 옆 가운데쯤에 운동화 그건 제 동생 거거든요.

그런데 저처럼 바깥을 보고 있잖습니까?

~ 꼬마야 꽃신 신고 ♬ - 01 ~

 

제가 이렇게 했던 건 대략 스무 해쯤 될 것입니다. 조금 덜됐을 수도 있고요. 굳이 그 처음을 기억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저 역시도 대다수가 그런 거처럼 남의 집에 가든 식당을 가든 하물며 우리 집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신발 모서리가 저렇게 바깥쪽이 아닌 안쪽을 향하게 했거든요.

늘 그랬었는데 어느 날 텔레비전의 한 프로그램에서 '일 마치고 돌아갈 때의 편의를 미리 살펴서 돌려놓는 정성(?)'을 소개한 걸 봤답니다.

그 날 이후로 언제 어느 때 어디에서든 꾸준히 그래 왔는데 그때가 정확히 언제였는질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함께 사는 가족에게도 그 방식 권유해 봤는데 누구도 듣지 않더라고요.

알맹이 민주주의가 됐든 껍데기 민주주의가 됐든 각자의 소양을 중요시하기에 다른 사람에게 권유했던 것도 아주 짧은 순간뿐이었지요.

 

그러했음에도 제가 신었던 신발이 아닌 다른 신발이 어쩌다가 저렇게 돌아가 있으면 가슴이 설레곤 하더라고요.

그러나 그런 설렘도 뒷날이 오면 말짱 도루묵이 됐으니까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시들해지기도 했고요.

 

그저께는 너무도 오랜만에 그 모양 쳐다보니까 어쩌면 그 상황극 - 눈이 다 휘둥그레지는 느낌 -

그런데 그런 모양새 어제 오후에도 자리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지 그 품새 그대로 여전합니다.

 

적어도 두세 번이나 그런 일부러 그런 모양새 내려고 애썼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글쓰기 직전에 다시 현관으로 가보고 왔습니다. 혹시나 바뀌었다면 쓰려던 것 즉시 멈추려고요.

흐흐~ 이 순간이 너무나도 고맙게끔 제가 바라는 모양새로 자리했네요.

 

순전히 요건 이런 겁니다.

- 고마운 신발이요, 어여쁜 신발이며, 고품격의 품성을 지닌 신발이자 지극히 예의가 바른 신발입니다 -

 

이 즐거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저는 얼른 우리 집 알림판에 그 성스러움을 페인팅했지요.

아마도 오늘 새벽에 출근하는 동생이나 우리 어머니 그것 쳐다보겠죠?

~ 꼬마야 꽃신 신고 ♬ - 02 ~

 

오늘 아침 동생 놈의 입꼬리에도 어머니 입꼬리에도 그리고 우리 모두의 가슴마다 살짝 예쁜 보조개가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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