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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24 너에게 품위 있는 이별을 선물해줄게.

너에게 품위 있는 이별을 선물해줄게.

 

 

방에서 뭔가를 찾는 중인데 인터폰 소리가 났습니다.

평소처럼 그냥 무심코 가서 현관문 열어 보니 웬 중년의 건장한 남자가 제 이름 부르면서 맞느냐고 묻습니다.

그렇다고 했더니 택배라면서 아담한 골판지 상자를 건네면서 떠나려고 합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미안해지는 거 있죠?

거듭거듭 떠날 때까지 연거푸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런 인사를 건넬 수밖에요.

 

택배로 물건을 자주 받는 편인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 주문하면서도 그랬지만, '연락이 안 닿으면 무조건 경비실에^' 이거나 혹시라도 연락이 닿으면 그럴 때도 '경비실에 맡겨두고 가라'고 당부하곤 했었는데 어찌 된 까닭인지 요번엔 그 상황을 미처 잡아내지 못했던 겁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그 미안한 맘 오죽했겠습니까?

 

받자마자 그것이 고장 난 벽시계에 시계만 갈아치우려고 산 저가의 벽시계인 줄 뻔히 알았습니다.

택배 기사님 돌려보낸 뒤 방으로 들고 와서는 차분히 준비했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또 확실하게 해두려고 말입니다.

 

몸과 맘을 다 잡기 위해 특별히 몸에는 최소한만 걸치고서 필요한 연장이며 도구를 꺼내 놓고는 물도 한 모금 들이켰지요.

 

그런 제 맘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이번에 들어온 시계에 구형 바늘을 꽂으려는데 그 굵기에서부터 안 맞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바늘은 새 놈을 그대로 쓰기로 했죠. 대신 시계와 시계의 커다랗고 둥근 번호판을 고정하는 시계의 바늘 맨 밑에 들어갈 암나사는 구형 시계 것을 쓰기로 했답니다.

 

새 놈은 그 가격이 만만한 비용(5,400원)이 아녔는데도 시계 판이며 그 암나사는 어쩐지 그 값어치에 못 미친 듯 보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구형의 거기가 너무 짱짱했는지도 모르겠고요.

 

대충 맞춘 뒤 건전지 끼워봤더니 요놈이 어째서 비실비실합니다.

여분으로 꺼내 둔 나머지 두 개를 연거푸 꽂았는데 개중 하나만 일사천리로 돌았을 뿐 나머지 하나도 영 맥을 못 추더라고요.

쉽게 말해서 건전지 약이 다 떨어진 까닭이지요.

 

하여, 개중 쓸만한 놈을 그대로 끼워둔 채 나머진 폐건전지 함에 넣어버렸지요.

그러고는 구형 벽시계에 유리도 덮고 뒤쪽에 나사들 모두 끼운 뒤 뒤쪽 덮개마저 밀어 넣어 일일이 약간 크고 긴 나사를 얇은 와셔 두 개씩 덧대어 채웠답니다.

 

그렇게 하여 제 방 벽시계 자리에 걸어 두고는 방안을 정리해 갔지요.

그러다가 문득 이번에 들어왔다가 인제는 나가야 할 놈(신형 벽시계) 껍데기가 너무나도 처량해 보였습니다.

하여 '아아~ 인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기다려라! 너에게 품위 있는 이별을 선물해줄게. 기다리세요~'

 

그렇게 하여 거기 껍데기에 고장 난 구형 벽시계를 박은 뒤 그 바늘마저도 최고의 벽시계 얼짱 각을 심었답니다.

 

~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01 ~

 

 

~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 02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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