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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05 어? 어! 어^ 하려는 찰나에 하마터면 인생 종 칠뻔했습니다.

어? 어! 어^ 하려는 찰나에 하마터면 인생 종 칠뻔했습니다.

 

어제는 화장실 누수공사 마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지요.

그러고는 그곳 아주머니와 여러 가지 삶의 궤적 훑었던 것까지야 무척 좋았었는데…

돌아와서 한참이 흐른 오늘 새벽에 문득 되돌아보니 그 자리에 너무도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지요.

 

실수의 내용인즉, 화장실 천정에 빠져나가지 못한 누수가 가득 찼는데 그따위 담소나 씨불이고(?) 있었으니 이게 바로 실수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오늘 다행히도 다소 늦긴 했지만, 그걸 깨달았으니 아주머니 놀라지 않게끔 최대한으로 조심해서 다시 만나게 되었답니다.

 

너무도 엉겁결에 화장실 천정의 고인 물을 걸레 조각에 묻혀 손 감각에 잡히는 족족 있는 대로 적셔내긴 했는데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기에 얼마나 닦아냈는지 그 가늠조차 못 하겠더라고요.

아주머니 역시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그것도 엉겁결에 마주쳤으니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오늘은 준비부족으로 그것 완전히 확인(?)하는데 턱없이 부족했지만, 내일은 더 철저히 준비해서 다시 만나기로 했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언제 물 새는 게 멈출지도 몰라서 마냥 기다려야만 했던 처지였는데 인제 어느 정도는 그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기에 기분이 좋았답니다.

그리고 착하고 고운 아주머니께서 제가 그런 작업해 낼 수 있게끔 허락해주니까 그 기분 그냥 날더라고요.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뭐라도 좀 하자!'

그래서 생각한 것이 실로 오래간만의 자전거하이킹입니다.

그 대상을 어디로 삼을지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결정했지요.

바로 아버지가 누워계시는 '영락공원'입니다.

 

새참으로 보온병에 물도 담고요, 경로당에서 어머니가 얻어온 떡시루도 담았답니다.

그리고 추울 것을 대비해서 헤드폰을 꿰매 단 방한 모도 덮어썼고요.

 

그래도 아버님을 찾았는데 보잘 건 없지만, 아버님이 먼저였지요.

 

Road mistake-01

 

Road mistake-02

 

Road mistake-03

 

Road mistake-04

 

거기 찾아가는 길은 계속하여 오르는 길이 많았기에 숨이 헐레벌떡 받혀오고 땀방울까지 맺히기에 그도 그럴 것이 대가리에 저 두툼한 모자를 꼭 눌러쓰고 갔으니 오죽했으려고요.

그 모자 쓰고 온 것을 후회도 했었지만, 되돌아오면서는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찾아갈 때는 바람이라곤 털끝만치도 없었는데 돌아오면서는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세던지 미치겠더라고요.

그 모자가 없었으면 엄청나게 추웠을 겁니다.

'역시 나는 선견지명이 있어!' 그렇게 속으로 우쭐대면서도 계속하여 페달을 밟아야 했답니다.

예전 같으면 계속하여 내려오는 길이니까 너무도 세차게 내려오는 바람에 이러다가 급브레이크 잡으면 터질지도 모르겠기에 그 속도가 불안하기까지도 했었는데 오늘은 계속하여 밟아야 했답니다.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세찼는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얼마쯤 내려오자 드디어 인제 찾아갈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고 안전한 지름길을 따라오고 있었지요.

그 어디쯤에서 조막만 한 개들 서너 마리가 나와서 마구 짖어 댑니다.

그것들 떠드는 걸 보니까 예전에도 한두 번 만났던 걸 생각해 냈지요.

4~50m를 연달아 짖으면서 따라오네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맨 처음엔 다른 일로 짖는 줄 알았답니다.

페달 밟은 제 발 옆으로 바짝 붙어서 컹컹 짖는 걸 보고서야 그쯤에서 겨우 알아챘지 뭡니까?

또 얼마쯤 더 가자 대략 50m 앞쪽에서 그 또래의 개 한 마리가 마구 뛰어 옵니다.

저는 그놈에 저를 반기려고 뛰어 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와서는 웬걸 따라붙는 서너 마리보다 더 큰 소리로 짖어 대더라고요.

저도 그 순간엔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무시하고는 몇 바퀴를 더 돌렸는데 그쯤에서 퍼뜩 스치는 겁니다.

'저놈들 사진에 담아버리자!'

자전거를 급히 세웠지요.

늦었습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애들아~ 이리 와봐! 사진 찍어줄게. 응?'

망할 놈들이 신청도 안 하더라고요.

'에잇 망할 놈들아~ 잘 먹고 잘살아라!!!'

 

얼마쯤 더 왔는데 그 여정에서 경사로 치면 가장 크고 짧은 그런 경삿길에 들어선 겁니다.

아까 개들 부르면서 신청도 안 하기에 녀석들이 제 목소리가 탁해서 그러는가 싶기에 아예 덮어쓴 모자가 날아가지 않게끔 채웠던 똑딱이 단추를 풀고서 개들을 부르기도 했었거든요.

그것 그때까지 다시 채우지 않았다는 걸 잊었습니다.

그 급경사 길에서 막 내려오는데 얼마나 바람이 세차게 불었던지 훌러덩 모자가 벗겨졌지요.

얼른 자전거 세우고는 둘러봤지만 안 보입니다.

'이상하다. 어디로 갔지? 바람에 날려서 저기 언덕을 넘어가 버렸나?'

다시 그 경삿길 끝까지 올라가 봤는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 맞아. 그 모자에 헤드폰이 달렸었잖아! 그러면 어딘가에 붙어있을 거야!'

외투 윗주머니에 스마트폰이 꽂혀있으며 그 스마트폰의 이어폰 자리엔 그 모자에서 나온 헤드폰이 또 꽂혔었거든요.

자세히 보니 스마트폰도 그대로 있고 길게 늘어선 이어폰 줄도 그대로 보였지요.

그러면 어딘가에 모자가 있을 것도 같기에 머리 뒤로 어깨너머로 손을 뻗어서 찾아봤지만 안 잡혔답니다.

그러는 사이 제 옆구리 쪽으로 헤드폰 선 길게 늘어진 그 모자가 비칩니다.

'아이고 나 원 참 요걸 여기다 두고는… 쩝쩝!!!'

 

드디어 공단 길도 있고 병원도 있는 마을 길에 들어섰습니다.

거기가 큰길이니까 그래도 왕복 4차선이거든요.

직진으로 쭉 갈 거였지만, 그래도 자전거니까 2차 선로를 타고 있었지요.

쭉 달렸는데 어느새 교차로에 이르렀네요.

마침 빨간불이 켜졌더라고요.

'음 빨간불이라도 우회전은 할 수 있잖아. 그러면 내가 1차 선로와 2차 선로 가운데쯤에 비켜서 있으면 우회전하는 차들이 빠져나갈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서 살짝 왼쪽으로 꺾었답니다.

그런데 '쌩!' 하고서 승용차인지 택신지도 모를 작은 차가 제 왼쪽을 쏜살같이 스쳐 갑니다.

'어어!!' 깜짝 놀랐는데 이번엔 제 오른쪽으로 집채만 한 시내버스가 스치는 겁니다.

'어? 어! 어^ 으흐흐~~'

시내버스 옆구리 가운데쯤을 제 자전거 손잡이가 스치는 겁니다.

'지지지~직!!!'

그 네거리 교차로에서 시내버스가 일순간 멈췄습니다.

저도 운전석 쪽을 바라보면서 손을 들어줬지요.

그러니까 그냥 가데요.

조금 놀랐을 뿐이지 다치거나 정신을 놓았던 건 아니었거든요.

시내버스 뒤쪽에서 오른쪽으로 빠져 다시 2차로에 접어들었답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절묘한 시각에 신호등이 노란불도 내보내지 않고 바로 파란불로 바뀌었나 봅니다.

그것 바뀌는 걸 보았다면 제가 절대로 달랑 두 차로인 그곳에서 2차 선로 달리다가 1차 선로 쪽으로 들어가지도 않았을 겁니다.

우회전하려는 차를 위해 길 좀 내 주려다가 하마터면 제 인생 종 칠뻔했네요.

 

그래도 살았으니 다행입니다.

내일은 곱디고운 아래층 아주머니 다시 볼 수도 있고요,

그 덕분에 어쩌면 우리 집 방수공사 완전 마무리가 조금 더

앞당겨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입니다.

'흐흐흐~ 아이 좋아 정말 좋아'

역시 삶에서 천당과 지옥의 차이는 종잇장 한 장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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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나 자전거는 고속도로 타지 마세요!

안전띠를 맸다고 해도 무척 위험하거든요.

Safe_Driving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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