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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5.31 모니터 내장 스피커의 애환

모니터 내장 스피커의 애환

 

 

오늘이 우리 집 막내 생일입니다.

어젯밤 어머니와 동생 생일에 관해 나누다가 뭘 선물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우리 막내 제일 좋아하는 거가 담배인 것 같은데 생일에 몸에도 안 좋은 그런 걸 내밀기도 뭐하고…

어머니 말씀은 저더러 돼지고기 내장 조리해 파는 집에서 순대 같은 거나 좀 책임지고 사 오라는 거였습니다.

 

제 수준에 그 정도는 가능할 것도 같기에 그건 그쯤에서 대충 마무리를 했었고 문제는 아침 일찍 콩과 같은 딱딱한 곡류가 들어간 거로 잡곡밥을 짓는다는 거였어요.

그걸 전기로 하는 압력밥솥에서도 할 순 있지만, 제대로 된 잡곡밥으로서의 제맛이 안 나는 걸 어머니나 저나 다 아는 거였거든요.

 

해서 가스레인지에 압력밥솥을 걸고 때는 그런 방식으로 지어야 마치 가마솥에서 하는 밥맛이 나는 거였습니다.

그러자면 빨리 퍼지지 않는 딱딱한 콩과의 곡물 같은 건 미리 서너 시간쯤 불려 뒀다가 지어야 그 밥도 설익지 않고 제대로 익을 것이기에 어머닌 그렇게 잡곡을 물에 불려 두고 주무시겠다고 들어가십니다.

 

그러면서 제게 주문하네요. '혹시 다섯 시에 못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만약에 못 일어나거든 네가 나가서 솥에 불을 붙여 둬라~!'

요즘 밤잠이 적은 제 습성을 아는 터였기에 그리도 가볍게 부탁해놓고 들어가는 판이었습니다.

 

저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컴퓨터에 앉았거든요.

그랬는데 처음 한두 시간은 그럭저럭 보냈지만, 이내 딱히 컴퓨터에서 할 일(?)이 없어지니까 무척 무료해지는 거 있죠?

 

막냇동생 생일을 맞아 중역을 맡았기에 졸음이 쏟아진대도 마냥 잘 수도 없는 노릇이고 궁리 끝에 유튜브의 주소로 따둔 판소리나 몇 가락 들어보기로 했답니다.

그놈 몇 개를 저의 오프라인 웹 문서 안 기존에 다른 용도로 써왔던 아이프레임에 넣고 보려는데 아이프레임이 너무 작으니까 실감이 안 납니다.

 

그래서 큼지막한 새 아이프레임을 하나 더 만들고서 그놈을 통해 보려는데 아이프레임이 투명이기에 그 밑으로 기존 문서들이 다 보이는데도 그 문서들을 실행할 수가 없기에 이마저 포기하고서 아예 새 창에서 유튜브의 판소리를 듣기로 했던 거예요.

그렇게 해 두고서 컴퓨터에 앉아 아무 할 일도 없이 우두커니 모니터만 들여다본다는 게 너무도 맥이 빠집니다.

얼른 마음을 바꿔 모니터를 끄고는 침상으로 가서 텔레비전을 켰지요. 그러고는 헤드폰을 텔레비전 잭에 꽂은 뒤 침상에 누었답니다.

 

텔레비전 영상 선택기에서 'HDMI' 누르니 인제 컴퓨터의 유튜브 영상이 선명하네요.

헤드폰의 소리도 빵빵했고요.

 

거기까지는 무척 좋았는데 저도 모르게 어느 순간에 깜빡 졸았지 뭐에요?

어느 순간에 벌떡 일어나서 상황파악을 하려는데 아직도 텔레비전에 판소리 영상이 도는 거로 보아 그리 오래 졸지는 않은 듯…

그랬어도 혹시 모르니까 얼른 벽시계를 올려다봤지요.

 

네 시 반도 아직 안 됐습니다. 그랬지만, 기왕에 일어났으니 지금부터 채비함이 옳을 듯해서…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도 보고 세수도 하고… 그렇게 얼굴 닦은 뒤 거실로 나오는데 이미 부엌에 불이 훤합니다.

아직 다섯 시도 안 됐는데 어머니 이미 나와서 가스레인지에 불까지 붙어버렸네요.

 

저는 인제 할 일이 없어졌으니까 방으로 들어왔지요.

또다시 침상에 누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처 듣지 못한 판소리를 포기하기도 좀 그렇고…

해서 텔레비전이 아니라 컴퓨터에서 판소리를 이어서 듣기로 했답니다.

 

문제는 그 시각이 새벽이라서 빵빵하게 틀어두면 혹 위아래나 옆집이 곤란해질 상황^^^

어쩔 수 없이 스피커가 내장된 모니터가 아닌 외장 사운드카드에 헤드폰 꽂는 거로 결정합니다.

그러면서 음향 재생장치도 내장 모니터(HDMI)에서 외장 사운드카드로 옮겼지요.

 

그럭저럭하다 보니까 어느덧 우리 막내 출근시각이 다 돼 갑니다.

오늘이 그놈 생일인데 정작 녀석은 생일 아침상을 뜨는 둥 마는 둥 현관문을 밀치고 갑니다.

 

제 아침 시간이 어차피 정오를 전후해서 있으니까 함께 들자고 자꾸만 보채는 어머니 달랠 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서 혹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지만, 저도 살고 봐야 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우리 마을에 외따로 사는 다른 동생이 흔쾌히 응대하네요.

 

- 응 난데~ 아침에 들어와서 밥 좀 먹어주면 안 되겠니? -

- 응 고맙다! 지금 즉시 와야 해… -

 

인제 오늘 낮엔 순대가 됐든 다른 내장이 됐든 사 와야겠는데 그 댁(가게)을 찾은 지도 너무나 오래되어 서먹할지도 몰라요.

진짜 어색할 것도 같습니다.

 

아주 먼 옛날(?) 우리 마누라와 이혼하기 전엔 그런 시절도 있었는데 그 마누라가 전에 제가 다녔던 직장에 저 대신 출근했었거든요.

한 달에 한 번 우리 마누라 월급날이면 저는 십만 원 남짓의 제 몫의 월급을 마누라한테 받고는 예금해 두려고 그것 돼지 내장을 조리해서 파는 포장마차(지금의 점포 앞에서 포장마차를 했었는데 당시는 거기에 그 집 점포가 있는 줄 몰랐답니다.)를 지나쳐 거기 농협은행지점에 들려야 했습니다.

 

그랬기에 농협에서 돌아오는 길엔 꼭 그 포장마차에 들러서 2, 3천 원어치씩의 그 내장을 일회용 도시락에 담아 사 오곤 했었거든요.

말이 2, 3천 원이지 세상에 5천 원도 아니고 2, 3천 원짜리 고기가 어딨습니까? 그것도 도시락에 담겨서 말입니다.

 

무척 궁핍했지요. 그래도 그 시절은 좋았는데…, 0.1초의 의심도 없이 그 마누라 사랑했는데…

그랬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세월이 지난 지도 어느덧 십여 년이나 됐습니다.

점포 주인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괜히 쭈뼛해지곤 했었답니다.

 

'트라우마'일 거예요. 죽도록 사랑했는데 죽도록 믿었었는데…

그 믿음이 그 사랑이 하루아침에 허깨비가 되는 참상을 겪었다면 누구라도 그 사랑이 있었던 자리 그 믿음이 머물렀던 자리 스치면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할 트라우마의 덫에 빠질 것으로…

 

~ 모니터 내장 스피커의 애환 - 01 ~

 

 

~ 모니터 내장 스피커의 애환 - 02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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