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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19 다른 데도 어디 물 한 방울이라도 새는 곳 있나 눈 씻고 찾아보세요!

다른 데도 어디 물 한 방울이라도 새는 곳 있나 눈 씻고 찾아보세요!

 

며칠 전 이야깁니다.

'거 참 이상하네~ 어째서 잡자마자 깨져버렸을까…'

그날 어머니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마침 제가 곁에 있었기에 제 짐작이지만, 제게 들려주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당연히 물었겠지요? 했더니 항아리가 소리도 없이 깨져버렸다는 겁니다.

무슨 소리냐고 재차 물으면서 어디 그럼 한번 보자고 그랬지요.

했더니 부엌 베란다 깊숙이 보일러 쪽으로 가시더니 두 조각 난 항아리 뚜껑을 들고 오시데요.

 

그놈 둘을 식탁에 올려놓고서 맞춰보니까 그야말로 이건 예술적(?)으로 예쁘게 깨졌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퍼뜩 스치는 것이 있었거든요.

그 며칠 전에 마을 근처 오일장 서는 자리 철물점까지 가서 사 왔던 다용도 접착제(도자기, 유리, 나무 등을 붙일 수 있다는 접착제…①)며 그 시점을 전후해서 동생 놈이 물이 새는 베란다 방수 공사하려고 사 와서 작업한 뒤 남은 실리콘(…②)이 그것입니다.

 

깨진 항아리 뚜껑을 건네받고는 방으로 들어와서 먼저는 접착제로 붙이고서 그다음에 실리콘으로 덧붙이고자 했습니다.

계획한 대로 먼저는 깨진 항아리 뚜껑 둘 모두에 접착제 둘을 차례로 길게 짜서 서로 섞이게끔 페트병을 얇게 잘라서 접어 만든 혼합기(?)로 섞어 놓은 뒤 그 점성이 어느 정도 굳게끔 시간을 지체해서 붙이려는 데까진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 둘 손으로 내내 잡고 있다면 문젯거리가 될 게 없었겠지만,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붙였던 그 틈이 일그러져 버렸습니다.

왜냐면 항아리 뚜껑 생각만큼 평평하질 않아서 그 균형이 어긋났던 까닭입니다.

 

그것 자세를 바로잡으려고 얼마나 다급하게 주위 사물 스캔하면서 짱돌 굴렸는지 모릅니다.

마침 그 어딘가에 쓰려고 만들어 뒀던 널찍한 나무 판지가 있어 그놈을 요리조리 굴리면서 벌어지지 않게끔 잡은 항아리 조각과 그 배치를 맞춰갔지요.

드디어 일그러지지 않게끔 자리가 잡혔습니다.

정말이지 그 짧은 순간이 너무나도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접착제가 굳어버리기라도 했다면 여태 공들였던 거 도로아미타불 되잖겠어요?

 

그렇게 자리를 잡아 놓아둔 지 세 시간쯤 지나니까 어느 정도 단단해졌습니다.

그런데도 붙여둔 자리 아무렇게나 건드렸다가는 다시 비틀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심정에 몸 가까이 끌어와서는 베란다로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이제는 그곳에서 작업(실리콘 쏘는 것)하려고 그랬거든요.

 

그랬었는데 앗^ 나의 실수!!! 문제가 생겼습니다. 너무나도 가까이 들이댄 나머지 깨진 항아리 뚜껑 틈바구니로 새 나온 접착제가 제 셔츠 가슴·배 쪽을 길쭉하게 그어버렸지 뭡니까?

한마디로 셔츠가 접착제로 도포돼버린 겁니다. 그대로 뒀다간 이것 정말 큰일 날 것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얼른 조심스럽게 웃통을 벗어 얼른 욕실로 들어갔지요.

그러면서 양말 빨 때나 쓰는 작은 함지박에 콸콸 내려서 접착제 더 굳는 것을 막고는 다시 꺼내서 빨랫비누 감싼 모기장 같은 주머니를 쥐어 잡고 문댔답니다.

 

몇 번이나 집중해서 문질렀건만 접착제가 워낙 끈적거리는 거라서 깔끔하게 없어지질 않더라고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인제는 다 말랐기에 입고 있는데 가슴 쪽이 아닌 배 쪽으로 새똥처럼 까만 자국이 점점이 뭉쳐서 보입니다.

 

어쨌든 그것 빨아서 빨랫줄에 걸어놓고는 쓰다 남은 실리콘 가져와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와~ 그 끝이 대개 굳었다고 생각해서 실리콘 뒤꽁무니에 밀대 대고 콱 밀어 넣다가 하마터면 왕창 쏟아져 나올 뻔했답니다.

그것 생각 밖으로 그렇게 많이 굳지도 않고 쉽게 나온 겁니다.

 

실은 며칠 전에 동생 놈이 쏘는 것만 봤지 저로서는 난생처음으로 그것 실리콘 만져봤던 거였거든요.

해서 은근히 겁(?)도 나고 했기에 막힌 그 끝을 살짝 더 자른 뒤에 해낼까를 고심했던 것도 아니었기에 차라리 그러기 전에 세게 눌러서 나온다면 자르지 말고 그대로 작업하자던 내심도 있었기에 얼마나 놀랐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맨 처음 쿡 눌렀을 때 예상을 벗어나서 쏟아지긴 했어도 그 양이 수습 가능한 정도였기에 화장지 몇 장을 뽑아서 닦아냈답니다.

그리고는 접착제로 붙인 항아리 깨진 부위를 쭈룩쭈룩 뽑아 흘렸죠.

그러고도 하루쯤 더 말린 겁니다.

 

~ 두껍아 두껍아 - 01 ~

 

 

~ 두껍아 두껍아 - 02 ~

 

인제 다 됐다며 어머니께 보여줬더니 난데없이 이번엔 항아리 이야길 하네요.

뚜껑 말고도 진짜 새는 거가 항아리 그 자체랍니다. 저는 사실 이 항아리가 있었다는 거조차 몰랐는데 그제야 알게 됩니다.

그 처음엔 잘 몰랐는데 한가득 담아두면 어디에선가 다 새버리기에 김장 같은 건 담아 둘 수도 없고 해서 여태 된장 담는 항아리로만 썼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항아리를 닦다 말고 그 안의 둥그런 테두리를 보이데요. 그 테두리가 새는 선 마지노선이라지 뭐예요.

 

~ 두껍아 두껍아 - 03 ~

 

물을 채워보면 그냥 알겠다 싶기에 거실 쪽 베란다로 가져와서 물을 채웠지요.

 

~ 두껍아 두껍아 - 04 ~

 

가득 다 차지도 않았는데 얼떨결에 옆으로 새는 모양이 보였습니다. 그것 말고도 또 새는 곳 나올지도 모르기에 거의 다 채우고는 멈췄네요.

제게는 몇 년 전 어느 날 우리 마을 '천원 마트'에 들렀다가 그것이 고급 사인펜인 줄 착각하고서 사뒀던 '형광 마커'가 있었답니다.

천원에 네 자루나 되니까 싼 맛에 사뒀던 거지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거실 한쪽에 내버려뒀던 그것! 세상에 이런 일에 그 거 써먹을 줄을…

그놈으로 동그라미 쳐둔 뒤 받았던 물 다 비웠지요.

 

~ 두껍아 두껍아 - 05 ~

 

그것 물 비우기 전에 어머니께 물 새는 자리 확인시켜 드렸는데 어머닌 그 자리 말고도 다른 곳 흠집으로 보이는 자리 가리키면서 그런 곳도 샐 것이라고 그런 자리까지 모두 땜질해놓으랍니다.

기껏 다 보여준 뒤 물 부었는데 또 그런 소리 하시니까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옵니다.

 

비웠던 항아리에 다시 가득 채워놓고서 어머니께 악다구니 써가면서 이 순간 엄청난 효도를 저질렀지요.

- 다른 데도 어디 물 한 방울이라도 새는 곳 있나 눈 씻고 찾아보세요! -

 

그러면서 더욱 거창하게 선언(?)했답니다.

- 나! 그놈의 물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손도 안 될 거예요! 자연적으로 마를 때까지는, 그걸로 열흘이 걸리든 스무날이 걸리든 흠^ -

 

~ 두껍아 두껍아 - 06 ~

 

 

 

자식놈이란 게 기껏 키워줬더니 저렇게 못돼 처먹었습니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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