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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01 솔직히 죄송해서 무슨 말도 못하겠습니다.

솔직히 죄송해서 무슨 말도 못하겠습니다.

 

해마다 철철이 때가 되면 아직도 잊지 않고 뭔가를 꼬박꼬박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주 오랜 시절 함께 놀았던 직장의 동료들이 그들이거든요.

 

그 시절이 대략 스무 해쯤 지났을 것이어요.

그 오랜 동료들이 누가 됐든지 지금은 저마다 살아나기 팍팍한 시절인데 아직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

 

하릴없이 허구한 날 빈둥빈둥 아무것도 못 하는 저로선 그 모든 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어젯밤엔 누군가가 현관 벨을 눌렀거든요.

곱고 예쁜 여인입니다.

뭔가를 들고 계셨는데 반가움에 그 인사말도 얼버무리면서 받아보니 통째로 사과가 든 과일 상자였지요.

 

'아이고 형수 님~ 뭘 이렇게…'

오랜 옛날 그 시절 수없이 여러 날을 함께 교도소로 면회 나다녔던 여인이며 싸우다가 갇힌 형님의 아내였던 그분이 서 있었지요.

 

난감했습니다. 얼떨결에 이런 어정쩡한 자세로 만난 바람에 그런 것만은 아니었고요, 평소 형님 대했던 제 불충한 일상이 겹쳐오기에 더욱이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답니다.

상황 모면하고자 어설프게 그냥 '고맙습니다!'만 되뇌었지요.

 

'아이고 우리 형수 님 그렇게도 커다란 선물 들고서 여기까지 오셨는데 죄송합니다'

 

동지애-01

 

형님!

 

솔직히 죄송해서 무슨 말도 못하겠습니다.

 

그동안 제게 보내주신 성의와 신뢰 너무나도 컸었는데 거기에 보답하기는커녕 걸림돌로 살아온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백번이고 천 번이고 죄송하고 부끄럽네요.

 

그러함에도 제게 또 이렇게도 큰 선물 보내주시어 한량없이 고맙습니다.

 

형님!

사랑합니다.

지금 몹시 낯이 뜨거운데도 사랑합니다.

 

동지애-02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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