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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변기 바닥에 실리콘 치는 것 별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떨었었네

 

양변기에 문제가 있어 그것 뜯어서 손 보면서 가장 곤란했던 거(수도관과 양변기 관 연결하는 것)가 마지막으로 조립하는 것이었다고 언젠가 썼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 자칫 실수하면 제대로 잠기지 않고 물이 새곤 했었는데 그날따라 거기 들어갈 패킹을 하나에서 두 개로 겹쳐 끼우고 잠갔더니 드디어 깔끔해졌다는 이야기도 그 마지막에 아마 썼을 겁니다.

 

어쨌든, 양변기 수리 대충 마무리됐다 싶었는데 그날도 어떡하다가 양변기를 툭 치는 바람에 아주 짧은 거리였겠지만 양변기가 흔들렸습니다.

제 몸이 가진 특성상 그럴 일이 다분하기에 그것 대비차 양변기 밑으로 자전거 튜브 조각과 같은 미끄럼 방지턱을 박긴 했어도 유독 그날은 심기가 불편하데요.

 

~ 빨간 꽃 노란 꽃 - 01 ~

 

'이참에 실리콘을 한 번 쳐봐???'

지난 여름이었던지 그 시기가 언제였던지 지금 정확히 기억해 낼 수는 없겠지만, 동생이 어느 날 실리콘을 사 왔었지요.

비가 좀 내렸다 싶으면 우리 집 베란다 외부에서 일하는 사람 불러서 방수공사 했는데도 돈만 챙기고 부실하게 공사했던지 여전히 물이 샜었는데 동생이 직접 해보려고 사 왔던 겁니다.

동생 그렇게 마음먹고서 꼼꼼히 해보니까 물 샜던 거 얼추 잡기는 했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했지요.

하여튼, 그런 이유로 들여온 실리콘이 아직 남아서 창고에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와 관련해서 특별한 기술도 없었던 동생이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걸 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내보기로 한 거였고요. 순전히 저 독단적인 자신감의 발로가 아녔음을 솔직히 밝힙니다.

먼저는 그것 미끄러지는 걸 막아보려고 심어뒀던 자전거 튜브며 고무호스 조각을 빼내고는 그보다 물리적으로 훨씬 단단한 물건을 박아야 했습니다.

그것이 썩지도 않을 거였고요. 처음엔 굵은 철사를 생각했는데 거기에 맞을 마땅한 거가 안 보였지요. 그래서 그 대안으로 찾은 거가 나사못입니다.

양변기 양쪽의 그 틈새가 달랐는데 나사못의 두께로 그 부분의 약점도 가릴 수가 있었기에 마침 잘됐다 싶었습니다.

 

~ 빨간 꽃 노란 꽃 - 02 ~

 

실리콘이 그렇게 딱딱하지도 않던데 긴 시간을 쓰지 않고 그냥 비닐로 막아둬서 그랬던지 총이 쏘지를 못하대요.

몇 번이나 시도하긴 했지만, 그것 억지로 잡아당겼다가 자칫 총이고 뭐고 부러뜨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송곳을 가져와 뚫어봤는데 거칠 것도 없이 부드럽게 뚫리긴 했지만, 문제는 송곳 끝이 통과할 만큼 그 길이가 길지 않았다는 거였어요.

하는 수 없이 실리콘의 노즐을 살짝 잘라냈지요. 그러고는 엎드려서 양변기 밑동으로 대충 짜봤지요.

 

~ 빨간 꽃 노란 꽃 - 03 ~

 

철물점에서 실리콘 공구(실리콘, 실리콘 총, 해라 등등) 사려면 정확히 얼마나 들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니까 그 모두를 다해도 대략 5천 원 안팎이면 충분하겠습니다.

했는데 우리 집에는 실리콘 쏜 뒤 예쁘게 마감하려면 꼭 필요한 '해라'라는 밤톨만 한 그 공구가 없었습니다.

하여 비닐장갑을 끼고서 울퉁불퉁한 그것 곱게 단장해 보려고 했었거든요.

 

~ 빨간 꽃 노란 꽃 - 04 ~

 

그러나 개뿔 예쁜 단장은 얼어 죽을 단장이고 오히려 더 볼썽사납게 튀어나온 자리 부풀어 올랐답니다. 이런 식으론 되겠다 싶기에 맨손으로 그냥 발라보려고 했네요.

하지만, 그 역시도 마음먹은 만큼 잘 안 통합니다. 기왕에 이렇게 됐으니 실리콘을 양변기 바닥 전체에 한 방 더 쏴서 덧칠해 버렸습니다.

 

~ 빨간 꽃 노란 꽃 - 05 ~

 

그래도 심하게 부풀어 오른 곳은 손가락으로 문지르면서 대충 가닥을 잡았답니다.

인제는 다 끝났다 싶기에 마지막 사진을 박았는데 휴대폰 사진에서 보니 양변기 맨 앞이 아직 미흡합니다.

굳기 전에 얼른 그 자리 살짝살짝 문질러 바르고는 문밖으로 들어냈던 공구들 공구 창고로 완전히 철수시켰네요.

 

~ 빨간 꽃 노란 꽃 - 06 ~

 

손 씻으면서 또 그 순간에 허리 펴면서 그날은 괜히 그냥 뿌듯했고 우쭐했네요.

아직 우리 가족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니 아무도 모르지만, 물론 저 홀로 쓰는 화장실이니 공개할 이유도 없을 테니까 당연하지만, 그냥 그 기분 산뜻했어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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