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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02 컴퓨터 켜지는 중에 뜬금없이 모니터 화면이 닦고 싶더라고요.

컴퓨터 켜지는 중에 뜬금없이 모니터 화면이 닦고 싶더라고요.

 

평소 버릇이니까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컴퓨터와 모니터에 불을 넣었거든요.

그러고서 본체에서 전원 스위치를 켜자 모니터가 움직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뜬금없이 눈앞에 모니터 그 모니터를 닦고 싶은 거 있죠?

꽤 진행 중이었음에도 다른 수가 없기에 전원이 개별 스위치가 달린 멀티 탭에서 본체를 꺼버렸답니다.

 

그러고는 모니터 머리에 덮어씌웠던 덮개를 벗겨내고는 화면이 위쪽으로 보게끔 살며시 눕혔지요.

어! 이 글 쓰면서 지금 모니터에 그 덮개를 보니까 제가 괜히 이걸 씌웠다는 생각이 미칩니다.

이것이 옛날 텔레비전에 덮였었던 덮개였었는데 그 텔레비전 고장 나서 버리고는 새로 들인 텔레비전이 이것 모니터처럼 LCD라서 아주 얇으니까 꼭 덮을 필요를 못 느꼈거든요.

그래서 양쪽 끝을 두어 바늘 꿰매고는 요것 모니터 덮개로 써왔던 것이었지요.

 

일어나서 덮개를 살짝 들춰서 뒤쪽을 보니까 하필이면 거기가 아주 작은 구멍들이 송송 뚫린 자리입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열 받은 모니터의 배기 홈일 텐데 하필이면 여태 그 자리를 덮어뒀던 거였습니다.

지금 당장에 벗겨버리고서 이글을 이어갈게요.

 

네~ 벗겼습니다. 그랬더니 훨씬 시원하고 좋아 보입니다.

이어갈게요.

 

모니터 닦기 쉽게끔 눕혀두고는 화장실에 다녀왔지요.

그곳 세면기에 수세미가 있거든요.

 

거기 세면기에서 세수하고 나면 그 물을 정화 조로 통하는 배수관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모았다가 다시 양변기 물통에 채워서 쓰거든요.

그러자니 자칫 세면기 양칫물 등으로 지저분해지기 일쑤지요.

하여 당연히 수세미가 항상 거기 비치돼 있어야 마땅하겠지요?

 

수세미에 수도꼭지 돌려 물을 적시고는 나름 한번 짜서 흘러내리지 않게끔 해서 가져오긴 했는데…

Monitor Cleaning-01

 

사방팔방 쓱쓱 문질러 수세미 갖다 놓고선 이번엔 거기서 마른 수건을 가져와 닦았답니다.

그런데 수세미를 더 짜서 가져온 건데 너무 물기가 배었나 싶더라고요.

마른 수건으로 닦기 전에는 물기가 줄줄 흐르다시피 했으니까 말입니다.

Monitor Cleaning-02

 

얼마 전일인데 윈도를 밀어버리고 새로 깔 일이 잦았거든요.

그럴 때마다 반드시 필요한 게 시리얼 번호잖아요?

그것 따로 적어둘 때가 없어서 휴대폰의 메모장에 기록해 뒀는데 설치할 때마다 메모장 열고 보려니까 그것 쳐다보는 사이 휴대폰 모니터가 죽기도 해서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세팅하고는 아예 프린터 지에 그것을 복사하여 이렇게 모니터 밑으로 깔아버렸답니다.

 

그런데 좀 전에 모니터 닦는 거에만 신경 쓰느라고 그곳으로 물방울이 투하된 것을 놓쳤답니다.

천만다행으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가만히 두니까 곱게 말라서 시리얼은 살았지만, 그 가운데로 붉은 줄이 생겼네요.

그 줄이 지금은 저기 사진보다도 훨씬 진하게 위아래로 물방울 얼룩과 함께 드러났지요.

Monitor Cleaning-03

 

아까도 꼭 이 정도 시점에서 전원을 꺼버렸는데 희한하게도 요번엔 에러 창도 뜨지 않고 멀쩡하게 켜지는군요.

지금이 지렁이가 네댓 마리는 지났을 시점인데 말입니다.

Monitor Cleaning-04

 

흐흐…

화면이 켜졌네요.

저기 위쪽으로 덮개로 올렸던 수건을 닮은 천이 보이지요?

지금은 떼 버리고 없습니다.

Monitor Cleaning-05

 

제가 이따금 여기 모니터 앞에서 뭔가를 먹어대곤 하거든요.

그 먹는 것 중에 아주 작은 가루 성분이 포함됐다면 그야말로 저에겐 사약과도 같은 것인데 어떨 땐 깜빡 잊고서 일이 터진 뒤에야 후회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면 고춧가루가 들어갔던지 껍질째 귤을 먹는다든지 또는 생라면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대로 먹었을 때 그랬습니다.

 

제가 냄새를 못 맡으니까 기도와 식도 구분도 서투르나 봐요.

그래서 그 작은 알갱이들이 식도로 들어가지 못하고 기도를 습격했을 때 몸에서 어떤 사태가 벌어지겠습니까?

어떨 때는 물 마시다가도 사레가 들곤 하거든요.

엄청나게 재채기를 쏟아내지요.

이렇게 우리 집에서 제 컴퓨터의 모니터 앞이라면 그래도 양반입니다.

 

만약에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사레가 걸려 음식물 뿜어낸다면…

차마 말로 다할 수 없는 저로선 그 순간이 죽음과도 같았습니다.

제가 아까 사약이라고 했던 말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준비물이란 게 그런 거거든요.

바로 손수건이지요.

깜빡 준비하지 못했을 때가 더러 있거든요.

제 일상이란 게 언제나 예기치 않게 흘러갑니다.

 

옛말에 '유비무환'이라는 예쁜 성어도 있지만, 매사를 완벽해지기란 저에게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불완전하니까 이렇게 살맛이 나는지도 모르겠고요.

 

수천 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학이시습지'라는 케케묵은 논어의 나부랭이가 아닐지라도 날마다 배운다는 것 날마다 도전한다는 것!

저로선 즐겁습니다.

 

십여 년 전 걸음마를 새로이 익힐 때 지면으로부터 맨발바닥으로 전해지던 그 느낌 절대로 잊을 수 없습니다.

딱딱한 포장도로나 시멘트 계단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었던 공원길이나 야산에 난 길 흙에서 느꼈던 그 황홀함…

도저히 잊을 수 없겠습니다.

한 걸음씩 뗄 때마다 촉촉하게 지구가 뒤로 밀리면서 이 커다란 덩이 굴리고 가는 거 같았는데 바로 그런 느낌이었었거든요.

 

오늘날 하나라도 알아가면서 느껴지는 쾌감이 거기에 미칠 수는 없겠지만, 못지않게 즐거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오늘 모니터 하나를 닦아세우고는 별난 감상에도 젖었네요.

 

벌써 저녁입니다.

여러분 좋은 밤 되십시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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