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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16 이런 거가 축 늘어진 내 몸에 활력을 되살려 줄까?

이런 거가 축 늘어진 내 몸에 활력을 되살려 줄까?

 

오늘로써 벌써 사나흘째는 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머리가 아팠습니다.

뒤통수도 아니고 옆머리도 아닌 오로지 이마 앞이 빠재질 듯 아팠거든요.

거기다가 시도때도없이 터져 나오는 기침에 줄기차게 콧물이 줄줄 흐르는 거였어요.

 

제가 어째서 이리도 촉이 느린 걸까요?

그 사나흘을 날이면 날마다 훌쩍거리면서 두루마리 화장지 둘둘 말아서 책상 위 한쪽에 모셔놓고는 그것 흐르는 콧물 주체하기에 바빴었거든요.

그놈 화장지 한번 쓰고 갖다버리기엔 너무나 자주 흘러내렸기에 그렇게 해서라도 에닐곱 번을 채워서 흥건해질 즈음이면 갖다 버리곤 했었어요.

 

오늘 아침 그거 내다 버리면서 화장실 변기 위쪽으로 전에 없었던 하얀 점 하나가 보이는 겁니다.

약간 찝찝한 기분으로 허리를 굽혔건만 잘 안 보이기에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 기분 그대로였지만, 용기를 내서 손가락으로 짚어봤지요.

끈끈하데요. 감촉도 안 좋았지만, 정확히 그것이 뭐였는지를 몰랐기에 부리나케 두루마리 두 도막 정도를 끊어서 뭉치고는 뽀드득 문질러서 닦아냈답니다.

 

그러면서 그 순간에 퍼뜩 스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 내가 걸린 게 콧물감기가 분명할 거야! 그러면 다른 거 다 놔두고 마스크부터 채우자!!!'

그렇게 해서 아파 죽겠는 그 고통을 한참이나 둘러 마시고는 드디어 오늘 아침에 마스크를 끼웠답니다.

그리고는 좀처럼 하지 않던 아침 끼니를 오늘 아침엔 특별한 맘을 먹고서 기어이 들었답니다.

 

'어떻게 하든지 요놈의 감기 잽싸게 몰아내자!'

그야말로 더 견디기 어려울 때까지 한마디로 완전히 뻗을 때까지 어지간해선 감기약 안 먹거든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냉수를 약으로 생각하여 늘 들이켜왔던 무식함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옛날 의식도 없이 병상에 여러 날 누웠을 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살려보려고 병원에 의사들 항생제 처방 얼마나 많이 퍼부었을까?

바로 그 탓으로도 어지간해선 감기약 안 먹습니다.

 

콧물감기에 대한 저의 1차 처방이 '마스크 착용'이었었다면 그다음으로 준비한 것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가장 편한 자세로 푹 퍼져서 자는 거였답니다.

오늘 정오를 막 넘어갔을 즈음엔 저도 모르게 아주 자연스럽게 제가 준비한(?) 잠자리에 그대로 뻗더라고요.

 

그렇게 자고 났더니 아닌 게 아니라 껄끄러웠던 제 몸 한결 부드러워졌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머릿골 얼얼하고 기침이 여전했지만, 그래도 좋아진 증거로는 큰 차이는 없지만, 콧물 쪽 사태가 아주 부드러워졌다는 거예요.

 

그래도 저는 더욱 박차를 가하고 싶었습니다.

저녁 열 시쯤에 생각해 냈던 저의 마지막 비방이었는데 바로 이런 겁니다.

 

방바닥에 손발을 짚고서 방에서 출발해서 그 자세로 밖으로 나가 거실을 돌고 연이어 부엌까지 돈 뒤 그 마지막은 처음 출발한 장소로 들어오는 거였거든요.

전에는 흔히 감기에 걸렸을 때면 뜨근뜨근하게 방바닥에 불 때고는 거기에 누워서 땀이 뻘뻘 나게끔 지지는 거였답니다.

그러면 정말이지 그 대부분의 증세(머리 아픔, 기침, 콧물… 등등)가 어느 결엔가 날아가 버리고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스치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없는 살림에 그렇게 뜨끈뜨끈하게 보일러 떼기도 싫었고 오랫동안 써오지도 않았던 그것 전기담요도 켜고 싶지 않았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쉬운 방법이 그것이었답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곧바로 무릎과 허리를 굽혀서 걷기 시작했지요.

이런 방법 한마디로 네발로 기는 방법 그것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5~6m 남짓했을 방문까지는 큰 고생 않고서 넘어갔는데 막상 거실에 이르니 허리가 아파서 죽겠습니다.

그뿐이었겠어요? 자칫 잘못했다간 손목을 삘 것 같더라고요.

발목은 또 멀쩡했겠습니까? 발목 역시도 하마터면 돌아가 버릴 뻔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그 자세가 가관이었지요.

 

두 팔을 짚긴 짚어야겠는데 무리한 힘을 줘선 안 되겠고 그렇다고 오로지 쪼그려 앉아서 발목 힘만으로 쪼그려 걸을 수도 없고…

그러니까 앉은 자세도 선 자세도 아닌 그야말로 어정쩡한 자세로 거실과 부엌 구석구석 돌았답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방문에 들어서서는 더는 못 걷겠데요.

하는 수 없이 일어섰지요.

 

그것이 그렇게 힘든 운동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것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오늘 아침 맘먹고 출발했던 감기 박멸의 한 과정으로 위아래 모두 올가을(겨울) 들어 처음의 겨울 내의를 걸친 상태였었는데 물론 잠자리에서만큼은 아니었고…

지금 제 아랫도리는 팬티 하나만 달랑 걸쳤답니다.

그 마지막 과정을 지나는 동안 너무도 거칠었거든요.

숨소리 요란했지 허벅지며 종아리가 땀으로 흠뻑 젖는 거였으니까 말이에요.

그래서 벗었습니다.

 

어쩌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식으로 운동해도 어쩌면 지금의 이 고약스런 코감기 물리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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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냈습니다.

화장실 변기에 달라붙었던 그 하얀 끈적거림이 무엇이었는지를 말이지요.

처음엔 화장지 부스러기였을 거로도 생각했었는데 그러자면 그 크기가 너무도 작았었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건 양치질할 때의 세면대에서 빠져나간 거품조각이었을 겁니다.

그것이 시간이 흘러서 어느 정도 말라버리니까 그 부드러웠던 게 그렇게 손에 잡혔을 만큼 감촉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듭니다.

 

아무튼, 사나흘을 제 몸속에 들어와서 제멋대로 휘젓고 다녔던 요놈의 코감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으로 추방하겠습니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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