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지 저놈으로 반사기를 만들자!

아파트 현관 자물쇠나 텔레비전 리모컨에 썼던 건전지들 그 약발이 완전히 바닥 날 때까지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거가 LED 전구를 박은 볼품없는 손전등이었는데 요놈 반사경이 없어서 그랬던지 너무도 빛이 나지 않는 거예요.

또 다른 생각에선 건전지 약이 다 돼서 그러나 싶어 가정용 교류 전기를 낮은 전압의 직류 전압으로 바꿔주는 어댑터로 건전지를 대체했는데도 역시 어둡습니다.

역시 반사경이 없어서 그런 거가 확실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런 믿음이었기에 반사경을 만들고 싶었으나 그럴만한 제주는 없고 그 비슷한 반사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댑터에 달린 전등 말고도 건전지로 만든 손전등이 두 개 있었습니다. 리모컨에 그 두 종류(AA형과 AAA형)를 다 쓰니까요.

처음엔 휴대용 손전등에 반사경 달 생각이었는데 그 건전지 처리가 복잡했습니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어댑터에 달아 컴퓨터 책상 위로 두는 고정용 전등에 반사기를 달기로 했죠.

빈 페트병이 여러 개 보이던데 그 디자인이나 크기로 봐서 콜라병이 딱 좋겠데요.

그놈 아래쪽은 건전지 상자로 쓰고 위쪽만을 잘라서 둥그런 부위는 반사기로 저 위쪽 뚜껑에는 LED 전구를 박기로 했는데 나중엔 위쪽만 쓰게 됐습니다.

~ 반사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 01 ~

이렇게 만들어서 컴퓨터 책상 바로 위 천장에 매달았어요.

그 모두가 이렇게(5.0V 어댑터 전원, 청정에 매단 고무줄, 페트병 반사기, LED 전구를 꽂은 페트병 뚜껑, 그 전체를 감싼 일회용 컵라면 용기, LED 연결 전선, 반사기 묶은 전선 끈 등등) 들었습니다.

~ 반사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 02 ~

다 만들고서 저렇게 매단 뒤 불을 넣었는데 제법 운치는 있었지만, 넓게 퍼지진 않더라고요. 해서 딸기 포장에 쓰는 스티로폼을 반으로 쪼개 전등 뒤로 대봤던 겁니다.

전등의 안쪽 부분인데 저 깊숙한 곳이 페트병 뚜껑인데 그 한가운데 LED 전구 박힌 게 보이지요?

~ 반사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 03 ~

요건 이번에 사들인 건 아니고요, 몇 년 전에 무슨 일로 사들인 물건에 딸려 온 건데 쓸모가 없어져서 창고에 뒀던 것을 꽤 오래전부터 요것 LED 전원으로 써왔던 겁니다.

~ 반사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 04 ~

어차피 이걸로 컴퓨터에서 작업(타자)할 정도의 밝기는 아니겠기에 그냥 동영상(텔레비전 드라마 혹은 다른 동영상)이나 보려던 건데 모니터 뒤쪽만을 비춰서 그랬는지 이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 반사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 05 ~

하여 전등을 다른 방향으로 옮긴 뒤 글을 이어가고자 다짐하고서 모니터 불을 끄는 순간! 앗 망했다!!!

새벽에 바로 위까지를 썼는데 사실 엄청나게 사실적으로 써 내려 갔기에 그 분량이 장난이 아니었답니다.

그렇게 세세히 잘도 썼는데 그 마지막을 정리하려는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었거든요.

했는데 멀티코드에서 모니터 전원을 끈다는 것이 깜빡 컴퓨터 전원을 내렸던 거지요.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그토록 장황하게 써뒀던 글 순식간에 날아갔으니!!!

정말이지 허탈하고 기가 막혔습니다. 그 즉시 컴퓨터는 다시 켰지만, 쓰던 글을 새로 시작할 맘은 안 들더군요.

하여 전등을 컴퓨터 앞이 아닌 옆으로 돌린 뒤 모니터만 꺼놓고 한숨 때린 뒤 일어났는데 어댑터에 단 전등은 여태 켜졌습니다.

실은 잠들기 전에 너무도 허탈해서 거실에 나갔다가 일반 쓰레기통이며 음식물 쓰레기통을 보니까 비울 때가 됐습니다.

그 둘을 한방에 들고 아파트를 내려갔지요.

음식물 쓰레기부터 먼저 비운 뒤 이어서 일반 쓰레기를 가져가서 분리하던 중인데 갑자기 불이 나가서 깜깜해졌습니다.

그도 처음엔 웬일일까 싶었는데 대충 처리하고서 들어오던 중 아파트 현관 불을 끄는 경비아저씨를 만난 겁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이 시간에 불을 끄나 보네 허허허^^^' 아저씨 대답도 없고 은근히 짜증도 났지만,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 생각했지요.

'그래. 여섯 시가 되면 일제히 아파트에 주변 불 끄나 보구나…'

그건 그렇고 LED 전구 달린 전등이 옆으로 가니까 아까보다 한결 낫습니다.

~ 반사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 06 ~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은 깜깜한데 이리도 빨리 아파트 주변 불 꺼버리는 것 너무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