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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08 눈망울이 천사인 양 맑았던 그 옛날 그이를 기립니다.

눈망울이 천사인 양 맑았던 그 옛날 그이를 기립니다.

 

어제 날 이야깁니다.

어둠이 막 내려앉기 시작한 오후 느지막한 시간이었지요.

어디선가 제 휴대폰이 마구 울리는데 그 자릴 찾아낼 수가 있어야지요.

그걸 찾아 이리저리 마구 뛰었는데 끝내는 벨 소리가 먼저 멈추더군요.

그때야 제 휴대폰이 어딨을지를 짐작했답니다.

그 직전에 자전거 타고 바깥을 돌다가 들어왔으니까 외출복 윗도리에 있을 게 분명했지요.

그래서 그 옷을 찾아 휴대폰을 막 꺼내려는 순간에 이번에 집 전화가 울렸답니다.

제가 전화기를 찾아 마구 헤매는 걸 뻔히 보셨던 어머니께서 먼저 받으시네요.

그러시면서 반가운 소릴 주고받더라고요.

그냥 반가운 게 아니라 엄청나게 반가이 맞는 겁니다.

제 친구 이름 대면서 넘겨줍니다.

'웬일이냐. 병원에 안 있고?'

'오늘 모인다는 거 알지?'

사실 지역의 오랜 벗들이 모이기로 한 날이란 건 진작부터 잘 알고 있었지요.

아직 구체적으로 모임의 '규약'이나 그런 것도 없고 이제 걸음마 단계인데 수입도 없이 사는 제게는 특별히(?) 회비도 면제하겠다는데 그 자체가 부담되더라고요.

나중에 모임의 틀이 잡히고 그 성격에 맞게 '규약'에 근거해서 면제된다든지 혹은 다른 말로 '감면'이 된다면 모를까 '벼룩도 낯짝'이 있지 그런 것도 없는 마당에 모일 때마다 그 자리 꼽사리 낀다는 게 내키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병원에 있어야 할 친구 놈이 제 사는 아파트까지 찾아왔네요.

어쩔 수 없이 내려가서 데리고 올라왔지요.

녀석이 아주 오래전의 그 친구들을 들먹이면서 오늘 오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 오래전 이야기라는 것이 바로 스무 해쯤 거슬러 올라가서 있었던 전해투(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해고자복직투쟁 특별위원회)에서의 그 친구들과의 이야길 말하지요.

거기엔 그 시절 가고 없지만, 그 눈망울이 천사인 양 맑았던 아이 '조수원'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동지라고 불렀을 때 '형님'이라고 불렀었기에 그 친구 떠오를 때마다 애잔해 지지만, 제 삶에 찌들어선지 아니면 아니 실제로 제가 게을러서겠지요.

아직 한 번도 그이가 묻힌 풀에 입 대보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그와 한 직장(구 대우정밀·현 S&T Motiv) 지냈던 벗들이 녀석의 병문안을 핑계로 광주(우리 모임)에 들른다네요.

그러는 사이 또 다른 벗이 전화를 때려서 빨리 나오라고 독촉까지 해 댑니다.

그런 마당에 구실 같지도 않은 구실(?)을 대서 안 간다는 것도 어딘지 어설프잖아요?

그래서 따라 갔지요.

 

막상 모임에 나갔더니 반가운 얼굴이 수두룩합니다.

광주를 떠나 그곳(대우정밀) 동지와 한 몸을 이룬 부부동지가 함께 온 자리였기도 했고요, 민주당 마포 당사에서 그토록 이나 열심이던 또 다른 동지도 만났답니다.

그 모두가 하나같이 몹씨 반가웠답니다.

어찌나 쪽수가 많았던지 처음엔 식당 방 하나를 독차지하고서 둘러앉았었는데 결국은 비좁아서 넓은 대청(?)으로 옮겨가기도 했었답니다.

 

집에까지 찾아와서 저를 데려간 그 녀석은 몸이 안 좋아(폐쪽에)서 술을 못 먹고 저는 또 당분간 안 먹기로 했기에 술을 못 먹고…

어차피 식당이니까 크게 떠들 수도 회의형식을 빌려 식순을 가질 수도 없었지만, 또 술 한 모금 그거 안 했어도 우리 껍데기엔 웃음기와 흐뭇함이 출렁였지요.

그 껍데기 벗겨 내면 모두가 가진 깊은 아픔이 드러나겠지만, 누구도 그 껍데기 들어내지 않으려고 배려한 듯도 보였습니다.

간간이 '조수원 동지'가 들이밀면 복받쳤으며 그럴 때마다 말끝도 흐려졌지요.

자리에 데리고 간 친구는 거기서 열리는 동지 추모행사에 이따금 들르기도 했었던 모양인데 나중에 언젠가는 저도 가 볼 생각입니다.

 

오늘 그때 그 시절 비명에 간 조수원 동지를 추모하면서 이 글을 맺습니다.

- 조수원 동지~ 언젠가 우리 다시 꼭 만나요! -

 

동지를 기억하는 건 세월만이 유일하지 않습니다.

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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