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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엔터키 일자형 키보드가 대세일 것만 같으니까 인제 내 몸을 그놈에 길들어야겠다.

 

 

정확히 언제였을진 모르겠는데 아마도 얼추 한 달은 됐을 성싶습니다.

당시에 쓰던 컴퓨터의 키보드에 특정 키가 자꾸만 거치적거렸습니다.

 

그래서 쇼핑몰에서 채 5천 원을 다 안 주고도 살만한 자판으로 두 개나 샀던 겁니다.

그랬는데 그것들 제가 운이 없었던지 싼 게 비지떡이라서 그랬던지 키감이 너무나도 안 좋았고 그 외에도 여러 면에서 편하게 쓸만한 물건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또 이번엔 맘먹고서 무척 고급스러워 보이는 거로 다소 비싼(한 개에 7, 8천 원 이상 가는 키보드) 물건을 사들였답니다.

그랬는데 이놈의 엔터키가 일자형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여태까지 저는 단 한 번도 엔터키가 역 니은형이 아닌 걸 써본 적이 없는 탓이기에 어떤 그림 들 편집하면서 마지막으로 엔터키를 눌렀을 때 비로소 알았거든요.

엔터키를 누르니까 난데없이 편집 창의 어느 입력란에 '\' 기호가 들어갔지 뭐예요. 그래서 그놈이 일자형이란 걸 알았어요.

 

처음엔 재수 없게도 유독 제게 보낸 물건만 불량품을 보낸 줄 알았습니다.

무척 불편했는데 그래도 기왕에 산 것이니까 참고 또 참으면서 써보려고 했었거든요.

 

그랬었는데 어제는 도저히 안 되겠는 거 있죠?

그래서 버려야 할 건 버리기로 하고 집에서 쓰지 않는 키보드 대부분을 들춰 메고 아파트 아래 전산용품 수거함에 넣고 들어왔답니다.

 

그러고는 아직은 괜찮다 싶기에 버리지 않았던 놈을 꺼내서는 컴퓨터에 꽂으려 했습니다.

막상 그렇게 꽂으려는 찰나에 문득 자판이 지저분해 보여서 좀 전에 여러 키보드와 함께 버렸던 키보드 덮개가 생각나는 겁니다.

 

그래서 얼른 아파트를 내려가 전산용품 수거함을 열었어요.

거기에 쓰지 않는 모니터나 그런 따위 넣어두면 보통은 일주일도 가더라고요.

그랬기에 넉넉한 맘으로 열었는데 그 자리가 글쎄 깨끗한 거 있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짧은 순간에 그걸 벌써 털어간 모양입니다.

우리 아파트로 올라와서는 집안 여기저기를 뒤졌더니 마침 점퍼가 달린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진공 포장용 비닐봉지'가 보이는 겁니다.

처음엔 그것 두 장을 뽑아 와서는 키보드 양쪽에서 끼운 뒤 고정해보려고 그랬습니다.

 

그랬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굳이 두 장 모두를 쓸 것도 없이 한 장으로도 쫙 쪼개어 덮으면 충분할 거로 여겨지데요.

그 판단에 실제로 그렇게 쪼갠 뒤에 키보드를 덮고는 덮개의 양 끝을 비닐 테이프로 당겨서 붙였더니 정말이지 깔끔한 키보드 덮개가 됐습니다.

 

거기까지 하고서 키보드 뒤쪽의 받침대를 빼려니 한쪽은 두꺼운 점퍼 선과 겹쳐서 그 모양새가 안 나옵니다.

하여 가위를 들고 와서 그 부분만 살짝 오려낸 뒤 폈더니 안성맞춤이 따로 없데요.

 

이렇게 하고서 막상 컴퓨터 본체에 꽂으려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 진짜 나한테 보낸 키보드만 이랬던 거야? -

- 아니면 이런 식의 키보드도 있는 거야? -

 

그 궁금증부터 해결한 뒤 꽂아도 늦지 않을 거란 생각이 스치는 겁니다.

즉시 구글이나 다음을 열고서 검색해 봤어요.

 

처음엔 '키보드의 종류' 혹은 '키보드의 형태' 이런 따위의 말로 검색해 보는데 거기 검색된 내용에 이런 말이 마구 섞였습니다.

가령 '일자형 키보드', '역 니은형 키보드', 'ㄱ자형 키보드'… 그런 따위의 말들이 말이에요.

 

난생처음으로 그런 단어를 접하면서 드디어 저도 키보드 형태에 또 다른 거가 있음을 깨우쳤지요.

그러면서 개중에 정말 도움 될 만한 어떤 글을 골라서 읽었더니 제가 여태 써왔던 방식의 키보드(엔터키가 역 니은형 키보드)는 주로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서 많이 써왔는데 점차 일자형 키보드로 그 추세가 바뀔 거란 이야기였습니다.

서구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는 이야기도 들었었고요.

 

어쩐지 그 내용이 믿음이 갔습니다.

'아아~ 그렇다면 바꿀 게 아니로군. 이를 어쩐다???'

 

더 고민한 것도 없었습니다. 어차피 닥쳐올 운명이라면 받아안은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지 않습니까?

어휴~ 지금 이 순간에도 엔터키를 치면 자꾸만 '\'가 내려오지만, 그래도 이겨내야겠습니다.

 

어차피 앞으론 엔터키 일자형 키보드가 대세일 것만 같으니까 인제 내 몸을 그놈에 길들여 이겨내야겠습니다.

 

~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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