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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건강증진연구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11.01 '우리'의 대통령을 다시 뽑자
  2. 2015.01.02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우리'의 대통령을 다시 뽑자

 

 

~ - 사기꾼이 따로 있나? - 01 ~

 

그래도 공식적으로는 민주공화국인데, '하야(下野)'란 어울리지 않는다. 관직이나 정치에서 물러나 시골로 '내려간다'는 뜻이라면, '관'이나 '정(政)'은 높고 '민(民)'은 낮다는 것이 아닌가. 봉건 시대에나 어울리는 어법이다.

따지면 '퇴진'이라는 말도 모자란다. 지금 벌어지는 일에서 진퇴를 결정할 주체는 당사자인 대통령과 집권층이 아니다. 결단하거나 결심할 쪽은 그들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과 시민이다. 주권자는 '~되어야 한다'거나 '이루어져야 한다'는 식의 수동태로 말하지 않는다. 능동태로, 탄핵하거나 물러나게 하거나 소환하는 것이 마땅하다.

나라의 기본이 초라하게 무너졌으니, 우리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인들 평소처럼 '시민'과 '건강 증진'과 '연구'에 매진하지 못하겠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허무와 냉소가 근거가 없지 않으니, 본업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이 사태를 말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오래 의심하던 이 정권의 가치 지향과 일하는 방식, 실력이 드러난 것이 큰 의의다. 첫째, 박근혜 정권은 국가 시스템 그리고 국정 운영 시스템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완전하게 무너뜨렸다.

국가 운영과 국정은 시스템이라 할 것도 없다. 자격도 실력도 태도도 되어 있지 않은 자들이 국정을 맡아 어지럽혔으니 놀라움을 넘어 두렵다. 남북 문제, 사드 배치, 외교에도 끼어들었다는 소리가 그냥 농담인 것 같지 않다. 이 정도라도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안도해야 할까 자부해야 할까.

방송이 보도한 최순실 파일 중에는 '130128고용 복지_업무 보고_참고 자료'라는 것이 있다. 이때(2013년 1월 28일)는 대통령 인수위 시기니 현 정권의 복지와 건강, 의료를 어떻게 할까 하는 기본 방침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정권은 이런 내용을 준비하면서 행정부도 정치권도, 그리고 시민 사회나 전문가도 아닌, 최순실에게 묻고 그와 협의했다. 이게 차마 나라인가?

돌아보면 비슷한 예가 수두룩하다. 불과 다섯 달 전의 스캔들인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과 코리아 에이드도 그중 하나다. 당시 우리는 코리아 에이드를 "권력의 사유화가 빚은 참사"로 규정하고, "국가와 공공 시스템의 작동이 아닌, 개인의 사적 선호와 관심, 그에 기초한 공적 결정이 초래한 사태"라고 해석했다. (☞관련 기사 :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코리아 에이드'의 정체) 그러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코리아 에이드는 '국정 농단'으로 드러났다.

둘째, 국정이 무너진 가장 중요한 이유가 '사익'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순실과 그 주변 인물들이 추구하고 실제 실현한 이득은 명확하다. 예산을 어지럽히고 사사롭게 인사를 휘두른 일이 한둘인가. 최소한의 공적 가치와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

'선의'를 가졌으나 어쩌다 벌어진 일이 아니다. 대학 입학과 스포츠 경기, 각종 이권, 인사 개입, 청탁은 모두 사사로운 이득을 보려는 것이었다. 동계 올림픽의 이권을 챙기려고 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형편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다음 예는 지엽적인, 그러나 정말 꼼꼼한(!) 한 가지 사건일 뿐이다.

"광고 감독 차은택 씨와 밀접한 관계로 알려진 광고 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즈'(플레이그라운드)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5월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의 홍보 용역을 수의 계약으로 따낸 일이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은 "계약서 작성 전에 미리 업체를 선정해두고 수의 계약으로 구색만 맞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기사 : 차은택 관련 업체 플레이그라운드>, 계약 전 미리 선정 특혜 의혹)

국가 기구와 정부, 행정까지 '사유화' 했으니, 그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시장주의나 민영화가 이런 것인가 싶다.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동원되어,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한 듯한) 민간 재단을 급조하고 약탈을 돕는 나라. 정치 후진국의 군벌이나 마피아 정치를 보는 듯 비현실적이지만, 박정희 시대와 닮았으니 역사적 현실일 수는 있겠다.

셋째, 또 다른 사익 집단들의 비호와 지원, 유착을 통해 이 정권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따위 국정을 몰랐을 리 없는 여당, 일부 관료, 재벌, 언론, 사이비 학자들이 짬짜미로 정권을 뒷받침했고 떡고물을 받아 챙겼다.

'사익 네트워크'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하더라도 촘촘하고 튼튼하다. 최순실 씨의 딸을 중심으로 얼마나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등장하는가. 행정부와 관료, 기업, 대학, 교수, 정치인이 서로 얽혀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익숙하지만, 그 정도가 새삼 놀랍다.

 

~ - 사기꾼이 따로 있나? - 02 ~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견제의 정치 시스템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형식적 견제 장치도 작동하지 않으니, 국회와 정당, 사법부, 심지어 형식적 관료제조차 이런 대통령과 정권을 막을 수 없(었)다.

주목할 것은 관료들의 완전한 '노예화'다. 최소한의 관료제적 합리성과 조직 문화도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전혀 '영혼'이 없는 완전한 복종 상태. 사고로 드러난 것을 제외하면, 단 한 명의 자발적 '내부 고발자'도 없었다는 점이 신기할 정도다.

이런 정권과 정부는 우연이기도 필연이기도 하다. 분명 예외성이 있지만,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 그리고 우리의 실력으로 보건대 박근혜 정권이 전근대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하겠다. 지금부터 '제2의 박근혜 정권'을 예방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면, 우리는 선거 제도 개혁이 급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 비례 대표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 권력을 대표하는 여러 정당이 경쟁해야 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권력 독점과 전횡이 그만큼이라도 약해지지 않을까.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면, 민주주의의 심화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의 모든 국면과 영역에서, 그리고 실천의 모든 층위에서, 민주주의가 깊어지고 강해져야 한다. 문화와 규범, 삶의 양식으로서의 민주주의만이 '괴물'의 돌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멀고 험한 길이지만, 어쩔 수 없다.

당장은 말 그대로 정치적인 것,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요구한다. 공식적으로는 탄핵 형식을 빌려야 한다면 그 또한 피할 이유가 없다. 여당이 나설 리 만무하니 야당이 앞장서 주기 바란다.

현실 정치에서 가능할 것인가는 그 다음 질문이고, 지금은 시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지만, 민주주의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꼭 그렇게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요구하는 이유는 과거를 처벌하자는 말이 아니다. 처벌은 급하지 않으니, 지금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국정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삶을 회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하는 정상화, 새로운 정권은 바로 이를 위한 첫 걸음이다.

정치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지금 정권으로는 국정을 정상 상태로 돌릴 수 없다. 생각해 보라, 누가 무슨 수로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어떤 말을 믿을 수 있을 것이며 그 어떤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예산 한 푼을 이야기하는 데도 최 아무개의 그늘이 어른거리는 한, 현상 유지는 불가능하다. 바꾸자.

 

~ - 사기꾼이 따로 있나? - 03 ~

 

※ 글 출처: 서리풀 논평 '우리의 대통령을 다시 뽑자'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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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문득 컴퓨터에 달린 시계를 보니 꽤 많이 흘렀습니다.

오후 다섯 시가 다 되어 가데요.

적어도 이 시간이면 앞뒤 요모조모 따질 것도 없이 그냥 배가 고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니 실제로 배고 고픈 듯도 싶더라고요.

해서 대충 끝내고 밥 먹으러 갈 생각이었지요.

그런 맘이었기에 차례차례 브라우저를 정리하면서 닫는 중인데 네이버에 와서 보니 이메일이 한 장 들었데요.

위쪽에서 우선 몇 줄을 읽었답니다.

그 시각(오후 5:05 2015-01-02)까지 아침마저도 걸렀기에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저로서는 그것 편지보다는 차라리 배 채우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 섰답니다.

그래서 닫고서 다음으로 넘어가려는 찰나 브라우저 오른쪽의 스크롤 막대를 훔쳤지요.

편지 길이 아주 짧겠더라고요.

그래서 이 편지 모두를 훑어 내렸답니다.

이 편지 위아래로 각각 그림 한 장씩 뜨고는 이내 밥 먹으려고 나갔거든요.

부엌으로 나가봤더니 오늘은 밥이 없습니다.

대신 가스레인지 위에 호박죽 쒀졌네요.

그것 한 그릇을 후다닥 비우고는 더 먹고 싶었는데 몇 시간 뒤에 새로 맞이할 맛 난 저녁을 위하여 멈추기로 하고 컴퓨터에 다가왔네요.

아래는 오늘 자로 제게 온 한 장의 편지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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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01

 

[한겨레/세상읽기]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2015.01.02 37 views

 

한겨레/세상읽기 바로가기

 

맞다. 이 익숙한 제목은 전우익 선생이 쓴 책에서 따왔다. 새해 첫날 희망찬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텐데 채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다. 아직 지난해의 아픔과 무력감에 붙들려 있는 것이 크다. 선생의 힘을 빌리려 한다.

 

그의 말대로 “꽁꽁 얼어붙은 겨울 추위가 봄꽃을 한결 아름답게” 피운다고 생각하면 조금 쉬워진다. 나는 올해 우리 사회가 좀더 안전하고 누구나 건강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가난과 불평등이 줄고 모두의 보람과 긍지가 고루 커지기를 희망한다. 그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작은 결심 한 가지는 몸을 더 움직이자는 것이다. 몸이 노동과 운동을 다시 기억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해마다 다시 시도했지만 늘 모자랐다. 이번에는 꼭 다르리라 마음을 만든다. 한 정거장 미리 내려 걸을까, 가까운 헬스장이라도 찾아볼까, 이리저리 궁리하는 중이다.그러나 고백하건대 아직 자신이 없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요 며칠만큼 많이 쓰일 때가 있을까. 어떤 통계로는 건강한 습관을 들이자고 계획해 봐야 절반이 삼일을 못 채운다고 한다. 이번에도 흐지부지될까 걱정이다.절반의 실패를 예상하라니 벌써 맥이 빠진다. 그래도, 혹시 약속을 깨더라도 자책하지 않을 작정이다. 평균이 ‘정상으로’ 실패하는 것이면 오히려 남 탓을 해야 하지 않을까. 좀 거창하게 표현하면 건강의 개인주의에 저항할 참이다.

 

벌써부터 비슷하게 고민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습관의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못하기까지는 여건과 환경의 책임도 무겁다. 적당한 장소나 시설도 없는데 근면과 성실만으로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긴 노동시간과 강도는 그대론데 꼬박꼬박 때를 맞추라면 비현실적이고 가혹하다.개인만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숨쉬고 먹고 일하는 가운데 숨은 위험만 해도 그렇다. 암을 피하려면 검진뿐 아니라 발암물질을 통제해야 한다. 금주와 금연에다 담배와 알코올 규제를 추가해야 맞다.위험과 변화 모두를 혼자 어찌할 수 없다면 새해 계획도 나를 넘는 것이 당연한 일. 일터에서 더 조심하자는 덕담으로는 모자란다. 더 안전한 조건과 환경을 만들고 위험을 없애자는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자는 ‘사회적’ 각오도 덧붙여야 한다. 나도 새해에는 집 가까이 걸을 만한 산책로라도 만들자고 요구해야 하나 싶다.

 

위험과 실천을 확장하면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만난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에게 배우기로는, 이렇게 하면 원인을 문제삼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가 인과관계의 앞뒤 가운데 원인은 무시하고 결과만 ‘통치’한다고 지적했다.건강의 결과는 온전히 혼자의 몫이지만 원인에는 사회가 분담할 것이 많다. 그렇지만 체제는 개인을 점검하고 닦달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듯하다. 그러면 원인도 전부 내 안에 있는 것으로 바뀐다. 오늘날 오로지 흡연자를 책망하고 절주의 도덕을 강조하는 이유다.

 

어디 건강만 그럴까. 토익 점수부터 부자 되기에 이르기까지 새해는 오롯이 나의 노고와 갱신을 다짐받는 때다. 모든 결과를 개인 탓으로 돌리고 내면화시키는 시대. 원인에 눈을 감고 각오와 자학을 되풀이하는 것은 허망하다. 오늘 아침 첫걸음으로 새롭고 넓은 다짐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실패를 줄이는 결심이다.전우익 선생의 말로 다시 위안과 희망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 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 아니껴.”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

 

Letter-02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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