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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1.17 우리 마을 약수터를 찾아서

우리 마을 약수터를 찾아서

 

며칠 전 우리 아파트에 갑자기 물이 안 나오던 날 계획했었습니다.

그 첫 계획은 마을 어디엔가 있을지도 모를 약수터를 찾아 떠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아무런 지리 정보도 없지. 그냥 막연하게 길 떠나봐야 허탕만 칠 게 너무도 자명한 일이었지요.

그래서 그 당시 결론 내기를 '우리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약수터는 동사무소다!' 그렇게 결론짓고 말았답니다.

 

그런 맘으로 어제는 물통이며 짊어지고 올 가방을 꺼냈었죠.

했었는데 막상 동사무소로 떠나려니 이것저것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닙니다.

 

동사무소 어디로 가서 물을 길어올 것이며 모르니까 몰래 화장실 같은 곳에 가서 훑어보기도 뭐하고 그러다가 누군가한테 걸리면 온통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볼 텐데 뭐라고 할 것이며 그렇다면 사회과라도 가서 물 좀 달라고 할까?

어디서 왔으며 사는 곳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으면 또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에라 모르겠다. 거긴 접자!!!'

 

핸드폰에서 '카카오맵'을 펼쳐놓고 마을 주변을 살폈어요.

'이거 영산강 물줄기는 지저분하니까 먹을 수도 없잖아! 그래 여기 지천을 따라가 보면 뭐가 나올지도 모르지…'

 

그렇게 목적지를 새로이 잡았습니다. 아주 옛날 멀쩡할 땐 그랬거든요.

일상이 무료하면 오토바이에 낚시가방을 메고 아무 데나 길을 달리다가 골짜기가 보이면 무작정 따라 올라갔지요.

어떤 골짜기가 됐든 좀 큰 골짜기 끝엔 꼭 저수지가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자전거로 그런 골짜기 찾아들기란 무리입니다.

오토바이로 2, 3십 분 달려서 들어갈 거리 지금 제 몸 상태로의 자전거로는 두세 시간을 비벼도 겨우 들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탤 테니까.

혹시 그 비슷한 길 달리다가 옹달샘 같은 뽀얀 물줄길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환상에 물 떠 담을 깔때기와 플라스틱 컵까지 준비했답니다.

이 모든 것 쑤셔 넣을 멜빵가방이며 자전거 안전 가방까지 보태니 이것들만으로도 한 짐이네요.

 

~ 우리 순이야 - 01 ~

 

아까 핸드폰에서 봤던 그 지천을 따라 달리고 또 달리고 끝까지 달렸답니다.

사실 그렇게 깊숙이 들어가지 않았어도 충분했는데 기왕이면 가장 맑고 동화 속 옹달샘 같은 그런 곳을 찾아 계속해서 달렸어요.

 

큰 물줄기에서 그 지천으로 50m, 100m만 벗어나도 아래쪽 큰 물줄기와는 완전히 딴판으로 물이 맑았답니다.

그랬음에도 계속해서 올라갔지요.

지치데요. 힘들데요. 그렇게 얼마쯤 들어가니까 지천 물도 말라버리고 그 종적도 안 보입니다.

 

얼마 전 고향 땅에 갔을 때도 그 옛날 집 앞을 흐르던 계곡은 오간 데도 없이 바짝 말랐던데 지금 보는 이 자리도 아마 그런 상태라고 짐작하면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다시 지천이 나올 거라 예단하고서 계속해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무모함 100m도 더 못 나가서 잡아채야 했습니다. 왜냐면 지천 말라서 없어진 건 둘째로 쳐도 아예 자전거가 드나들 만한 도로마저 끊긴 탓입니다.

도로 끝을 대밭이 콱 막고 있으니 저는 이 글 쓰면서 확인했지만, 그때까지는 여태 거기가 담양 쪽 어느 모퉁인 줄 알았습니다.

 

~ 우리 순이야 - 02 ~

 

더 나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여기서 멈춰야겠기에 이 황당한 방랑자 시원하게 한 컷 박고는…

 

~ 우리 순이야 - 03 ~

 

다시 거꾸로 내려왔답니다. 그러면서 어디쯤에서 지천이 끊겼는지 유심히 살폈네요.

얼마쯤 오자 그 자리가 보입니다. 아까 갈 때는 그 자리 워낙 경사가 심해 움푹 들어간 자리라서 넘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달리는 거에만 집중했지 바로 거기서부터 지천이 끊겼다는 걸 생각도 못 했었거든요.

자전거 박아놓고 짐을 풀었어요.

 

~ 우리 순이야 - 04 ~

 

그래도 그 자리에 물 깊이가 딱 좋아서 물통 깊숙이 박고는 그대로 담았답니다.

보글보글 거품 내뿜으며 들어가는 소리 마치 천상의 멜로딥니다.

 

마지막 한 모금 병목 부근까진 다 차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깔때기를 넣고서 채웠지요.

이렇게 세 통을 몽땅 채우고는 한시름 놓고서 드디어 컵에 물 가득 채운 뒤 목구멍으로 후루룩 내리부었습니다.

그 물맛 아주 끝내줬지요. 혹시 산을 타다가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맛보는 그 맛을 아시나요?

꼭 그런 맛입니다. 제가 산을 오른 지도 너무도 오래됐기에 그 물맛 거의 잊고서 우리 집 수도물맛이 최곤 줄만 알고 사는 지금 그 물맛을 넘어 서데요.

 

한 컵 갖고는 간에 기별도 안 닿습니다. 두세 컵 연거푸 마시고는 내려옵니다.

어차피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니 끝없이 오를 걸 짐작했건만, 막상 그런 길 오르면서 한 시간 남짓 힘 빼고 나면 정말 죽을 맛이었는데 그래도 내려올 때의 그 묘미를 염두에 두니 다소 위안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내려올 때는 그야말로 지옥문 / 천당 문이 따로인 게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 길이 천당 문이었으니까…

 

얼마쯤 내려오다가 길 가운데서 널찍하게 두툼한 깔판 펼쳐놓고 빨랫방망이 같은 방망이로 콩을 떼고 계시는 한 아주머니를 보았습니다.

어차피 생면 부지니까 그냥 스치는 길 인사로 '아주머니 안녕하세요?'했지요.

'어디 운동 다녀오세요?' '아니, 운동이라기보다는 물 길으러 왔답니다.'

 

이렇게 말벗이 돼서 살짝 지나쳐서 자전거 세워 놓고는 다시 돌아와 아주머니 옆에 앉았지요.

'어휴 콩 떼고 계셨네요. 옛날에 우리도 콩 떼려면 그전에 미리 마당 가득 황토를 깔고는 다진 뒤 거기서 콩을 뗐답니다.

이 글 쓰면서 생각하니 기다란 장대에 도리깨를 달아 콩 뗐던 시절이 다시 가물거립니다.

 

마당이 매끈해야 콩들이 자갈 속에 박히지 않고 나중에 거둬들이기가 편했거든요. 참깨도 마찬가지였고요.

아주머니와 앉아서 시골에서 올라와서 5.18 겪었다는 이야기 요즘 세태이야기 그즈음에서 아주머니 최순실 박근혜 들먹이며 욕을 바가지로 하십니다.

이 아주머니가 왜 그렇게 열 받았는지를 집에 와서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확인했지요.

그야말로 어제 그 순진한 아주머니 욕이 나올 만도 했네요.

 

집에 와서는 다시 그물을 한 모금 더 마셨습니다.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그쪽으로 쭉 올라가면 약수터가 분명히 있는데 왜 하필이면 쇠 똥물 다 튀었을 그 물을 받아왔느냐고 그랬는데도… 여전히 맛있기만 하더라고요.

그보다는 가방 안에 간식하려고 귤을 담아갔다는 걸 제가 그만 깜빡해버렸습니다.

그것 깨쳤다면 아주머니와 나란히 앉았을 때 그놈이나 까먹으면서 나눴을 것을… 지천도 사라지고 없지 도로도 끊기고 없지 그 통에 제가 정신을 까마득히 놨나 봅니다.

 

 

~ 우리 순이야 - 05 ~

 

도로가 끊긴 그 마지막에선 핸드폰도 안 터지데요. 잘 보이지도 않은데 데이터를 켜고서 백지상태에서 30초가량이나 맹한 시선으로 기다리니까 겨우 지도가 떴습니다.

옛날 '다음 지도'에선 서 있는 자리가 뚜렷하던데 여기(카카오맵)선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나중에 찾아보려고 그 그림을 떴습니다.

 

~ 우리 순이야 - 06 ~

 

아무래도 모르겠기에 컴퓨터에서 다음 지도를 펼쳐놓고서 제 갔던 자리 세세하게 되짚어 봅니다.

느낌으로는 그 옛날 국도 탈 때의 그 느낌으로 3, 4십 킬로는 달린 것 같던데 지도에선 겨우 십 킬로 안팎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까 잠깐 언급했다시피 여기가 담양이 아니고 장성이었습니다.

 

여태는 제집 주위로는 조금만 벗어나면 그 자리가 온통 담양인 줄만 알았지 바로 곁으로 장성이 훨씬 가깝다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 우리 순이야 - 07 ~

 

'허~ 이거 찬물을 너무 많이 마셨나?' 지금 은근히 배가 아프네요. 헷갈립니다.

아직 저녁을 못 먹어서 아픈 것인지 어제 마신 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 글이 오르고 나면 그때 가서 뭐라도 무슨 조치를 해야겠네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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