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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붙이_연장'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6.09 언제든지 쇠붙이 연장 들고서 일하려거든…

언제든지 쇠붙이 연장 들고서 일하려거든…

 

 

벌써 며칠이나 지난 이야깁니다.

그전에 한참 전부터 그랬었는데요.

화장실에 들어가면 어디에선가 꼭 물이 새는 거 같았습니다.

 

거의 2, 3초 주기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났었거든요.

틀림없이 우리 집(바로 근처)에서 나는 거 같은데 망할 놈의 제 귀가 소리가 나는 위치를 탐지할 수 있어야지요.

 

- 사람 많은 곳이거나 여러 소리 겹친 곳에 가면 그래서(위치 파악을 못 해서) 거의 죽습니다. -

- 모든 소리가 겹치니까 굉장한 웅성거림이 되어 알아듣기도 매우 어려워 곤란했었기에 -

 

그래도 어디서 그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려고 물이 샐만한 곳(수도관이 연결된 모든 위치 - 다른 화장실, 부엌 싱크대, 베란다에 난 수도꼭지, 세탁기 등등)을 샅샅이 뒤졌건만, 세는 흔적을 못 찾았지요.

그렇다면 우리 집이 아니라 우리 집 바로 위층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일 텐데 이를 어쩐담…

 

위층에도 사람이 있으니까 하루 이틀 지나면 멈추겠지… 그러나 사흘이 지났어도 멈출 기미가 안 보였어요.

대략 닷새쯤 지났을 무렵이었는데 인제는 도저히 안 되겠데요.

 

제가 됐더라도 아래층 사람이 화장실 물새는 문제로 올라온다면 썩 좋은 기분은 아닐 거기에 그것도 그 탓으로 실질적 피해를 보는 증세도 없으면서 방문한다는 건 무척 꺼림칙한 일이었습니다.

기왕에 그래도 올라가 보기로 맘먹은 이상 마지막으로 또다시 화장실 어느 구석에서 그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기로 작정했지요.

 

일단은 물이 나오는 수도관 두 곳(온수, 냉수)을 꽉 조인 뒤 마른걸레 두셋으로 화장실 바닥부터 벽면까지 깨끗이 닦아 냈습니다.

그러면 혹시라도 새는 곳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에…

 

먼저 벽면을 닦아내고 나중에는 바닥의 맨 구석부터 닦고 또 닦아서 깔끔하게 닦고 있었지요.

그러고 마지막으로 수도꼭지(샤워·욕실·수도꼭지 수전) 닦는 중인데 어느 순간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멈추는 겁니다.

'아^ 여기에 뭔가가 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더니 또 들리데요. 드디어 감을 잡았습니다.

그러고는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전 아래쪽으로 작은 물방울이 맺혔다가 커지면 떨어진다는 것도 확인했답니다.

 

얼른 우리 동네 철물점이나 옆 동네 철물점을 머리끝으로 검색했지요. 그러면서 고개를 살랑살랑 돌렸습니다.

솔직히 너무도 비쌌거든요. 2, 3%의 차이라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차원에서도 이웃 간의 정(?)을 생각해서도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만, 얼토당토않게 차이 났던 게 화필이면 그 순간에 떠올랐는지 몰라요.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쇼핑몰 뒤져서 적당한 거 하나를 골라서 주문했답니다.

 

이틀쯤 지나니까 택배로 들어왔습니다. 기존 거(고쳐서 써보려고 벽면에 붙은 수도관을 빼고 나머지 부분을 몇 번이고 풀어서 패킹 등을 닦아서 다시 끼워보든 등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실패했기에)와 거의 닮은 놈을 샀기에 벽면에 박힌 관은 안 뺀 채 써먹을까 했었는데요, 그곳에 끼우는 구조가 전혀 달랐던 겁니다.

별수 없이 벽면에서도 수도관을 빼서 통째로 바꿔야 했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인제는 아파트 원수로부터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수도꼭지를 닫아야 했지요.

현관문 밖으로 옆집 거와 위아래로 계량기가 붙은 것은 봤지만, 저는 여태 그것 수도 밸브를 본 적이 없었거든요.

 

- 이상하다 여기에 달렸어야 정상인데 수도 밸브가 어디에 붙었지??? -

스티로폼으로 계량기가 둘러싸였기에 손이 닿는 끝까지 아무리 뒤져봐도 잡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조끔 실례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궁금했습니다. 해서 실례를 무릅쓰고서 옆집의 계량기 함을 열어 봤습니다.

했더니 그 자리(스티로폼으로 꽉 막은 자리) 한쪽이 움푹 팬 거 있죠. 그 탓으로 이제야 겨우 수도 밸브가 드러난 걸 확인했네요.

 

그걸 본 순간 우리 집도 저렇게 뜯어내야 가능함을 알아챘기에 즉시 안으로 들어가서 부엌칼과 끝이 기역으로 굽은 송곳을 가져왔답니다.

그러고는 칼로 스티로폼을 베어내면서 송곳으로 뜯어내기 시작했지요.

 

많이 뜯어버리면 겨울철 냉해(그걸 막으려고 헌 옷가지 등으로 계량기 함 가득 채워두지만)를 입을 테니까 최소한으로 뜯어내면서 밸브를 돌려보지만, 돌아가질 않는 겁니다.

어쩌면 이 아파트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그걸(수도 밸브) 돌려보는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좀처럼 돌 기미가 안 보였지요.

겨우 손가락 하나가 수도 밸브에 손이 닿게끔 공간을 확보한 뒤 아까 스티로폼 파낼 때 썼던 굽은 송곳을 이번엔 밸브 손잡이 끝에 걸어 돌려봤는데 조금씩 움직였어요.

그렇게 해서 부드러워진 밸브를 돌려 닫고는 드디어 화장실로 돌아와 수도꼭지 수전을 갈아 끼울 차례입니다.

 

이쯤 해서 인제는 장갑을 꼈어야 했는데 당시는 그럴 염이 전혀 없었지요.

어떻게 해서든 벽에 박힌 수도관을 빼내야 일의 진척이 있을 거였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그거에만 치중했는데 얼마나 단단히 박혔던지 좀처럼 돌아갈 기미가 안 보였어요.

맨손의 힘만으로는 돌릴 수도 없는 처지라서 공구함에 마침 있었던 '파이프렌치'라는 파이프 돌리는 연장이 있었기에 그걸 가져와서 풀어보려고 안간힘을 다 썼지요.

 

그놈 벽면에 90도로 꺾여 박힌 수도관에 물린 채 힘주어 돌려보는데 어느 순간에 이것이 풀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 순간에 힘을 더 주어 더 많이 돌려보는데 파이프렌치 잡은 손의 검지와 벽면에 붙은 수도관 둘 중 나머지 한 놈 사이에 손가락이 눌려버렸습니다.

그 압착으로 손가락이 뜯기어 벌어진 게 보입니다. - 큰일 났다!!! -

 

즉시 작업을 멈추고 약통을 뒤졌는데 마침 대일밴드가 보이데요. 우선 급하니까 그거라도 벗겨서 손가락에 감은 뒤 하던 일을 계속해서 해나갔죠.

 

아무래도 좀 무리다 싶더니만, 작업이 다 끝나니까 해냈다는 보람도 잠시 손가락이 아려서 죽겠데요(?).

그것 일 보느라고 붙였던 대일밴드 물에 흠뻑 젖어서 있으나 마나 허사였고…

 

나중에 굴러다니는 아무 약이라도 약솜에 싸서 그 자릴 동동 감았는데, 처지가 그렇다 보니 세수를 제대로 할 수가 있나 화장실이라도 제대로 볼 수가 있나 이것 보통 문제가 아녔지요.

그럴 뿐만이 아니라 벽면에 붙은 수도관(온수, 난수) 빼려고 얼마나 애썼던지 허리를 삐끗해서 약국에 들러 그런 순간에 주로 사 먹었던 근육통약도 사 먹어야 했었답니다.

 

오늘이 그로부터 나흘이 지났습니다.

삐끗했던 허리도 대충 다 나았고 벌름거렸던 손가락 자리도 어지간히 낳아 인제는 물을 묻혀도 무방해졌지요.

 

물론 그랬기에 이 글도 탈 없이 써지는 것이고요.

아차^ 그리고 여기 밑에 달아 둘 사진은 요번에 새로 간 수전이니 애초의 물이 샜던 놈으로 착각하지 않기를…

 

~ 물은 물이고 연장은 연장이로다 ~

 

 

그날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더듬지 않은 채 위층에 올라갔다면 정말이지 크게 망신살 뻔했지 싶습니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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