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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03 물 가득한 항아리를 보고 있노라니…

물 가득한 항아리를 보고 있노라니…

 

사진에 물 가득한 항아리가 보이십니까?

아파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졌던 걸 지나는 길에 어머니께서 보시고는 아까워하셨는데 경비아저씨가 그걸 들었데요.

 

~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그날이 벌써 한 열흘쯤 됐을까요? 컴퓨터에 오래 앉았으려니 몸도 찌뿌둥하고 그래서 일어나서 몸도 펼 겸 거실로 나섰는데 마침 집안 쓰레기통으로 쓰는 골판지 상자에 상당량이 찼데요.

해서 그놈 들춰 들고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거기 문 뒤로 저기 보이는 저 항아리가 놓였지 뭡니까?

거기엔 밖에서 들어오는 쓰레기(현관문에 붙이는 별의별 광고지 등등) 버리려고 놓아둔 외부용 골판지 상자도 뒀는데 마침 그것과 나란히 놓였으니 이건 틀림없이 옆집이 아니라 우리 집에 들어온 게 역력했습니다.

'도대체 이것이 어디서 왔을까?' 그렇게 궁금해하면서도 일단은 내려가다 말고 그것부터 거실로 옮겨둔 뒤 내려갔지요.

 

했는데 아파트 쓰레기처리장에서 만난 경비아저씨와 인사 하던 중 그 궁금증이 풀립니다.

'거기 양동이 갖다 놨는데 그것 봤어요?'

'아~ 아저씨가 갖다 둔 거예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해서?'

'헤헤~ 아주머니께서 어찌나 욕심을 내던지 말에요~'

'아이고 이것 고맙습니다. 헤헤~ 제 귀가 워낙 사나워서 말이지요~'

'흐흐~ 그나저나 잘 쓰십시오…'

 

제 귀가 워낙 사납기에 제 몸의 뒤쪽에서나 왼쪽에서 제아무리 크게 떠벌려도 사전에 그 낌새 알아채기 전에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눈치채지 못하거든요.

경비아저씨 끙끙거리며 아파트 우리 집 현관까지 들고 와서는 현관 벨을 얼마나 눌렀겠습니까?

그랬을 텐데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으니 그 또한 얼마나 서운하고 허탈했겠어요?

그런 거가 미안하기도 하고 또 저렇게 챙겨주시니 고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나중에 어머니한테 그 사연 전했더니 어머니도 무척 고맙게 여기면서 달가워하십니다.

또 본래 우리 집에 있었는데 금이 가서 제가 타일 접착제로 붙였는데도 뭐가 못 미더웠던지 본래의 사용하려는 용도(간장 담는 그릇)로 쓰지 않고 그냥 내버려 뒀던 항아리가 있었는데 인제 그놈을 갖다가 버리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걸 내다 버렸는데 어머니 경로당에 다녀오면서 보니까 누군가는 그걸 또 가져갔다네요. 후후^^

 

인제 오늘 이야기의 본론을 꺼낼까 합니다.

 

1971년도 이전 이야기니까 대략 벌써 그 시절 지난 지가 마흔닷 해도 더 됐네요.

제가 아주 어렸던 그 시절엔 산골의 오두막에 살았을 땝니다.

 

여러분 혹시 이런 이름들 들어보셨나요?

- 옹기 물동이, 양은 물동이, 바케스(일본어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양동이, 물 양동이 -

주로 물과 관련한 용기들 이름이지요?

 

산중에 살던 그땐 샘에서 작은 항아리로 물을 길어다가 부엌에 놓인 큰 항아리에 물을 채워 넣고는 그 물을 마시는 물로 쓰거나 부엌살림에 썼답니다.

산중에서는 세수할 일도 별로 없었지만, 이따금 몸을 씻거나 빨래 같은 건 바깥마당 끝으로 흘렀던 개울에서 해내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71년도에 바닷가로 이사하면서부터는 산중에서와 달리 물 쓸 일이 아주 많아졌어요.

산중에서의 얘들 소꿉장난(하루에 한두 톳(한 톳이 백 장) 정도의 '김 양식' 티를 벗어나 바닷가로 내려오니까 그 양식장 규모가 커져서 하루에 열 톳 스무 톳도 하게 되었습니다.

 

바다에서 생김을 뜯어다가 잘게 부수고 한 장 한 장 얇게 붙여 말려서 상품으로 만들기까지는 청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무척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답니다.

그래서 여태 써왔던 항아리는 인제 마루로 들어가서 곡식이나 담는 데 써야 했고 그 자릴 못 쓰게 되면 빼서 우리 굴렁쇠로나 써야 했던 둥그런 강철 띠로 마감한 일(1)자형의 둥그런 양은 물동이가 작은 항아리를 대신 했으며 큰 항아리 대신으로는 플라스틱의 커다란 물통이 그 자릴 메웠답니다.

물론 양은 물동이가 여자들 이기에는 좋았지만, 남자들 타입이 아녔기에 우린(남자들) 플라스틱 양동이로 물을 퍼서 커다란 물통에 담고는 손수레로 끌어서 집에 들어오기도 했어요.

먹을 물과 김 가공에 필요한 물을 당연히 따로 보관했었고요.

 

아~ 그 나중에 산 세월(바닷가 생활)이 훨씬 길었지만, 제 기억엔 그 전 세월(산 중의 삶)이 훨씬 더 원초적 고향입니다.

 

저기 보이는 거처럼 저 모양이 바로 현대어로 '정수기' 그 자체였기에 아마도 제 마음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한지도 모르고요.

 

 

--- 고향의 봄 ---

작사: 이원수 / 작곡: 홍난파 / 편곡: 유재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옛고향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출처: NAVER MUSIC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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