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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11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저는 어지간하면 방금 썼던 물 그냥 버리지 않고 재활용합니다.

특히 화장실에서 물 쓰는 일이 잦은데 또 그 자리는 꼭 써야 할 일도 많지요.

 

그런 까닭에 처음 쓴 물 모아두는 양동이도 두 개나 뒀지만, 어떨 땐 둘 모두가 가득 차서 세면대에서 썼던 물을 그냥 둬야 했을 때도 있었습니다.

한동안은 그게 걸릴 게 전혀 없이 멀쩡했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그렇게 받아둔 물이 그냥 새 버리는 거예요.

 

그 새는 정도가 주르륵 정도라면 차라리 낫겠는데 4~5초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정도더니 언젠가부터는 그 속도도 빨라져서 2~3초에 한 방울로 더 빨라졌습니다.

 

기왕에 써버린 물인데 그것 좀 샜다고 해서 크게 문젯거리가 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만, 제가 걱정됐던 건 아래층에서의 반응(?)이 걱정됐지요.

물론 물 새는 소리는 들었겠지만, 실제로 아래층까지 새는 건 아녔기에 그 어떤 얘기도 아직까진 없기야 했었지만, 위층 화장실에서 물이 새는 걸 느꼈을 때 도대체 어떤 상상(?)까지 했을까요?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도 없는 애매한 처지에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짐작이었지만, 어쨌든 그걸 해소하려면 어떡해서든 물 새는 걸 막아야 했었습니다.

여러 방도를 생각하다가 집안에 잡다한 물건 놓아둔 창고를 뒤졌는데 글쎄 거기서 그것 물 새는 것 주범인 수동 팝업의 물막이 봉이 두 개나 더 있지 뭡니까?

개중에 어떤 놈은 그놈 대가리에 고무 패킹이 정상적으로 붙었는데도 제대로 작동하질 못하고 여태 써왔던 그것처럼 새는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다른 방도를 궁리하던 중 그놈 대가리에 패킹 구실이 될만한 거로 비닐을 씌워서 꽂아보니까 물 새는 간격이 한결 느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새는 건 매한가지였기에 차라리 욕조 마개를 닮은 '세면대 배수구 마개'를 쓰기로 했었습니다.

그랬는데 제 욕심이 어디 거기서 멈춰졌겠어요?

'저놈의 수동 팝업의 물막이 봉처럼 만들어 버리자!!!'

 

'마개는 저기 있는데 그럼 봉을 뭐로 할까…'

아파트 아래층 쓰레기처리장에도 가 보고… 우리 아파트 상가에도 들러보고…

그러다가 문득 오래전에 사 뒀던 '형광펜꾸러미'를 보게 됐답니다.

'옳지 저놈이면 되겠다!!!'

 

몇 년 전에 우리 동네의 '천원 마트'에 들러서 이것저것을 구경하다가 글쎄 어디에 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색상이 들어간 사인펜 같은 거 다섯 개나 묶었는데 달랑 천 원에 파는 거 있죠!

그러잖아도 집에 사인펜이 다 떨어졌는데 무방하다 싶어서 그걸 집어 들고 왔었습니다. 그랬는데 그것 종이에도 안 써지고 딱딱한 골판지에도 안 써지고…

'으아^^^ 속았다!!!' 그렇게 해서 거의 내버려 지다시피 했었는데 거실 필기구 함에 아직도 그게 있었던 겁니다.

'허허^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속에 잉크가 들었는지도 모를 잉크 봉과 팬의 마개를 때어 버리고 강력본드를 써서 물마개에 꽂은 뒤 상당한 공과 시간을 들여 붙였답니다.

그러고는 팬 통 끝 정당한 곳에 구멍을 뚫어서 수동 팝업의 지렛대 철봉이 들락거리게끔 했지요.

 

그놈을 물막이 봉으로 쓰겠다는 생각에서 거기까지 오는 데는 몇 시간이나 걸렸답니다. 왜냐면 강력본드로 붙여 둔 게 조금이라도 덜 말라서 안 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걸 마치고서 세면대에 설치하고서 물까지 받아서 그 빛나는 순간을 만끽하려는 철봉을 막 누르는 순간 물마개가 올라오지 않고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는 거 있죠???

'오! 이런 재기랄…' 그것 조립하면서 손에 느꼈던 감각엔 단단하게 조립됐더구먼 이게 도대체 뭐냐!!!'

 

네. 고무마개와 플라스틱 형광펜 통이 잠시 잠깐 딱딱하게(경도) 붙을 순 있었겠지만, 약간의 장력에도 붙었을 만한 끈끈함(강도)이 없었던 겁니다.

더 쉽게 말하면 둘 붙었던 자리가 부서지다시피 끊겨 버렸습니다. '카~'

 

거기서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떨어진 자리 집중해서 긁어내고는 이번엔 그 자리에 나사를 박아 고정하는 걸 시도해봤답니다.

거기가 마른자리라면 별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조그만 틈이 있어도 물이 새는 곳이기에 나사 대가리엔 어디엔가 굴러다녔던 인조 가죽이 있었기에 그놈을 좀 오려서 끼웠어요.

 

물론 플라스틱으로 된 형광펜에 금속 나사를 박았으니 오래 쓸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지금 당장 전혀 새지 않는 이 상황에 만족합니다.

 

더군다나 물이 내려갈 때는 저 마개가 어찌나 회전하는 거처럼 흔들리던지 그 모양새 마치 불꽃놀이처럼 화려했거든요.

물이 빠지는 그 커다란 구멍에 새끼손가락만 한 형광펜이 들어갔으니 그 유격(?)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가지요?

그 사이로 물이 세차게 소용돌이치며 빠져나가는데 영락없이 물마개가 무한대로 회전하는 모양새였답니다.

 

물마개와 형광펜의 환상 듀오~ 아니지 당연히 물이 있어야 하니까 무궁한 유토피아 트리오???

아직은 흐뭇합니다. 갈 때 가더라도 이 행복 그때까지 쭉 즐길까 봐요~ 허허허^^^

 

 

~ 유토피아 트리오 - 01 ~

 

 

~ 유토피아 트리오 - 02 ~

 

 

~ 유토피아 트리오 - 03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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