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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할_땐_114가_최고'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8.03.07 저희 어머니 전환데 방금 잃었습니다

저희 어머니 전환데 방금 잃었습니다

 

 

늦잠 자느라고 비몽사몽 중에 컴퓨터에 앉아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아파트 현관문 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굴까 싶었기에 버릇처럼 나가볼까 하다가 그냥 방문을 주시하는데 문밖에서 두드리면서 어머니 목소리 매우 다급합니다.

 

워낙 불효자였기에 대번에 역정이 났지만, 워낙 급한 소리라서 조금은 부은 입술로 내다봤지요.

'어떡하면 좋냐? 어떡하면 좋냐? 엄마가 핸드폰을 잃어버렸어! 틀림없이 버스에 빠졌을 텐데 틀림없이 거기 빠졌을 거야! 어떻게 좀 찾아주라! 얼른 좀 찾아주라!!!'

 

숨도 안 쉬고 정신없이 그런 조로 다급하게 마구 내뱉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 맘 편해지자고 마냥 퉁퉁 부었을 순 없었습니다.

 

어제 일입니다.

 

어머니께서 나라에서 노인 복지 차원으로 하는 업무 중 '학교 급식 도우미' 일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당첨되셨습니다.

그에 관한 서류 작업의 마지막 단계로 우리 행정구에 있지만, 다른 동의 동사무소 회의실에 뭔가(통장 사본, 보건소에서 했던 신체검사비 영수증 등)를 제출하라는 담당 부서로부터의 당부가 있었습니다.

 

그것 가까이에서 예전에 함께 했던 분들이 통 안 보이니까 몹시 불안해하셨던 어머니였는데 막상 당첨되고 그 마지막 절차까지 마치고 나니까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네요.

그걸 아파트 들어와서 아파트 경로당에 자랑 늘어놓을 생각으로 들어가 앉았는데 글쎄 거기 동사무소 회의실 나올 때까지도 틀림없이 있었는데 그놈의 핸드폰이 안 보였던 겁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돌아오는 길에 탔던 시내버스서 빠진 느낌이 컸답니다.

여러 할머니 모인 자리에서 자랑거리는 고사하고 당장에 어찌할 줄 몰라 허둥대는데 모두가 그러더라는 겁니다.

- 얼른 아들놈한테 가서 그 사실 말하곤 찾아달라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셨다는 겁니다. -

 

그랬기에 그 난리가 났던 겁니다.

 

저도 처음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져서 무작정 들이대는 어머니께 그래선 안 될 거였지만, 두어 번 퉁을 주고는 때마침 컴퓨터가 켜졌기에 인터넷의 즐겨찾기 창에서 제가 사는 지역 광주광역시 버스운행정보(http://bus.gjcity.net/main/main)를 열었답니다.

거기에 가면 하다못해 전화번호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섭니다.

 

거기 들어가 보니 '분실물센터'도 자리했데요. 그걸 보면서 기쁜 맘으로 들어갔는데 막상 거기선 좀 전에 잃어버린 어머니 전화 같은 걸 찾을 길은 도저히 없었답니다.

다시 말해 그 흔한 분실물센터의 전화번호 같은 것도 안 보입니다.

 

이렇게 되자 정말로 난감해졌습니다.

제 딴엔 어머니께서 다급한 거 이상으로 엄청나게 서둘러서 그 해결책 찾으려고 애썼는데도 그 실마리가 안 보이니까 정말이지 시간은 가고 미치겠데요.

 

어머니께선 계속해서 틀림없이 시내버스에 빠졌을 거라고 중얼거리시는데…

그러다가 퍼뜩 114가 떠올랐습니다.

 

지역 번호와 함께 114를 때렸지요. 그러곤 차분한 인사와 함께 어떻게 찾아야 할지 그 정보를 찾아 나섰답니다.

 

- 여기가 첨단인데요. 좀 전에 어머니께서 첨단 20번을 탔는데 거기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답니다. 거기 버스 종점 전화 좀 부탁합니다. - 투의 정보로 말입니다.

 

그렇게 찾을 게 아니라면서 먼저는 거기 '첨단 20번'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 회사가 둘인데 그 둘의 전화번호를 알려 줄건 지를 물었고…

다시 그렇게 두세 번을 걸쳐서 어머니께서 탔던 좀 전에 운행했던 버스 회사에 연결됐습니다.

버스 회사에선 종점에 가보면 운전사 찾을 수 있을 거란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그런 사이 불현듯 그렇게 나중에서야 어머니 핸드폰에 전화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답니다. 미련하게도 모자라게도 어이없게도 말입니다.

생각난 김에 전화를 넣었더니 한참을 울리더니 실제로 누군가가 받았습니다.

 

그것 듣고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상대는 계속해서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말씀을 해보세요!!!' 그러다가 끊어버리는 겁니다.

두세 번을 받을 때마다 그렇게 대응하다가는 끊고 말기에 처음엔 제 전화기가 고장인 걸로 착각하고서 집 전화로 걸었는데 그때는 또 받지도 않더라고요.

 

그로부터 진짜로 맘이 급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 전화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합니다. 상대방 소리는 들리는데 제소릴 상대방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거든요.

상대는 매번 '여보세요~ 내 말은 들리지요?' 그걸 반복했으니까…

 

어머니 손목을 이끌고 일단은 시내버스 종점으로 달려가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 홀로 자전거로 다녀와도 충분한 거리였고 그럴만한 시간도 충분했는데 당시엔 그럴 짬이 없었습니다.

혹시나 찾아내지 못하면 그 책임을 저한테 묻지 않을 거라면서 일부러 어머니한테 같이 가자고 했지요.

그랬든 말았든 우리 어머닌 당연히 따라나섰을 겁니다.

 

일이 잘 풀리려고 그랬던지 아파트 정문에 가자마자 1분도 안 됐는데 벌써 빈 택시가 왔습니다.

그런저런 사정 이야기하면서 정확히 언제 끝날지도 모르지만, 올 때도 이 차로 올 테니까 기다려달라고 그랬답니다.

그 말과 함께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면서 말입니다.

 

무작정 종점으로 가서 '첨단 20번' 버스를 찾아보니까 있기는 있는데 운전사는 안 보입니다.

그래서 거기 몇몇이 서서 담소 나누시는 아저씨(운전사로 보이는)들한테 사정 이야기했더니 거기 사무실을 가리킵니다.

 

사무실 안에서도 근무하시는 그분이 우리 이야기 들었던지 서랍 열고서 얼른 전화기 내 주십니다.

'이 거 빨간 게 맞습니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저도 어머니도 어린애처럼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때 어머니를 태웠다는 버스 기사는 벌써 다른 차를 끌고 나가버리셨고 사무실에 그것만 맡겨뒀다지 뭡니까?

전화기를 전해 받자 택시가 기다리는 곳으로 제가 어머니와 덩실덩실 들어왔답니다.

 

아파트 들어오자 오가는 택시비 팔천 원을 조금 더 찍었네요.

기사님 한사코 잔금 전하시려는데 '허허 어허 왜 이러실까? 그냥 둬요. 기다리시느라 얼마나 고생했을 텐데… 그나저나 고마워요. 잘 가세요~'

 

아래는 어머니 핸드폰으로 몇 번이나 통화 시도해도 불발됐을 때 제가 마지막으로 택한 게 문자였는데 바로 그 문자입니다.

 

~ 조용필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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