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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돈의 갑절은 더 날렸는데도 어머닌 그게 없으니까 오히려 더 홀가분하답니다.

 

대략 열흘쯤 전 어느 날부터 무슨 까닭에 그랬었던지 보일러가 꼼짝도 않는 겁니다.

리모컨을 아무리 눌러봐도 보일러 뚜껑을 열고서 아무리 둘러봐도 불도 들어오지 않는 것 무엇 때문에 그런지 감이 안 잡혔거든요.

혹시라도 보일러 전원코드에 전기가 안 통할지도 몰랐기에 그것 확인할 길이 없어서 진공청소기를 끌고 가서 보일러 전원 코드 빼낸 뒤 청소기 걸 꽂아서 확인해 보기도 했답니다.

전기 멀쩡한 걸 확인했는데 보일러엔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겁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연락했지요.

하필이면 너무 늦은 시각이라서 그날은 곤란하다면서 다음날(토요일)에 온 다기에 요즘 전국 어디에나 주5일 근무가 대세라는 점 참작해서 나중에 한가할 때 들리라고 역제의까지 했었거든요.

그리하여 말 맞춘 게 바로 오늘(화요일)입니다.

 

뭔가를 들고 와서는 후다닥^^^

30초가 걸렸을까? 1분이 걸렸을까?

벌써 다 됐다면서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나…'

뭐가 잘못됐기에 전원마저 안 들어왔는지 물었더니 '파워 어쩌고저쩌고'라는 게 나갔다고 그랬답니다.

그래서 그걸 바꿨다고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사만 팔천 원을 달라는 거예요.

'아따 비싸게 받네~ 그렇게 많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제 지갑에 있는 돈 탈탈 털었습니다.

그랬더니 정확히 4만 8천오백 원(만 원짜리 4장, 오천 원짜리 한 장, 백 원짜리 다섯 개)이 나왔지요.

조금이라도 부족했으면 깎아달라고 졸랐을 겁니다.

다행인지 불운인지 조금이라도 넘쳤기에 그대로 다 주고 말았네요.

Money(coin) Money(copper)-01

 

보일러 수리기사와 약속했던 건도 마무리됐겠다 저는 오래간만에 조금 여유롭게 멀찌감치로 운동 좀 다녀오려고 생각했지요.

저번에 어느 날도 생각 없이 나갔다가 하루살이가 눈 속에 파고드는 바람에 도대체 몇 주일 아니 몇 달이나 눈이 따가웠는지도 모릅니다.

그때 안경 끼고 탔었더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을…

눈이 따갑고 거기다가 머리까지 아프니까 감기 탓에 아팠는지 그놈의 하루살인가 그놈 탓에 아팠는지 몇 며칠을 또 그 연유도 모른 채 날 고생 했었거든요.

간식으로는 라면을 쳐다봤지요.

지난주엔가 언제 막냇동생이 한 봉지에 다섯 개짜리 세 묶음이나 사들였는데 벌써 다 먹고 달랑 두 봉지밖에 안 보입니다.

'뭐야 저것밖에 안 남은 거야!'

제가 틈나는 대로 야식으로도 먹어버리고 그런 탓에 저 모양이기에 미안한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운동은 나중 문제고 우선 라면부터 사다 놓고 보자!'

그러면서 아까 건네주고도 남았던 백 원짜리들 떠올리면서 집에 굴러다니지 않게끔 동전 모아두는 동전통들 앞으로 갔답니다.

큰놈은 큰놈들끼리 십 원짜리는 그것들대로 모았는데 그 숫자가 장난이 아닙니다.

오십원짜리 백 원짜리는 그래도 그런대로 얼른 셀 수 있게끔 쌓았지요.

그런데 십 원짜리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지금 사진에서 보니까 칠백오십 원째까지 모아냈군요.

수전증은 없지만, 몸 전체가 가만있지를 못하니까 걸핏하면 모았던 것 무너지기도 하더라고요.

Money(coin) Money(copper)-02

 

사진에서 박은 이때쯤엔 화가 나서 도저히 더는 못 쌓겠데요.

해서 컴퓨터를 켰지요.

집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이 농협인데 거기 연락처 좀 확인하려고 켰던 거거든요.

가까운 곳에 알아보는 것이 편할 것 같았는데 거기는 없고 상당히 떨어진 곳의 지점 연락처만 나왔습니다.

 

저쪽에서 대답해 주는 아가씨의 목소리 아주 죽여주데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소리겠지만, 뭐 좀 물어보려고요.

다름이 아니라 동전 바꾸는 날이 따로 있다는 것 같던데 그날이 언제인가요?'

'아네~ 안녕하세요? 수요일 오전에 주로 바꾸는데요.

급하시면 지금이라도 오세요! 바꿔드릴게요.'

'아이고 고마워라. 그래요. 고맙습니다~'

 

농협이면 전국적으로 어디나 다 똑같을 거란 생각이 미치니까 더는 물어보지 않고 마쳤지요.

십 원짜리, 오십 원짜리, 백 원짜리 그 모두를 다시 통에 담고서 근처 농협 분점을 찾았답니다.

거기서도 덩치가 큰돈은 홈이 파인 거치대에 가로로 줄줄이 세워서 세더니 십 원짜리는 어디론가 가져가더니 무슨 기계로 세는지 무슨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더라고요.

신기하게도 정확히 그게 모두 육천 원이라고 하면서 통장을 달라고 그랬습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거든요. 저는 거기서 천 원짜리로 바꿔올 거며 천 원이 못 된 그 나머지는 그냥 동전으로 가져오면서 라면이나 사 올 생각이었거든요.

그런 까닭에서였던지 저도 모르게 그만 '아하! 그것 제가 깜빡했네요. 어쩌지요?' 했더니…

'혹시 통장 있으세요?'

'네 계좌번호 불러 아니 적어드릴게요. 제 발음이 좀 새니까…'

그렇게 적어줬더니 조회하면서 어쩌고저쩌고하니까 그 뭔가가 제 손에 들렸습니다.

Money(coin) Money(copper)-03

 

'와^ 육천 원이 생겼다. 이놈으로 라면을 사와야지~'

그런 맘으로 집으로 향했지요.

그런데 오면서 생각하니까 그 돈 전체가 제 돈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어머니 남동생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 모은 돈인데 제 통장으로 들어가 버렸으니 그건 '부당한 착복'이라는 판단이 섰던 겁니다.

 

해서 시장바구니 들고 나가는 길엔 카드가 든 지갑도 챙겨서 나갔지요.

그리고는 우리 동네서 제일 싼 가게로 나간 겁니다.

그런데 라면값 오른 게 제 예상 폭을 훨씬 초월하네요.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까 그중에서도 가장 싼 걸로 네 뭉텅이 사버렸지요.

자전거 앞 핸들에 걸었는데 다시는 이런 식으로 실어선 안 되겠습니다.

가랑이 '쩍 벌린 모양'에 그런 흉측한 자세로 타니까 페달에 완전히 밟히지도 않는 겁니다.

엄청나게 조심해서 몰고 왔기에 망정이지 이런 자세로는 안전사고 당하기 아주 십상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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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래부터 제게 있었던 돈 육천 원 벌었는데(?) 라면값으로 다 털어 넣은 데다 더 보태서 배로 더 날려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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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 어머니 그랬습니다.

'아이고 그것 없애 버리니까 속이 다 후련하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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