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창 전체 방문자 수 → 홈페이지 오늘 방문자 수 → 방문통계 어제 방문자 수 →

'리모컨_접촉_불량'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4.10 꼴통 리모컨 버린 셈 치고…

꼴통 리모컨 버린 셈 치고…

 

집안에는 텔레비전 숫자보다도 리모컨이 더 많습니다.

그 리모컨들 대다수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뭔가를 샀을 때 덤으로 싸게 사들인 것들이긴 하지만, 제가 너무 막 대했는가 봅니다.

개중에 한 놈이 아주 오래전부터 말썽이었거든요.

 

다른 건 다 멀쩡한데(비디오 쪽은 안 해 봤으니까 그쪽은 모르겠고 최소한 텔레비전 쪽에서만큼은) 하필이면 '전원 버튼'이 작동하지 않는 겁니다.

당연히 다른 리모컨이나 텔레비전 자체의 전원 버튼을 눌러서 켤 때나 끌 때는 그리했지만, 채널이나 음량 조절은 고것이 멀쩡한 놈들(?)보다 오히려 잘 되는 것 같기에 그놈을 써먹기도 했었답니다.

 

그렇더라도 글러 먹은 건 글러 먹은 거니까…

오늘은 요놈 들고서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도대체 왜 안 되는지 끝장이라도 보고 싶었습니다.

 

하여 그 순간 서랍을 열어보니 마침 송곳이 보이더라고요.

리모컨 사방팔방이 꽉 막힌 것 같아서 어디라도 들어갈 자리가 없을 것 같았는데 왼손에 꽉 움켜쥐고서 송곳으로 콕 찔렀더니 아 글쎄 틈이 나면서 들어갑니다.

옳거니 됐다 싶더라고요.

틈이 조금 보이니까 얼른 다시 벌어진 틈 다시 오므라들지 않게끔 손가락 발가락 다 동원해서 서랍을 밀치고는 이리저리 뒤적여 봤지요.

그랬더니 세상에 처음부터 찾으려고 했던 바로 그 '일자 드라이버'가 보인 겁니다.

 

왼손으로 리모컨과 송곳으로 쑤셔 박은 틈 동시에 유지하면서 오른손으로는 일자 드라이버를 갖고서 그 틈바구닐 비집고 들어가서 비틀어 젖히는 방식으로 점차 벌려갔답니다.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떼어내고서 마침내 리모컨의 버튼이 있는 위쪽의 버튼 접지와 아래쪽 회로판을 분리했지요.

 

그런 사이 플라스틱 부스러기 같은 게 우수수 떨어지네요.

리모컨의 아래 판과 위판의 결합방식이 요철 암수의 점퍼처럼 연결됐던데 일자 드라이버로 젖히면서 그것들 일부가 부서졌나 봐요.

 

저로선 그것 부서진 것보다 더 급했던 건 도대체 뭐가 잘못됐기에 접촉 불량이 있었는지 그것이 궁금했었거든요.

하여 리모컨의 버튼 접지 쪽은 한쪽에 둔 채 아래쪽 기판 부위에 아까 빼 두었던 건전지 다시 낀 뒤 송곳으로 기판을 접속해 봅니다.

 

역시 송곳은 잘 안 통하네요. 하여 이번엔 일자 드라이버로 긁어봤지요.

따닥따닥한 비프음이 들리는 것 같더니 전원 버튼이 닿을 부분도 자꾸 긁으니까 드디어 반응이 오는 겁니다.

 

인제는 기판 말고 버튼 접지 쪽 전원 버튼 부위도 일자 드라이버로 건드려봅니다.

그런데 하필 그 자리는 그 많은 버튼 접지 중 가장 작은 것이 박혔지 뭡니까?

그래서 강하게 긁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닫았답니다.

 

그런데 원상태로 깔끔하게 닫을 순 없더라고요. 아까 뜯으면서 그것 결합장치 일부가 파손됐다고 했잖습니까?

당연히 조금 들떴겠지요. 하여 닫은 뒤에 그 부분을 고성능접착제로 두어 군데 찍어버렸죠.

 

아래는 그렇게 쏴준 고성능접착제가 마르는 사이 휴대폰에 담으려고 자세 좀 잡으려 하는데 무척 어렵습니다.

옆으로 세운 뒤 일자 드라이버와 송곳으로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게끔 중심을 잡았는데 벌써 세 번이나 미끄러져서 넘어졌기에 사진촬영도 사진촬영이지만, 그 묽은 고성능접착제가 안으로 흘러들어 가서 버튼 접지에 달라붙어서 굳어버리지 않을까 그런 걱정까지 들더라고요.

 

하지만 제 걱정 기우였습니다. 이 글쓰기 직전에 어떤 드라마(KBS2 → 오늘부터 사랑해, KBS1 → 당신만이 내 사랑) 보려고 텔레비전 켜면서 저 리모컨으로 그 실험을 했었거든요.

멀쩡하게 잘 켜거나 꺼지고 음량이나 채널 쪽에도 까딱없었으니까 말입니다.

 

~ 아휴 예쁘네! 우리 리모컨 - 01 ~

 

~ 아휴 예쁘네! 우리 리모컨 - 02 ~

 

 

Posted by 류중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