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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 자리에 있던 것이 느닷없이 없어지니까 그 마음 매우 헛헛했습니다.

 

 

며칠 전 어느 날입니다. 동생과 나 부엌과 거실에서 뭔가를 만들려고 분주하게 설쳤을 때였습니다.

무슨 말끝에선가 어머니 별안간 자기 방에 벽시계가 며칠째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소릴 듣고선 하던 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서 어머님 방에서 문제의 그 벽시계를 내려왔습니다.

그놈의 시계 고장이라고 해봐야 AA 건전지 하나면 끝날 일이었거든요.

 

문제는 건전지를 넣기 전에 시곗바늘을 현재 시각에 맞게끔 돌려놓고 건전지를 넣던지 건전지 박은 뒤라도 그 시각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었지요.

한데, 그것 돌려서 맞추는 회전자가 아주 오래전에 부서져서 없어졌고 그 자리 병아리 눈곱만큼의 작은 흔적 정도만 남았으니 그런 상태에서 시각 맞추는 일이 여간 곤란한 정도가 아녔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제 방으로 가져와서는 제 시계를 때어 부엌에 걸고 부엌 시계를 어머니 방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저는 기왕에 가져왔으니까 시계에서 나사를 다 풀어서 초침부터 시침까지 아직 돌아오지 않는 시각에 맞춰둔 뒤 조립하고는 나중에 그 시각이 돌아오면 잽싸게 건전지를 박을 생각이었는데요, 막상 풀고 나니까 쓸데없는 욕심이 일지 뭡니까?

개미 눈물만큼 흔적만 남은 시각 맞추는 회전자에 순간접착제 부어 튼튼하게 자루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맘으로 창고 주변 여기저기를 뒤져서 그런 거에 딱 좋을 만한 플라스틱 조각을 찾은 뒤 그 흔적에 꼭 끼이게끔 흠집마저 만들어서 흔적 위로 올린 다음 문제의 강력 접착제를 송곳 끝에 조금 묻혀서 거기에 적시려고 했습니다.

한방에 적시려고 했는데 흔들리는 제 몸이 어디 정상이었을 때의 정밀도와 용량을 투입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 자신감만은 하늘만큼 땅만큼 크고 웅장했었는데~ 휴~~~

 

너무 많이 묻혀버렸습니다. 그렇게 많이 쏟아버리면 그것이 제구실은커녕 그 회전자가 시계와 독립해서 작동해야 함에도 시계에 철썩 달라붙을 판국이니 정말이지 난감하게 돼버렸습니다.

얼른 화장지를 잘라낸 뒤 접어서 그곳에 밀어 넣은 뒤 묻혀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벌써 손가락 마디 끝에 그것이 묻어서 끈적거리기까지 하는 거예요.

이것 미치고 팔딱 뛸 노릇입니다. 어떡해서든지 원상태로 돌리려고 했지만, 이미 원상태로 회복하긴 어렵게 됐습니다.

 

인제는 그것 초침마저 처음 일이십 초는 어떻게 돌기도 했지만, 이내 멈춰선 뒤 그 자리에서만 앞뒤로 까딱거리는 겁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기에 어머님 시계를 하나 사드리기로 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어머님 방에 적당할 걸(무소음 대형 벽시계) 찾아보니까 그래도 만오천 원은 들여야겠데요.

그렇게 사나흘을 들여서 어머니 방 시계를 교체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방에 있던 시계를 막냇동생 방으로 옮겼고요, 제 방에는 빌어먹을 빈털터리 시계를 올려놓으려니 짜증-짜증 왕짜증이 나는 겁니다.

그랬어도 어떻게 해서든 고쳐볼 맘으로 몇 번이나 풀고 조이길 반복했는데 이거 아무리 해도 답이 안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그날(지난주 금요일-4월 20일) 껍데기는 이놈으로 쓰고 안쪽의 시계만이라도 갈아볼 요량으로 또다시 쇼핑몰을 뒤졌답니다.

그렇게 해서 그날 택배비 보태 8천 원이 약간 모자란 놈으로 하나를 주문했지요.

 

좀 전에 배송 여부를 확인했더니 오늘에서야 드디어 택배사에 맡겨졌습니다.

밤새 달려서 잘하면 내일쯤 늦어도 모레는 우리 집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때 가서 물건을 본 뒤에 결정해야겠습니다.

지금 맘 같아선 새로 온 시계에서 오로지 시계 몸통만 빼낸 뒤 놈을 지금의 맛이 간 시계 껍데기에 끼운 뒤 각종 바늘을 꽂고 건전지 꽂아 감쪽같이 새것으로 만들고도 싶지만, 그게 어디 제 맘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가능하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 테지만♣♣♣

 

~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 01 ~

 

 

~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 02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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