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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1 아~ 고통이 밀물 되어 끝도 없이 밀려드네!

아~ 고통이 밀물 되어 끝도 없이 밀려드네!

 

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들어서 잠자리가 너무나도 불편했었답니다.

깊은 잠이 들지도 못하고 일어나 보면 사방이 아픈 겁니다.

무척이나 긴 세월(20여 년)을 침대에서 지냈거든요.

그런데 그 침대가 불편해진 겁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침대에서 내려와서 침대 곁으로 난 비좁은 틈새에서 그냥 자기도 했었거든요.

비좁기는 했어도 그런 편이 오히려 편하더라고요.

그것도 한두 번이지 비좁은 방 안에 멀쩡한 침대 두고서 맨날 내려와서 방바닥에 엎드릴 순 없잖겠어요?

침대에 특별히 불편할 것도 없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틀림없이 푹신한 그 거 매트리스 때문인 거 같았습니다.

 

그러기 전에 먼저 어젯밤 이야기부터 해야겠네요.

제가 무슨 일로 쓸데없이 몹시 바빴었는데 막냇동생이 들어와서는 봉투 하나를 내밀고 나갑니다.

그래선 안 되겠지만, 녀석이 들어옴으로써 늘어난 각종 세금 충당할 수가 없기에 처음 몇 달간의 그 증가분의 평균비를 얻어서 녀석에게 생활비를 받고 있답니다.

계상해보니 4만 원이 약간 덜되었지요.

그래도 그냥 4만 원으로 책정했답니다. 그때로부터 벌써 4년(3년하고도 350일쯤)이 다 되어 갑니다.

 

그런데 녀석 꼭 4만 원만 내놓지를 않습니다.

처음 한두 번만 그랬지 그 뒤로는 매번 5만 원을 내놓지 않나 어떨 땐 어머니와 저 용돈 하라며 십만 원도 내놓곤 했었거든요.

 

어제는 제게 생활비 들이밀기 며칠 전부터 무슨 연말보너스를 주겠다느니 어쩌겠다느니 설레발 치기도 했었거든요.

오랜 세월 병상에 누웠던 놈이 겨우 일어나서 일터에 다시 나가게 됐는데 생활비 지나치게 더 받는 것도 미안한데 보너스니 뭐니 그런 이야기 귓가로도 안 들었답니다.

 

어젯밤 제 할 일 다 마치고서 드디어 봉투를 열어봤더니 글쎄 빳빳한 5만 원짜리로 열 장이나 들었지 뭡니까?

그때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얼른 되돌리기는 어려울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2~3분을 다른 짓거리 하면서 지내던 중 문득 시계를 보니까 밤 열 시도 안 됐잖아요!

 

얼른 돈 봉투를 들고 동생 방으로 갔답니다.

두드렸더니 마침 안 자고 있더라고요.

도저히 다 못 받겠고 석 장만 받겠다고 했더니 동생 극구 말리더니 그러면 또 다른 가족(우리 형제) 이야길 꺼내면서 그쪽으로 전달하라더라고요.

저는 그도 저도 싫다고 그러니까 5만 원 한 장을 더 얹어주면서 그 거라도 가져가라고 그랬답니다.

고마웠지요. 미안하고요.

 

그렇게 어젯밤엔 무척 기분이 좋았답니다.

글쎄 그런 기분에 잠들었는데 깊이 잠들지 못하고 깨어나 보니 자정 지난 지도 얼마 안 됐습니다.

 

잠을 못 이루고 깨났으니 잡생각이 마구 들었겠지요.

그중 하나가 이제는 바닥에서 잘 게 아니라 차라리 침대를 고쳐 버리는 게 났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곧바로 일어나서 아주 조심조심 침대를 뜯어내기 시작했답니다.

깊은 밤이라서 달가닥거리는 소리 내서도 안 되잖아요?

정말 정말 조심스럽게 작업했지요.

 

작업이라야 특별할 것도 없었습니다.

침대에 붙여둔 여러 부산물(컴퓨터 모니터, 스피커, 마우스 등등)을 걷어내고서 침대 본래의 침대보며 결정적으로는 매트리스를 들어내는 일이었거든요.

새벽 한 시를 약간 넘겨서 아마도 걷어내는 건 모두 끝났을 겁니다.

 

인제 매트리스가 없어졌으니 다시 그것만 빼고 나머진 모두 본래의 모습 내지는 더 나은 모양새로 들어차야 했었지요.

모니터부터 예쁘게 재배치하고 그다음으로 스피커나 마우스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배치와 정돈을 마쳤답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작업이었는데 침대를 당겨서 침대와 벽 사이에 불필요하게 낀 골판지 상자를 꺼내고 다시 밀어 넣으면 완전히 끝날 일이었거든요.

그런 맘이었기에 침대 머리맡에서 다리를 쫙 벌리고는 더불어서 양팔까지 벌린 뒤 최소한 소리가 나지 않게끔 침대를 힘주어 확 잡아당기는 순간이었습니다.

엄청나게 무거우니까 쉽게 빠져나오지 않을 걸로 여겼던 저의 상상 완전히 무너지면서 침대 아주 좁은 바닥 틈새로 오른발이 속 들어가 버린 게 아니겠어요.

그 순간에 뭔가가 찌릿하게 전해옴을 느꼈거든요.

 

얼른 발을 꺼내고 찌릿했던 엄지발가락을 봤더니 이건 완전히 난리가 난 것입니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발가락이 빠져서 거꾸로 뒤집어졌던 거 있죠?

'으읔!!!'

 

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잽싸게 확 다시 덥고는 오른손으로 꼭 눌러 잡았지요.

그런 뒤 한동안 멍하니 섰다가 검붉은 피 뚝뚝 떨어지는 걸 보고서 정신이 들었던지 엉금엉금 약 상자 쪽으로 갔거든요.

그리고는 왼손과 입을 이용해 반창고를 꺼내서 그 끝을 발라낸 뒤 오른발 엄지발가락에 감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는 화장지 떼어내서 침 뱉어가면서 방바닥 흘린 핏자국도 닦아내고 다시 화장지 뜯어다 물 묻혀다가 또 닦아내고…

그다음엔 어떻게 하든지 발을 높이 들어서 지혈되게끔 하려고 애를 썼지요.

시간이 지나니까 피는 멎는 것 같더라고요.

 

대신 아프기 시작하데요.

아까 발톱이 빠진 뒤로 여태 경험하지 못했던 진짜 아픔·고통이 밀려오데요.

 

그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겠거니 짐작하면서 저는 어설프게 발만 들고 있을 게 아니라 진짜 잠자리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아무 데나 피투성이 안 되게끔 헌 옷 소매 조각을 상처가 난 발에 끼워 대비했으며 발이 조금이라도 높이 들려야겠기에 그만한 상자도 준비하고 침대 위 적당한 거리에 이부자리도 펴고 잠들려고 애썼답니다.

어떻게 하든지 자보려고 애썼답니다.

 

그러나 잠들기는 고사하고 자꾸만 더 아파져 오는 겁니다.

바닷가에서 밀물이나 썰물이 끝나면 들지도 나지도 않고 그 자리 조용히 머무는 약간의 정체 시간이 있거든요.

요번 세월호 사태에서도 그 얘기 자주 나오던데 '정조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면 물이 차는 밀물이 됐든 물 빠지는 썰물이 됐든 그 속도는 너무나도 빠르고 끝도 없이 이어지거든요.

 

끝없이 밀려오는 밀물!

그 거 참 아름답습니다.

낭만적이고 물 빠진 동안 바싹 말랐던 자갈 사이로 바닷물 스미는 소리 무척 경쾌하고 그런 날이면 하얀 물거품도 지곤 하거든요.

그러나 그것이 빠진 발톱에서 끝없이 꿈틀대며 올라오는 고통이라면…

 

이 악물고 참아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저의 잘못된 판단이 선명해지는 겁니다.

침대에서 매트리스를 빼버렸으니까 살짝만 당겼어도 그냥 따라왔을 텐데 저는 그걸 깨닫지 못하고 그냥 확 당겨버렸으니…

'이 으아 읔 크크크…'

그런 상상이 미칠 때마다 더욱 아픈 겁니다.

 

'안 되겠다. 차라리 정면으로 부딪치자!!!'

그래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곤 이 기막힌 사연을 쓰기로 맘먹었지요.

그런 이유로 사진도 박고 어쩌고저쩌고하려니까 일어났는지도 벌써 세 시간째나 됐습니다.

그러는 동안 곪는 거처럼 움찔움찔 아팠던 거가 살짝 덜하기도 하고 더하기도 하면서 고통이 반복되네요.

이런 조짐으로 몇 시간만 지나면 훨씬 더 아플 건지 그 아픔 딱 멎을 건지 결판이 날 것도 같습니다.

하여튼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낮에는 아무래도 병원엘 가봐야겠지요?

모르겠습니다.

지금 갈 건지 말 건지 제 맘이 절반이거든요.

괜히 갔다가 치료비 왕창 부르면 어떡하나 그것도 걱정이고요, 그냥 그대로 뒀다가 제 왼손 엄지처럼 평생을 기형으로 자라게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고통에 전하는 당부 - 01

 

고통에 전하는 당부 - 02

 

 

요번에 일어난 안전사고! 그게 나의 빈틈 천만분의 일도 가만두지 않았네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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