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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5.18 우리 집에 들어온 텔레비전에 아날로그 방송이 끝나던 날

우리 집에 들어온 텔레비전에 아날로그 방송이 끝나던 날

 

어제였던가 그제였던가? 그날 어찌나 고생했던지 지금도 온몸이 뻐근합니다.

온몸이라고 하기엔 좀 뭐하고 허리가 부서질 것 같습니다.

 

그날은 컴퓨터에서 드라마 다시 보는 것보단 텔레비전에서 직접 봐도 무방(그럴만한 시간 여유가 있었으니까)하겠기에 컴퓨터 책상 앉은자리에서 좌우로 몸을 약간 비틀어 스트레칭을 하고는 방바닥으로 주저앉힌 침대 매트에 걸터앉았답니다.

텔레비전에서 직접 텔레비전 볼 때는 방바닥에 눕거나 그 자리 쪼그려 앉거나 침대 매트에 눕거나 그때처럼 보통 그랬거든요.

그러면서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전원을 켜고는 PC가 아닌 텔레비전 쪽으로 화면을 돌렸지요.

했는데 화면에 반짝이만 가득했습니다.

 

채널을 내리거나 올려도 보고 채널 자동 설정이 가능한 리모컨으로 바꿔서 채널을 자동으로 설정하기도 했는데 도통 나올 기미가 없는 거예요.

대신 평소엔 어떤 리모컨으로도 들어갈 수 없었던 유선 채널 125번까지 들어가긴 들어가더라고요.

그랬지만, 어떻게 해도 안 나오는 걸 어떡합니까?

 

~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

 

돌이켜보면 바로 그 순간부터 허리가 빠개질 것만 같은 이 고통이 시작됐습니다.

가장 먼저는 안테나 선이 빠졌거나 심하게 접촉이 불량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하여 텔레비전 뒤쪽으로 손을 가져가서 안테나 선을 흔들어보기도 하고 툭툭 잡아채 보기도 했지만, 무용지물입니다.

 

그렇다면 벽에서부터 나오는 안테나 선에 이상이 있을 거로 짐작하면서 텔레비전이 놓인 길쭉한 앉은뱅이 장롱 뒤를 뒤져보는데 거기 별의별 것들로 뭉뚱그려 채워졌기에 그 상태로는 도통 가늠이 안 됐지요.

일단 텔레비전에서 안테나 선을 뽑고 안테나 선과 텔레비전 사이는 새끼손톱만 한 작은 연결구가 있는데 그것 자칫하면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 자리에서 살피면서 거치적거리지 않을 안전한 곳에 두겠다는 심정까진 기억하겠는데…

 

장롱을 앞으로 약간 잡아당기니까 안테나 선 맘대로 들춰낼 만큼의 여유 공간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때 보니까 거기 벽면과 텔레비전 사이에 안테나 선이 하나도 아닌 두 개가 연결됐더라고요.

이는 아마도 예전에 텔레비전 겸용의 모니터 사면서 함께 샀던 안테나 선이 짧았기에 그걸 서로 연결했었나 봅니다.

아니면, 텔레비전 위치를 이리저리 바꾸다 보니까 새로 연결하기가 귀찮아서 더 긴 거가 있었는데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썼을 수도 있고요.

 

일단은 그 둘을 모두 철수하고 한방에 이어지는 긴 거로 바꾸기로 했지요.

그러는 동안 몇 번이나 텔레비전을 들었다 놨다 해야 했거든요.

제 허리 이미 바닥에 고꾸라질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데…

 

기왕에 바꾸기로 했으니까 엉금엉금 기어서 바꿨답니다.

그러고는 드디어 안테나 선을 텔레비전에 꽂으려는데 아까 그 안전한 곳에 두려고 했던 그것 이음새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입니다.

제 기억엔 오직 작업 중에 방해받지 않을 곳에 두려고 했었던 그 기억만 반복해서 돌고 또 돌고…

 

컴퓨터 책상에 뒀나? 화장실에 뒀나? 혹시 그사이에 내가 거실에 나갔을까?

온갖 궁리를 하면서 그것 찾으려고 얼마나 헤맸는지 모릅니다.

구부리고 앉고 엎드리고 일어서고… 그 짓거리 반복에 또 반복하다 보니 온몸이 완전히 탈진해 버리더라고요.

 

그러면서 30여 년 전의 14인치 흑백텔레비전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 컬러텔레비전이 언제부터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큰돈 들이지 않고 살 수도 있었던 그 아담한 흑백텔레비전!!!

그 시절에 그것 잘 안 나오면 안테나를 돌리거나 거기에 쇠꼬챙이를 갖다 대면 마치 전파가 잘 안 잡히는 라디오처럼 지지직거리기도 했던 걸 떠올렸습니다.

하여 텔레비전을 거실로 가져가서 거기 안테나 선 원형이 있는 곳에서 그 시험을 해보기로 했던 겁니다.

 

마침내 거실로 들고나와서 일단은 거실의 커다란 텔레비전부터 틀어봤어요. 그랬더니 그놈은 멀쩡하게 잘 나오데요.

얼른 어머니 방으로 가서 거기 놓인 아주 작은 텔레비전도 켜봅니다. 그 역시도 잘 나옵니다.

그 순간에 드디어 깨달았습니다.

- 아하^ 아날로그가 드디어 끝나버렸군!!! -

꽤 오래전부터 방송이 나오는 화면 맨 위쪽엔 이따금 - 지역 상황에 따라 아날로그 송출이 중단되면 지금 보시는 방송을 더 보실 수 없습니다 - 투의 문구가 떴었으니까.

 

그런데도 혹시나 하는 맘에 지지직거리지나 않을까 싶어서 거시 안테나선 뽑아서 돌아가지도 않는 내 텔레비전에 대고 아무리 구걸해봐도 도통 무소식…

- 기왕에 이렇게 됐으니 다 포기하고서 밀쳤던 장롱 뒤 시원하게 열어서 청소나 말끔하게 하자! -

장롱 위쪽을 조심스럽게 거둬서 따로 쌓아두고는 드디어 장롱을 쭉 빼냈답니다.

 

아~ 그랬더니 그 자리에 시커먼 먼지 뭉텅이 한 발대는 되겠고 또 동그랗고 희끄무레한 것도 보이고 더 중요한 건 거기 세상에 아까 잃어버렸던 안테나 연결구가 보이지 뭡니까?

- 얼씨구나 좋다! 절씨구나 좋다!!! -

 

나노미터의 반도체 회로를 380V 전기용접기로 이어보려는 심경으로 그야말로 먼지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살 떨리는 침착함으로 연결구와 희끄무레했던 그것 500원짜리 동전을 건져 올렸답니다.

그런 다음 그 둘을 정말이지 안전한 곳에 옮기고는 전기청소기를 들고 와서 방 전반의 다른 주변부터 깔끔하게 닦아 나갔지요.

처음부터 그 자리 댔다가는 온통 먼지 범벅이 됐을 테니까…

 

방안을 완벽하게 깔끔하게 정돈한 뒤 드디어 안테나 선 텔레비전에 제대로 연결하고는 텔레비전을 켜봤습니다.

가능하지도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철딱서니 없게 은근히 기대까지 해대면서 말이에요.

 

그러나 정답은 역시 NO였답니다.

- 어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

 

그다음 날은 밖에서 사는 다른 동생한테 부탁까지 해봤는데 그게 그리 쉬운 조건도 아녔나 봅니다.

아직 연락이 안 오는 거로 봐서요.

 

- 아날로그 끝나면서 내 텔레비전이 깡통 돼버렸다.

혹시 주변에서 중고 텔레비전 하나 구할 수 없을까?

20에서 30인치 사이면 좋겠는데…

오만 원 안팎에서 현금박치기 할 수 있는 그런 거로 말이야 -

 

저 비슷한 내용을 보냈는데 한참 뒤에 - 네 -라고 한마디 전하고는 여태 감감합니다.

텔레비전을 높은 곳과 낮은 곳으로 올렸다 내렸다 할 필요도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놓고 누워서도 맘대로 볼 수 있는 그런 텔레비전이라면 금상첨화겠지만, 어디 그런 텔레비전이 저런 가격에 나오겠어요?

제 욕심이지요. 그래도 사는 게 이 수준이니 부질없대도 잠시나마 이 정도의 사치 좀 부려봅니다.

- 적어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 텔레비전 멀쩡했었으니까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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