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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19 허기(虛飢)여! 신에게 아직 열두 알의 건빵이 남았습니다.

허기(虛飢)여! 신에게 아직 열두 알의 건빵이 남았습니다.

 

새벽인데요. 네 시를 조금 넘었을 시각입니다. 어쩐 일로 그 시각에 잠이 깨버렸어요.

요새 목이 말입니다. 이리 돌려도 아프고 저리 돌려도 아프고 자꾸 아팠어요.

텔레비전 좀 보겠다고

- 비좁은 틈바구니에서 엉거주춤한 자세인 데다 -

- 등 쪽 든든히 받히려고 단단한 나무 판지를 목에 대고 누워서 보곤 했었는데 -

-그러던 중 저도 모르게 잠들어버리곤 했었는데 -

아마도 그 탓으로 목이 아팠을 거로 짐작은 했지만, 이게 너무 오래도록 이어지는 겁니다.

 

예전에도 그 비슷한 아픔을 여러 번 겪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벗어나려고 수도 없이 시도하기도 했지요.

이는 틀림없이 목 근육이 뭉쳤기에 빚어진 근육통이 아니겠어요?

일부러 목을 왼쪽이나 오른쪽 혹은 앞이나 뒤로 강하게 젖혀서 20~30초를 계속하여 버티는 방식이 그것이었는데 예전에는 그 방식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봤었습니다.

그 방식으로도 해갈되지 않으면 매우 독특한 방식인데 만사를 제쳐 두고 목 주위에 그 어떤 베개도 없이 포근하게 잠드는 방식이 그 해결책이었죠.

 

어제가 토요일이었기에 재밌는 드라마가 여러 개 있었을 텐데 그 재미를 포기하고서 일찍이 그 방식을 시술하고자 잠들었던 거예요.

그러했기에 평소(잠들었던 시각이 천차만별이라서 평소가 있기나 했는지도 모르겠지만,)보다 깨난 시각이 다소 빨랐던 거 사실입니다.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확인했던 게 이리저리 목을 돌려보는 거였지요.

아직도 그럴 때마다 무척이나 따끔거렸습니다. 이젠 더욱 기괴한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그런 순간에 문득 엎드리고 싶어졌지요.

 

혹시 들어들 보셨나요? '원산폭격'이라는 말을 말입니다.

요즘 학교에서나 군대에서도 그런 체벌을 이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30~40년도 훨씬 더 됐을 저의 학창시절이나 군 복무 시절엔 가장 낮은 차원의 체벌이 바로 그 원산폭격이었어요.

 

두 팔을 바닥에 대고 두 다리 쭉 뻗고서 엉덩이 높이 든 자세가 '엎드려 받혀!'였잖습니까?

그 자세에서 팔 대신 대가리를 박고서 팔은 '열중쉬어' 자세로 엉덩이 위쪽에 붙인 것이 바로 가장 낮은 차원의 체벌 원산폭격이었습니다.

 

그 체벌에 이골이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누가 됐던지 그런 식으로 벌주시면 무척 고마웠던 건 사실(?)이었는데…

그랬던 제가 '외발로 서는 것' 단 일 초도 못하지 그것 역시도 2~3초를 못 버티는 겁니다.

몸에 평형 중심이 흐트러졌기에 대가리를 바닥에 박으면 진도 백만의 지진이라도 난 거처럼 대가리가 흔들리는 겁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연습했어요. 그래서 외발 서기는 여전히 단 일 초도 못하지만, 대가리 박기만큼은 지금이라도 조금씩 해낼 수 있답니다.

그도 평지에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고요, 대가리 흔들리는 것 자체를 꽉 틀어잡는 방구석과 같은 사각의 모서리에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하여 커다란 장롱과 방의 벽면이 맞닿는 자리 바닥 모서리에 대가리를 밀어 넣고는 손을 엉덩이로 올렸답니다.

그러면서 아주 빠른 속도로 예순까지를 세었지요. 대략 20여 초는 해냈을 겁니다.

 

그러고 나서 목을 돌렸더니 묵직했지만, 그 아픔은 사라진 듯했답니다.

이제 제법 여유가 생기니까 어젯밤에 보지 못했던 드라마가 보고 싶어집니다.

동시에 뱃속이 은근히 허기졌지요.

 

'먹을 것 뭐 좀 없을까…'

부엌으로 나가 봤지요. 마땅한 게 안 보입니다. 전날만 해도 그 시각에 국수를 삶아 먹었는데 오늘따라 괜히 딸그락 소릴 내고 싶지가 않은 겁니다.

해서 요리조리 둘러보니 마침 어제 먹다가 남은 건빵이 보이데요. 그래서 들고 들어왔지요.

 

순식간에 '후루룩' 털어 넣고도 싶었지만, 이순신 장군님의 거룩하신 잠언도 생각났고 또 하나는 드라마 보면서 심심할 테니까 천천히 먹기로 작정합니다.

새벽녘에 이는 이런 허기가 제 '똥 뱃살의 기틀'이며 실질적인 제 '똥 뱃살의 숨은 엔진'일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 섰던 것도 한몫했고요.

 

어쩌면 지금의 행동이 먼 훗날 제게 닥칠 '똥 뱃살 대첩'의 시금석 놓는 거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허기(虛飢)여! 신에게 아직 열두 알의 건빵이 남았습니다.

 

~ 뱃살 대첩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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