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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토록 학수고대했던 것 해내기 전까지 나머지는 모두 기타 등등이 돼버립니다.

 

- 프린터에서 아무 거리낌도 없이 컬러 인쇄물을 뽑아내던 날 -

엄청나게 열정 쏟았고 기대했던 순간입니다.

바로 그 순간이 막상 닥쳐오니까 그때야 비로소 주변이 어슴푸레 보이데요.

 

- 며칠 전에 문자 하나를 받았거든요. -

삼십 여년 전 졸업한 고등학교 총 동문회장이 보낸 문자입니다.

받아보니 다른 거기서 보내온 다른 때 내용과 매한가지로 그게 모든 동문에게 보내는 어떤 경조사의 한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그 당사자가 제게는 매우 독특한 상대입니다.

83년에 졸업했던 삼백여 동기 중 가장 선명하게 박힌 친구라고나 할까요?

밉지도 않고 참 좋은 친구였는데 우린 어느 날 아주 짧은 한순간에 겪은 딱 한 번의 '이 무슨 시츄에이션(애매한 분위기)' 덕에 졸업하는 순간까지도 또 졸업하고 나서도 더 가까이도 더 멀어지지도 않았답니다.

당연히 그가 현재 어디서 뭘 하면서 사는지도 모르겠지요.

 

문자 메시지엔 바로 그 친구의 부친이 상을 맞았다는 전갈이었어요.

그것 보자마자 꼭 한번은 만나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요놈의 컬러를 못 빼는 프린터한테 목매다 보니까 그 내용 깜빡 잊었던 겁니다.

그렇게 온통 프린터에 모두 처박았는데 마침내 프린터를 정상(?)으로 되돌렸다는 확신 들었던 순간이 아마도 어젯밤 열 시 반을 좀 넘어서였을 겁니다.

 

방안 여기저기가 어지럽게 널린 상황인데 드디어 요것 말고에 대한 여력이 작동합니다.

휴대폰에 무슨 문자가 왔기에 열었더니 초저녁에 시골 친구놈한테서 왔던 문자가 있네요.

그것 확인하지도 않고 얼른 이전에 왔던 걸 생각합니다.

 

'맞아 내일이 발인이잖아. 큰일 났다^ 빨리 가보자!!!'

지금은 말끔하지만, 어젠 수염 덥수룩하고 낮엔 세수도 제대로 못 한 상태였는데 그따위엔 신경도 안 갔습니다.

얼른 거실로 나갔죠. 거기 편지봉투와 우리 집 게시판(소형 백보드)이 있거든요.

 

부리나케 지갑에 여분이 있는지 챙겨서 봉투에 담고서 장례식장에 다녀올 테니 현관문 걸어 잠그지 마시라는 당부를 적어놓습니다.

11시에 나가마고 썼는데 실지론 5분쯤 더 걸려서 아파틀 나섰네요.

 

멀지 않은 가까운 곳이거든요. 우리가 사는 동네와 가까운 곳에 있는 병원(광주 첨단1단지 보훈병원 장례식장) 처음 그 소식 접했을 때만 해도 자전거로 꼭 다녀오마고 다짐까지 했던 그곳입니다.

택시로 '삼천삼백 원' 드네요. '흐흐… 기사님 제가 크게 인심 쓸게요~ ♬'

'천 원짜리 석 장에 오백원짜리 하나'를 건네면서 웃었답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런데 지하실에 있는 분향 실마다 아무리 둘러봐도 메시지에서 나온 자리는 비었습니다.

두 바퀴나 돌고는 안 되겠다 싶기에 문자 보낸 동문회장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되묻는 문자도 보냈거든요.

밤 열한 시도 넘은 시각이라서 언제 답글이 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다시 1층으로 올라가서 장례식장 사무실 직원을 불러세웠죠.

 

사정 이야기하자 문자 들어온 휴대폰 좀 보잡니다.

하여 건넸더니 장부 확인하고선 어제 벌써 발인했다고 그러잖아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어리둥절해 있는데 날짜를 말합니다.

 

맞아요. 동문회에서 문자 오기론 20일이 발인 날짜라고 그랬는데 어제가 그날로부터 하루가 지난 21일이었던 겁니다.

그 날짜 소릴 듣고는 저 자신이 너무도 어이가 없고 황당해지데요.

 

순간적으로 너무도 창피하고 친구놈한테 부끄러웠죠.

'자~ 류중근^^^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처음엔 그런 심정에 저 자신을 혼도 낼 겸 친구한테 미안한 맘도 덜 겸 거기서 집까지 걸어올 생각조차 하고서 차도를 찾아 걸어 나오는데…

길어야 두 시간쯤 걸으면 충분히 들어올 거리로 여기기도 했고요.

 

막상 걸으면서 제가 정신이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미칩니다.

길바닥은 온통 꽁꽁 얼었는데 또 울퉁불퉁 미끄럽기까지 했는데…

제 몸으로는 그 밤중에 도저히 걸을 수 없는 환경이란 걸 깨닫고는 '미안함', '죄책감' 요따위가 그 얼마나 감상적이고 낭만적이며 철없는 객기였음을 절감했네요.

 

즉시 떼던 걸음 멈추고서 눈앞의 택시 옆에 섰지요. 마침 누군가가 거기서 내렸기에 그 차를 타고 아파트로 돌아왔네요.

올 때도 역시 1원 한 장 안 빠지고 '삼천삼백 원' 그러니까 왕복 차비 칠천 원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대로 나갔답니다.

 

그냥 집으로 들어오기엔 뭔가가 좀 허전합니다. 흐흐… 아파트 상가에 들러서 평소 그토록 먹어보고 싶었던 '별 뽀빠이 두 봉지(한 봉지에 네 개씩 들었더라.)'를 사 들고 왔네요.

사천이백 원인가 했으니까 가만히 있었으면 쓰지 않아도 될 비용 만천이백 원이 훌러덩 날아갔네요.

 

'야^ 프린터 요놈!!! 너 때문에 나 쪼다 됐는데 너 어떻게 할 거야!!!'

 

~ 꿈은 이루어진다 ~

 

어제는 프린트한 내용에 색이 편중했기에 나머지 잉크를 더 채울까도 생각했는데 본래부터 골고루 채운 상태니까 그냥 참으면서 프린터를 켜둔 채 하룻밤을 묵었답니다.

그랬더니 제 예상대로 오늘 내용은 비교적 골고루 섞여 나왔답니다.

그런데 아직 프린트 내용 선명하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가로로 줄이 그어져 나온 걸 보니 아직도 완전한 상태는 아닌 거로 보이네요.

잉크가 카트리지에 적절히 베이도록 어차피 기다린 거니까 오늘 밤을 한 번 더 묵어 보렵니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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