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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12 칼의 노래·요리사의 노래

칼의 노래·요리사의 노래

 

평소엔 칼(부엌칼)이 너무 잘 들어서(날카로워서) 손 베일까 봐 무섭다고 하셨던 분이 그날은 유별나게 칼이 무디다며 타박을 하셨답니다.

때마침 바로 뒷날이 아버지 기일이라서 어머니로선 칼 써야 할 일이 부지기수로 많을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지요. 손에 잡히는 대로 부지런히 챙겨서 자전거에 오르고는 그놈의 칼 손볼만한 곳을 찾아 부지런히 달렸지요.

아파트 안에서는 칼 가는 소리가 워낙 섬뜩하니까 함부로 해댈 수도 없는 노릇이잖습니까?

 

그런 까닭에 일반 주택에서 살 때는 아무 탈도 없이 집안에서 갈았었는데 이 아파트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 길을 떠나야 했었습니다.

아파트 벗어나서 한 걸음만 바삐 떼면 마침 물 흐르는 곳(영산강 지천)이 있거든요.

물이 있으면 숫돌 냉각제를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칼이 됐든 낫이 됐든 그것들 날 세우는데 이만한 장소가 따로 없지요.

 

그날도 예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찾아다녔던 그 자리(①)를 찾아 나섰는데 눈에 뭐가 씌었던지 그 자리를 지나 한참이나 더 지나쳐서 다른 곳(②)에 자리를 잡게 되었답니다.

 

~ 저들에 푸~른 솔잎을 보라 - 01 ~

 

했는데 그 자리는 너무 경사도 심하고 마땅히 앉을 만한 자세가 안 나왔지요.

하여 자리가 잡히면 앉아서 하려고 가져간 물건(부엌칼 다섯 자루, 숫돌(금강석 숫돌 2개와 양면 다이아몬드 숫돌 하나) 세 개, 숫돌 받침대, 플라스틱 욕실 의자, 멜빵 가방)에서 의자를 꺼내 비탈진 물에 첨벙 들어가서 마구 긁었답니다.

그러고서 어느 정도 반반해지자 주변에서 다소 커 보이는 돌을 주어다가 그곳에 놓고서 의자를 대고서 앉자 보았죠.

 

했더니 제 몸무게 싣자마자 다듬은 자리 얼마나 부실했던지 돌이며 의자까지 물속으로 쏙 들어가 버립니다.

젠장 이래서는 이것 칼 가는 건 고사하고 잠시라도 앉아서 쉬었다 올 수도 없겠습니다.

'차라리 그 자리 다듬지나 않았다면 더 굳건해서 이렇게 움푹 들어가지나 않았을 것을…'

 

어떻게든지 널찍한 돌이 단단히 놓이게끔 자리를 다시 정돈하고는 의자를 역시 새로 올려서 조심스럽게 앉아보았습니다.

인제 그 옹색한 자리에서 숫돌 받혀서 일하기는 영 글러 버렸고 왼손에는 칼 오른손으론 숫돌(양면 다이아몬드 숫돌) 이런 조합으로 작업을 진행했지요.

그러면서도 언제 바닥이 내려앉을지 몰라서 전전긍긍 노심초사하면서 아주 어렵사리 작업을 마쳤답니다.

 

~ 저들에 푸~른 솔잎을 보라 - 02 ~

 

거기가 다리 밑이었기에 그 주위를 지나는 유속이며 강 깊이 가장 안전한 자리였거든요.

 

~ 저들에 푸~른 솔잎을 보라 - 03 ~

 

어쨌든 고생하면서 마쳤기에 은근히 뿌듯했지요. 또 하나는 인제 이런 식으로 칼날 세울 거면 굳이 여기 하천에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왼손에 칼 / 오른손에 숫돌 조합이라면 그 소음이 누군가의 애간장이 바짝 졸지 않도록 조절할 수도 있을 것 같았으니까.

 

한편으로는 또 걱정도 됩니다. 추석을 전후해서 고향 땅 어르신들 산소에 가려면 낫도 날카롭게 갈아서 가야 벌초하기가 쉬워질 텐데 아직 그런 식으로 낫을 갈아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말이에요.

어쩌면 낫을 갈 때는 어쩔 수 없이 금강석 숫돌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이렇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오늘 낮에는 집안에서 한번 시도해보고 결정할 심산입니다.

그래야만 시골 내려가는 발길이 한결 가벼워질 테니까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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