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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3 천지 만물이시여 굽어살피소서!

천지 만물이시여 굽어살피소서!

 

오늘(토)이 아니고 어제(금) 이야깁니다.

가벼운 침대가 무거운 걸로 착각한 바람에 힘주어 옮기려다가 엄지발톱이 홀라당 까져 버렸던 게 그제였다는 건 이미 썼던 이야기고…

그런데 의사 양반 그렇게 주의하라고 했는데도 저 역시 엄청나게 조심하느라고 소독하고 거즈 붙인 그 자리 절대 안정하게끔 비닐봉지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나 감싸 묶은 뒤 샤워실에 들어가 가볍게 샤워했는데도 끝내고 나오려는데 비닐봉지 묶은 발목에서 출렁이고 말았답니다.

'앗! 나의 실수~'

물이 안 들어가게 하려면 비닐봉지 끝을 묶는 게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그 끝에 고무줄 같은 밴드로 꼭꼭 조였어야 물이 스며들지 못했을 텐데 그것도 발톱 빠질 때와 마찬가지로 지나고 나니까 깨달은 겁니다.

 

그러했음에도 애초엔 먹지도 않으려 했던 항생제 간호사·약사 권유도 있고 해서 마지못해 사 들고 와서 결국 먹어둔 게 있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안심하기까지 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날이 새니 서서히 아프기 시작합니다.

어디 찢어진 자리 수술하고서 마취 풀리면 아픈 것처럼 따끔거리는 게 상당했었답니다.

처음엔 그깟 일로 두 번이나 병원엘 다녀온다는 게 가당치도 않는다고 여겼었는데 물 흠뻑 스며들질 않았나!

또 생각 밖으로 매우 아프니까 그 가당찮았던 게 오히려 응당 가야 하는 걸로 바뀌는 얍삽함이란… 크크크

 

무슨 심보에서였던지 자전거를 타고 싶었습니다.

자전거 타려면 굽 높은 딱딱한 운동화를 신어야 했었는데 맨발에도 아픈 상황에 그런 신발의 자전거라니 그게 어디 말이나 될 말이겠습니까?

그래도 병원에 가는 길에 양말도 신고 발이 들어가지도 않은 그쪽 발 신발 끈 살짝 풀어서 억지로 발목을 집어넣었답니다.

 

그랬더니 몹시 아팠습니다. 여태 아픈 것보다 훨씬 더 아팠습니다.

걸어서 5분도 안 될 거리를 자전거로 5분이나 걸려서 겨우 병원에 들어갔지요.

 

억지로 구겨 넣은 발톱 빠진 그 자리 피가 배어났더라고요.

또 사실대로 어제 물에 잠겼다는 사실도 고백했지요.

물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라며 버럭 같이 어린애 세워놓고 야단치듯이 성화입니다.

그보다는 달라붙은 거즈 벗겨내는데 그 또한 아파서 죽겠더라고요(?).

막판에 간호사 아주머니는 내가 항생제 안 먹으려고 그런다며 그것까지 꼬아 바치더라고요.

내 참 그 병원 장삿속에서였던지 내원한 환자 생각하는 지극한 맘에서였던지…

어쨌든지 병원에서 나오는 순간부터는 발톱 빠진 발에 신발 온전히 못 끼웠습니다.

엉거주춤 겨우 나와서는 바로 옆 약국으로 갔지요.

인제 병원 다시 안 들려도 괜찮겠냐고 묻고 확인까지 했었기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약국에 들르기도 했었지만, 더욱 편안한 복장으로 자전거에 오르려는 얍삽한 계산도 깔렸답니다.

 

도저히 못 신겠더라고요.

한쪽만 신고 탄다는 것도 몸 평형에 바르지 않을 성 부려서 아예 둘 다 벗어 버렸답니다.

새로 태어날 발톱을 위한 기도 - 01

 

아픈 걸로 치면 차라리 양말도 벗었으면 했지만, 날씨가 너무도 차가웠거든요.

그래서 양말은 그대로 둔 채 움직여 봤지요.

새로 태어날 발톱을 위한 기도 - 02

 

자전거 짐받이에 신발 묶어둔 것까진 다 좋았는데 너무도 코끝이 시렸습니다.

새로 태어날 발톱을 위한 기도 - 03

 

간간이 햇빛이 들긴 했어도 춥기는 또 어찌나 추웠던지…

간만에 자전거 타고 싶었지만, 그때 맘과 달리 오래도록 앉았을 수가 없는 거였어요.

새로 태어날 발톱을 위한 기도 - 04

 

그래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놈의 신발 굽 그것이 그렇게도 높았던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맨발로 이따금 땅 짚고서야 했을 때가 있었거든요.

교차로에 들어설 때마다 아니면 신호가 걸렸을 때마다…

짚으려는 발 어찌나 땅바닥이 깊었는지 모릅니다.

그 감이 안 잡혀서 아파트에 들어서서는 하마터면 바닥에 거꾸러질 뻔도 했었답니다.

새로 태어날 발톱을 위한 기도 - 05

 

'어쩐지 코끝이 매섭더라…'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창밖으론 눈발이 날리더라고요.

그것도 굵은 눈발로 소복소복 내리는가 싶었는데 어느덧 바람결에 날리기도 하고 또 그쳤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거에요.

새로 태어날 발톱을 위한 기도 - 06

 

어쨌든 어제는 빠져나간 발톱 자리 마지막 소독까지 했으니까 인제 어떡하든지 물 묻지 않게끔 조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놈이 다 크려면 두 주쯤이나 걸린다고 그랬었는데 이따금 풀어서 확인하고 싶은 맘은 못 가눌 것 같기도 하네요.

필요하면 그런 순간에 소독약 사다가 감쌀 수도 있겠지요.

 

아~ 새로 태어날 내 발톱이여!

"만수무강하소서~"

"아멘~ 관세음보살~"

"천지 만물이시여 굽어살피소서~"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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