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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1.21 앓던 침해가 깊어진 줄도 모르고 집 나갔다면 그러했지 않았을까?

앓던 침해가 깊어진 줄도 모르고 집 나갔다면 그러했지 않았을까?

 

이 이야기는 지난 토요일에 여수에서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었는데 광주 우리 집에서 거기로 떠나면서 시작한 이야깁니다.

그날 아침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다짐이었어요.

그런 까닭에 출발하는 집에서부터 마지막에 들어설 여수 돌산도까지 그 목적지 이정표를 뽑아보기까지 했었는데…

 

그러나 계획은 계획이고 제 몸뚱어리에 닥칠 현실은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광주 시외버스터미널인 광천동 터미널 들어설 때까진 매우 좋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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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갔지요. 집 나오기 전에 준비하고 다짐한 그대로 터미널 안쪽에서 먼저 승차권 뽑을 데를 찾았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니까 오래 걸릴 것도 없이 금방 찾아냈어요.

천정에 벽면에 보이는 이정표를 따라 부지런히 걸었더니 거기 '승차권 자동 발매기(이 글 쓰면서 사진을 보고 알았음. 이전에는 승차권 자판기로 알았었다)'가 그것을 뽑으려는 약간의 대기자와 함께 줄줄이 서 있습니다.

 

어떤 줄은 때마침 아무도 없데요. 얼른 들어갔지요.

'인터넷의 터미널 홈피에선 여수까지 고속버스는 없고 직행만 있었는데 요금이 10,300원이었지… 일단 만원짜릴 넣어 놓고 보자!'

지폐 투입구에 만 원짜리 아무리 집어넣어도 들어가질 않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고장 났기에 아무도 없었던 거야…'

 

바로 옆 발매기를 줄 섰다가 찾아갔습니다. 여기서는 만원짜릴 투입구에 대고는 여수 누른 뒤 그래도 특별한 반응이 없어 다시 여수 누르고 진행 눌렀는데 그때는 마침 돈이 들어가니까 300원 더 내야 한다는 걸 깜빡 잊고서 진행이며 결제까지 일사천리로 해버렸답니다.

그랬는데 거스름돈 나오는 것 같이 생긴 그 자리로 차표 한 장이 뚝 떨어졌답니다.

 

그때야 지금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차표에 7천 오백 원이었던가 하는 액수가 찍힌 걸 보고서 놀라서 허둥댔지요.

'엉? 만 삼백 원이라고 했는데 훨씬 못 미치네~' 그러고 나서 받은 승차권을 자세히 보니까 이것 여수가 아니라 구례에 찍힌 겁니다.

그걸 보고서 진짜 허둥댔어요. 분명히 여수를 눌렀는데 구례가 찍힌 것이며 칠천 얼마면 잔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

 

~ 청산리 벽계수야 - 01 ~

 

환장하겠데요. 뒤쪽에 다른 사람들 기다리니까 언제까지고 들여다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니 얼른 그 자리 나오면서 두리번거렸는데 살짝 옆으로 옮겨갔더니 그 자리에 얼굴 보면서 끊어주는 승차권 수동 발매소가 보였습니다.

대뜸 달려가서 '옆에서 여수 누르고 뽑았는데 구례가 나왔으며 잔돈도 다 먹어버렸다는 기막힌 사연을 털어놨지요.

그랬더니 300원이 아니라 오천 얼마를 더 내라고 하지 뭡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기계 다룰 줄 몰랐던 제 실수가 분명했습니다. 더 따지고 어쩌고 할만큼의 게재가 아닌 듯싶었습니다.

다른 사람들 처지도 생각해야 하니까 지갑에서 꺼내 밀어 넣고는 제대로 된 승차권을 받아왔지요.

 

~ 청산리 벽계수야 - 02 ~

 

 

~ 청산리 벽계수야 - 03 ~

 

 

~ 청산리 벽계수야 - 04 ~

 

그렇게 여수까지 갔는데 내려가는 도중 거기 미리 도착한 한 친구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버스 안이니까 통화할 수가 없어 벨 울릴 때 거부하고는 문자로 주고받았답니다.

여수에 들어오면 연락 주라는 이야기였어요.

 

저는 오로지 집에서 계획한 것만 생각했기에 막상 여수에 닿자 우리가 모일 그 자리(돌산읍의 모처)에 찾아갈 방만 모색했지요.

좀 전에 친구와 연락했다는 걸 깜빡 잊고서 말입니다.

 

인터넷에서 그곳 시내버스 번호만 확인했지 그 구체적 방식을 모르겠기에 어느 가게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물었답니다.

저를 상대한 아주머니가 너무도 친절하게 잘 일러 주십니다.

저는 그게 또 고마웠지요. 해서 친구들한테 뭐라도 사가기로 했지요. 홍시를 가져가자니 내 짐 가방에 담을 수도 없겠고… 망설이는데 아주머님이 상사로 된 음료수를 권합니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그런저런 이야기 나누던 중 아주머니 고향이 제 고향(고흥)이라는 사실에 또 반갑습니다.

가게를 나와 아주머니 일러준 대로 시내버스 정류장에 이르렀는데 그쯤에서야 아까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지요.

 

시내버스 기다리는 동안 녀석한테 통화를 시도했는데 녀석이 아니라 여자 친구가 받습니다.

대번에 알아볼 수 있는 그 녀석 목소리네요. 제 사정 이야기했더니 버스 타지 말고 택시를 잡으랍니다.

그러고는 택시에 오르면 자기한테 전화 걸어서 택시 기사를 전해 주라네요. 그래야 도착할 장소에 정확히 내려놓지 않았겠어요?

 

여기까지가 가는 과정이고 거기서 친구들과 잘 보냈습니다.

몇 놈이 되지도 않았지만,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데요.

예들이 어찌나 이야길 재밌게 만들던지 한 다리 건너면 세상 모두와 다 연결될 듯도 싶었습니다.

'박근혜 이야기', '이정현 이야기', '검찰총장 이야기' 거기다가 '안기부 이야기'까지 그 모두가 우리 국민과도 연결된 이야기지만, 친구들이 재밌게 꾸며주니까 내 친구들이 조금만 먼저 서둘렀다면, 혹은 조금만 제대로 대처했다면 이런 기막힌 개떡 같은 국치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황당하고 뜬구름같은 저만의 소설도 만들어지고 읽히데요.

 

광주에 오면서는 고흥 사는 친구놈이 저 차로 순천에까지 보내 줍니다.

해서 순천에서 광주에 들어서기까진 너무나도 편하게 왔어요.

자에서 지루할 것 같기에 생전 잘 보지도 않은 또 책 볼만큼의 처지도 못된 제가 가져간 책을 펴놓고는 한 장도 미처 못 읽었답니다. 내려가면서는 그래도 몇 장이나마 넘겼었는데…

마구 졸음이 쏟아지데요. 실은 간밤에 어떤 놈하고 이런저런 인생사로 거의 날밤을 깠거든요.

그랬는데 그 녀석 24시간 대기조라며 어제가 일요일인데도 이른 새벽 느닷없이 전화를 받고는 급하게 챙겨서 떠나갔습니다.

밤중에도 제대로 나눈 뒤 떠난 한 놈을 뺀 두 놈이 쥐도 새도 모르게 튀었기에 씁쓸했는데 밤을 나눈 친구마저 떠나가니 '인생사 새옹지마' 따로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밤중엔 어느 친구가 제 무릎에 엎드려서 신발 끈 헐겁지 않게 풀어지지 않게 바짝 매주는 걸 보고서는 그 고마움은 하늘에 닿습니다.

녀석한테 제대로 된 인사도 못 건넸는데 이 자리서 전할래요.

 

'세순아 고맙다~ 내 친구 황세순씨 고맙습니다!!!'

 

꾸벅꾸벅 졸면서 얼마나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광주 운암아파트 내리실 분 내리십시오!' 그 비슷하게 차내 스피커에서 언뜻 들려왔어요.

그 소리는 종점인 터미널까지 가지 않고 시외버스가 시내에 들어오기 전의 첫 정류장이 그곳인데 내릴 사람 내리라는 전갈입니다.

벌떡 일어났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 체 무작정 메고 갔던 가방을 든 체 차 안에서 버스 앞쪽으로 치달았어요.

'운암아파트면 내려야지. 운암아파트면 내려야지…' 그 소리면 중얼대면서 어떻게 해서든 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결국은 사달이 나네요. 고속버스뿐만 아니라 일반버스에도 그런 거 있지만, 맨 앞쪽에 불쑥 튀어나온 곳 있죠?

거기까지 달려가서 그 자리에 부딪혀 넘어져 버렸습니다.

차에서 그 광경 본 사람은 우습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안타까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체 장애 2급' 나중엔 정밀 검진하더니 '뇌병변 장애 2급'!!!

비틀거리면서 앞으로 내달리더니 퍽 하면서 고꾸라졌을 그 모양새!!!

저 자신이 상상해 봐도 어처구니없어서 우습지만, 비틀거렸을 걸 받아안으니 너무나도 처연합니다.

마침 기사님이 차 밖으로 나와서 제가 차에서 내리는 걸 지켜보십니다.

여기가 어딘지 감도 잘 안 잡히고 어리둥절했습니다. 몇 년 전에도 그 비슷한 장소에서 내렸던 경험이 있었는데 근처에 시내버스 정류소가 있었다는 것만 떠오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그에 대한 기억을 추스르며 열 걸음 스무 걸음쯤 나아가니까 진짜로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봉선 27번' 제가 시내 나갈 때 가끔 타는 노선인데 이정표에 그 노선이 끼었습니다.

알면서도 그 노선이 제 사는 아파트 근처까지 가는지 확인합니다.

정류장 전광판엔 그 차가 들어오려면 아직 5분쯤 남았네요. 다시 꾸벅꾸벅 졸았지요. 다 보이는 장소니까 티 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졸았는데 어느 순간에 기다리던 시내버스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제 조금만 더 가면 우리 집이겠거니 생각하니까 목소리에 무척 경쾌했지요.

그랬는데 다음 첫 번째 정류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지요.

'이게 아닌데… 이러면 시내로 가는 것 아냐!!!' 두 코스쯤 더 가서 내릴 자릴 일러주는데 그 자린 분명 집으로 가는 길하곤 정반대 방향입니다.

왜냐면 80년도 5.18을 제가 그 근방의 고등학교에서 맞았을 뿐만 아니라 87년 6·29 이전이나 그 한참 뒤에도 그 근방에서 자취하면서 지냈으니까.

 

세월이 흘러 물리적 도로 사정이나 건축물의 형태 구조는 완전히 뒤바뀌었지만, 그 지역 일부분을 일터로 삼았거나 안식처로 삼았다는 거 직감하기에 더는 망설이지 않고 내렸답니다.

현금으로 줬기에 갈아탈 수도 없고 광주 시내버스 차비 천사백 원 날렸습니다.

 

거꾸로 한참을 걸어 건널목을 건너왔지요.

그러고는 집으로 직진할 제대로 된 정류장에 들어서선 느긋하게 앉았습니다.

들고 갔던 가방을 열어 하얀 동전통을 꺼냈지요. 차에 타면서 동전 헤아려서 건넬 순 없잖겠어요?

미리 천사백 원을 정확하게 헤아려 주머니에 털어 담습니다.

시내버스 오면 주머니 통째로 더듬어서 그 모두를 움켜잡고서 동전통에 부으면 끝일 테니까…

 

그렇게 백 원짜리 동전 헤아리면서 생각했습니다.

'아~ 류중근 / 아~ 내 모습'

- 아마도 앓던 침해가 깊어진 줄도 모르고 집 나갔다면 -

- 바로 그 모습이 내 모습일 거야, 틀림없이 그런 처참한 형국일 거야 -

- 그렇더라도 나의 중근이 / 장하다. 고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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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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