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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18 안개? 안개! 그것 시야만 흐트러뜨리는 게 아니더라.

안개? 안개! 그것 시야만 흐트러뜨리는 게 아니더라.

 

이른 아침 집안을 맑게 하려고 창문들 열면서 내다보니 안개가 자욱합니다.

괜한 감상이 밀려옵니다.

 

그 직전에 사실 어떤 방송을 봤는데 저로선 잘 모르지만, 몸소 작사 작곡까지 해서 노래 부르시어 주옥같은 음반들(하얀 나비, 이름 모를 소녀, 님 등등)을 내놓고는 이미 젊은 나이에 고인이 됐다는 '김정호 선생님'에 대한 이야길 보았던 터라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85년도에 가셨다는데 방송 보면서 애달프기도 했고요, 잠깐이나마 그 시절의 제 모습이 어떠했을지 아련했었거든요.

 

친구들은 거의 다 입대해서 말년이거나 벌써 제대한 놈도 있었는데 저는 그토록 가려고 했던 현역에 실패하고 결국은 방위 근무로 낙점됐으면서도 어찌 그리도 영장이 안 나와서 결국 그해 겨울에 입대하긴 했지만, 그사이 얼마나 헤맸는지 모릅니다.

불과 2~3년 사이에 가졌던 직장이나 직종이 얼마나 많았던지 저 자신도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이직이 잦았을 때거든요.

 

해서 싱숭생숭한 마음도 달래고 오래간만에 운동도 할 겸 자전거를 몰고 나왔죠.

오늘이 휴일이니까 거리도 한적하겠다 싶어서요.

 

막상 아파트를 나와서 도로에 접어들었는데 안개 모양새 생각보다 훨씬 짙습니다.

이런 상황에 차도에 내려섰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더라고요.

 

집 근처 인도는 그런대로 깨끗하니까 자전거라도 다닐만하거든요.

~ 미워 미워 미워 - 01 ~

 

그런데 막상 공단 안으로 들어가니까 인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 도로 자전거도 없었던 15년 전 맨 처음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때 걸어서 걷던 그 시절의 초지와 같은 모양새 아직도 여전하네요.

변한 게 있다면 보도블록 색상이 바랬을 정도네요.

~ 미워 미워 미워 - 02 ~

 

일요일이고 쉬는 날이어서 그런지 공단길 한가하니까 어쩌면 차도로 내려서도 무방했을 터였지만, 애초에 맘먹길 가능하면 오늘은 차도를 달리지 않을 작정이었기에 비좁고 울퉁불퉁한 곳 많아서 엉덩이도 아프고 불편했지만, 꾹 참고 달리고 또 달렸지요.

그 과정에 마치 빗방울처럼 생겼는데 너무나도 굵은 물방울이 얼굴 후려치는 걸 몇 번이나 맞으면서 은근히 불안해졌습니다.

더군다나 어느 순간부터는 가는 방향이 자꾸만 헷갈립니다.

어느 지점에서 큰 출입문이 있기에 자전거 세워놓고 둘러봤더니 그 자리가 '삼성전자(광주 그린시티 3캠퍼스)'더라고요.

전에 한두 번 그 길을 스친 적은 있지만 좀처럼 다니지 않았던 길이라서 빠져나오려고 했답니다.

순전히 감(?)에 매달려 한참을 달렸는데도 나중에 보니까 제가 또다시 그 자리에 서 있는 겁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고는 '다음 지도'를 눌렀지요.

그러면서 인도가 아닌 차도 쪽으로 자전거를 내려섰어요.

벌써 두 번쨉니다. 아까 어떤 큰 회사 앞을 지나칠 때도 한 번 내려섰다가 다시 인도 쪽으로 오를 수 있는 경사가 나올 때까지 차도를 달렸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 회사 출입문 옆의 인도 쪽으로 자가용 서너 대가 빽빽이 들어차 있었기에 도저히 지날 수가 없었던 상황이라서 하는 수 없이…

 

지도를 꺼내 놓고 들여다보는 순간에 또다시 굵은 물방울이 얼굴을 후려치데요.

마음은 급해지고 갈 길은 얼른 안 보이고…

 

차분하게 가다듬으면 금세 찾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참 무섭습니다. 안개라는 것 정말 무섭습니다.

요놈이 시야만 흐릴 줄 알았는데 정신머리마저 아득하게 해 버렸으니까 말이어요.

 

아파트에 들어와서는 엘리베이터 거울 들여다봤더니 머리털엔 비라도 맞은 것처럼 아직 물방울이 여기저기에 맺혔더라고요.

흐흐…

~ 미워 미워 미워 - 03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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