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창 전체 방문자 수 → 홈페이지 오늘 방문자 수 → 방문통계 어제 방문자 수 →

'고장_난_벽시계_고치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7.05.03 어머니 방 벽시계가 도무지 돌아갈 줄 모르던 날에

어머니 방 벽시계가 도무지 돌아갈 줄 모르던 날에

 

 

~ 벽시계의 외출 ~

 

'어^ 오늘도 출근해?'

'어제가 노동절인데 삼성에서 난리가 났지?'

'그나저나 인제 지나버렸다만, 너의 노동절 축하한다~'

눈이 떴을 때 이미 일곱 시가 넘었는데 바깥에서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나가봤더니 어머니 분주하시고 동생은 아침을 들고 있더라고요.

 

텔레비전에서 듣기엔 징검다리 휴가 어쩌고저쩌고해서 우리 막내도 계속해서 안 나갈 줄 알았는데 글쎄 출근하는 날이었나 봐요.

동생과 몇 마디 주고받으면서 나누는 사이 어머니께서 거드십니다.

'이야~ 내 방 시게 올려다봤더니 아직 한참 멀었기에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다시 눈떠보니 날이 훤하지 뭐냐!!!'

어머니 방 벽시계가 고장 났다는 이야깁니다.

 

여기까지 나온 대화는 오늘 이야기가 아니고 어제 아침에 있었던 이야깁니다.

그러니까 지금 쓰는 이야기도 어제의 이야기가 되겠네요.

 

그렇게 동생 놈 출근시키고 저는 어머니 방에서 벽시계를 떼어왔습니다.

초침이 까딱거리기만 했지 돌지는 못하더군요. 이러면 틀림없이 약이 떨어져서 그런 거니 약만 갈아 끼워 주면 그만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랬기에 제 방에서 쓸만한 건전지를 골라 꽂아줬지요. 역시 잘 돌아갑니다.

 

시 분침이 안 맞기에 그것 맞추려는데 인제야 아주 오래전에 그것 부러져나가고 아주 몽달귀신처럼 너무나도 짧아서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는 걸 말입니다.

예전엔 그걸 펜치를 써서 겨우 잡은 뒤 돌려서 시 분침을 맞췄었는데 인제는 그때보다 더 문드러져서 펜치로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하여 바느질하는 바늘이라도 어떻게 꽂아보려는데 그 역시도 안 통했어요.

 

그런 걸 곁에서 지켜보신 우리 어머니께서 그러십니다. 차라리 시계방에 맡겨보라고 말이에요.

제 생각에도 그랬습니다. 그러잖아도 그놈 콧구멍만 한 시계에 달린 나사에 드라이버 대고 풀어보려다가 아예 망가뜨린 거 같기에 불안했었는데 이도 시계방에서는 어쩌면 고쳐낼 것도 같았으니까…

 

시계방도 미장원도 문이 열렸을 즈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드디어 들고 나갔죠.

'뒤에 시 분침 돌리는 거가 망가졌는데 혹시 이런 것도 고쳐주나요?'

시계방이니까 당연히 고쳐줄 거로 알면서도 의례적으로 던져봤지요.

그쪽에서도 그냥 내치긴 뭐했던지 잠시 들여다보더니 벽시계의 거기 고장 난 건 손보지 않는다고 그랬습니다.

하는 수 없이 들고나와서 미장원에 들러 간만에 머리털 시원하게 잘라냈지요.

 

그리고 집에 와서 곰곰이 따져보니 그것 시계를 고칠 게 아니라 시 분침만 돌리면 그만이겠다는 생각에 미쳤습니다.

하여 드라이버 펜치 다시 가져와서는 인제 시계가 아니라 시계를 둘러싼 껍질을 분해하려고 했답니다.

 

바깥쪽에 박힌 커다란 나사못 네 개를 먼저 들어냈는데 작은 나사못 네 개가 더 있습니다.

그 모두를 풀고 나니 시계를 감쌌던 둥그런 유리가 덜컥하면서 빠졌지요.

그 순간에 깜짝 놀랐답니다. 제가 높이 들지 않고 1, 2cm의 아주 낮은 위치에서 떨어뜨렸기에 망정이지 그 밑으로 펜치나 드라이버 같은 혹은 나사못이라도 그따위 쇠붙이가 있었다면 틀림없이 깨 먹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 시계 유리가 편편한 평면 유리가 아니라 볼록한 볼록유리였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그렇게 벽시계의 바깥을 걷어내니까 이제는 시 분침 맞추는 것이 식은 죽 먹기가 됐습니다.

다시 조립하면서는 아까 풀면서 두 번째 풀었던 나사 네 개를 어디서 풀었는지 그 부분이 얼른 생각나지 않아서 한참이나 헤맸답니다.

그랬기에 자꾸 유리를 떨어뜨려서 깨끗했던 유리의 가장자리 두 군데나 우둘투둘해졌지요.

마침내 맞춰 끼운 뒤로는 그것 보이는 대로 그냥 끼웠어도 무방했었을 걸 그렇게 헤맸던 저 자신의 우둔함에 속상하기도 하더라고요.

 

어쨌든 어머니 방에 다시 걸어놓고는 돌아서면서 무척 뿌듯했었거든요.

그랬는데 제 방에서 곰곰이 돌이켜보니 그 시계 너무도 정확하게 맞췄다는 게 왠지 초조하고 불길했습니다.

제 핸드폰 켜놓고 거기다가 맞췄으니까. 얼른 어머니 방으로 가서 걸었던 벽시계 다시 떼어왔습니다.

 

그러고는 잽싸게 다시 푼 뒤 시 분침을 12시에 일직선으로 맞춘 뒤 풀었던 나사를 모두 조인 뒤 정오가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시각이 마침 5분 전쯤 됐을 시각이었으니까…

사실은 임으로 돌렸을 때의 시 분침의 위치가 얼마나 정위치에 올지 그 부분이 걸렸기에 마침 그 기회에 맞춰야 했었습니다.

드디어 제 핸드폰이 11시 58분을 알리자 그 즉시 대기하던 건전지를 끼워 초침을 살렸답니다.

 

나중에 어머니가 오셨을 때 어머니의 벽시계 2분쯤 앞당겼다고 말씀드렸더니 참 잘했다고 그러데요.

위에 나온 시계는 제 방의 시계입니다.

이 오밤중에 어머니 방에 들어갈 수 없잖겠어요?

그래서 제 방의 벽시계를 대신해서 박았지요.

 

 

Posted by 류중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