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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27 까짓거 나라고 시장 한번 못 볼쏘냐!

까짓거 나라고 시장 한번 못 볼쏘냐!

 

부엌에서 음식물 쓰레기통이 놓인 베란다로 나가는 문짝 바로 앞입니다.

어머니는 맨날 그 자리에 젖은 걸레를 그대로 두곤 하셨거든요.

제가 설거지 끝내고 음식물 쓰레기통 가지러 나갈 때면 틀림없이 젖은 걸레가 있는 줄도 모르고 덥석 내딛다가 마른 양말이 흥건해져 버리곤 했답니다.

그러면 그 순간의 그 터질 것 같은 왕짜증!!!

주의하여 살피지 못한 제 모습 돌이킬 여유라곤 눈곱만큼의 틈바구니도 없이 짜증을 넘어서서 종잡을 수 없는 분노(?)가 일곤 하더라고요.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화장실에서 아주 특별한 경우에나 쓰는 커다란 대야를 놔 버리기도 했지요.

 

오늘 아침에도 똑같은 경우를 겪으면서 예외 없이 저는 화장실로 달려가서 그놈의 대야 다시 갖다 뒀었거든요.

이렇게 갖다두면 어머니 그것 보는 족족 다시 빼버리곤 했습니다.

그런 불상사를 거듭한다는 것이 어쩐지 안 내켰던 아침나절이기도 했었고요.

해서 어머님의 대야가 아닌 저의 대야를 사오기로 다짐까지 했었는데…

 

그런데 막상 설거지며 바깥에서 마칠 그 모든 것 다 하고 난 뒤 컴퓨터 앞에 앉아버리니까 아침나절의 그 각오 까마득히 잊어버렸지 뭡니까?

한마디로 건망증이 도진 겁니다.

 

컴퓨터 켜기 전에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문득 생각했지요.

'날씨가 참 좋군. 이 정도면 나가도 괜찮겠는데… 운동이나 나갈까…'

그런 맘으로 주섬주섬 챙긴 뒤 거실로 나가면서 보았답니다.

 

'앗^ 저것 사러 간다고 그랬지!!!'

Shopping-01

 

얼른 다시 들어와서는 컴퓨터를 켰지요.

우리 집 주변에는 '비아시장'이 있습니다.

거기가 바로 5일마다 열리는 '전통 오일장'이거든요.

맨 처음 마음먹었을 때부터 다른 데도 아닌 그곳으로 가볼 생각이었거든요.

 

왜냐면 '대야'와 같은 '세간살이'는 '전통시장'에서 사야 한다는 묘한 고정관념이 제게 있었습니다.

지금도 거기가 '오일장'인지는 모르겠지만,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쯤의 그 시절 맨 처음 옛 여인과 동거를 시작했을 때 사들였던 '세간'도 광주광역시 남구 주월동의 '무등시장'에서 시작했었거든요.

그 뒤로 수도 없이 이사도 다녔었고 새로이 세간도 들였지만, 한 한 번도 제 손으로 세간 들였던 적이 없었기에 그런 황당한 고정관념이 박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얼른 비아 시장이 열리는 날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시장이 안 열리는 평일에도 세숫대야쯤 충분히 사들일 수 있겠지만, 기왕이면 시장이 열린 날에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늦었습니다.

1일과 6일에 시장이 열리는 날이라는 정보가 있었으니까…

 

'안 되겠다! [천냥 마트]로 가자!!!'

그 이름이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비슷한 이름으로 우리 마을에 여러 가지 물건 한군데서 파는 슈퍼가 있습니다.

그래서 달려갔지요.

 

생각보다 싸더라고요. 실은 인터넷 검색할 때 '가격비교사이트'에서 대야 값도 확인하고 오던 참이라서 말입니다.

둘 보태서 4,400원(큰놈:2,300원 작은놈: 1,900원) 이 정도면 가격비교사이트에서 봤던 것들보다 더 싼 거거든요.

얼른 사버렸지요. 저는 오히려 가격표를 잘못 봤기에(큰놈을 3,200원으로 착각하여) 계산하면서 계산대 아가씨와 플러스 되는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답니다.

'어! 흠~ 저기 라벨 가격보다 더 싸네요~'

'아니에요! 이걸 보세요! 맞잖아요~'

Shopping-02

 

드디어 바꿔치기했지요.

둘 중에 작은놈은 젖은 수건 거치대로 쓰고 큰놈은 제 방 화장실에 갖다 뒀답니다.

가끔은 손빨래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밖으로 나가서 적당한 대야를 찾아오곤 했으니까 말입니다.

Shopping-03

 

인제는 세월도 흘렀고 또 오늘 경험도 하고 그랬으니까 쓸데없는 고정관념 버리렵니다.

세간살이 전통시장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을 말이에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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