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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설날에 오갈 데도 없이 고독이란 담장에 갇힌 이들도 있을 거 같은데…

 

고흥 사람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집에선 그랬습니다.

설이고 추석이고 하물며 집안의 제삿날이어도 자정이 넘을 때까지 기다리질 못하고 저녁에 치러버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양력: 오전 12:15 2017-01-28, 음력: 1월 1일)은 물론 자정이 넘어 진짜 설이 됐지만, 우리 집에선 벌써 엊저녁에 설(차례상)을 지내버렸습니다.

 

초저녁에는 설이라고 손아래 동생이 찾았네요.

차례상을 물리고 함께 저녁도 들고 말이 설이지 특별히 나눌 이야기도 없으니 평상시에 늘 그랬던 거처럼 오늘도 각자의 공간으로 우리 가족 뿔뿔이…

 

그렇긴 해도 이런 날이 오면 하는 것도 없이 얻을 것도 없이 또 잃을 것도 없이 괜히 좋습니다.

무의미하지만, 그냥 좋습니다.

 

이렇게 막연히 좋은 날이 어디 설뿐이겠습니까?

보름날도 좋고요, 추석도 좋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믿지도 않으면서 크리스마스도 좋고요, 부처님오신날도 좋아요.

 

왜 그랬을까? 까짓 게 뭔데 왜 좋았을까?

곰곰이 생각합니다. 무슨 까닭에 좋았을까?

 

흐흐… 고것 틀림없을 거예요. 공치는 날이니까 좋았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좋았던 날들이 한때는 훨씬 더 많았습니다.

 

크게 선거하는 날이 그랬고 그 모든 날보다 훨씬 더 짜릿하고 푸시시 흐뭇했던 날엔 또 '예비군 훈련 기간'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 안 가서 좋았고 일 다닐 적엔 일 나가지 않고 땡땡이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중에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예비군훈련일 거예요.

남자들의 예비군훈련상황은 특급기밀에 속할 테니까 단 한마디도 언급할 수 없지만, 제 삶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운(?)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덜컥 지금의 장애를 얻었는데 그로부터 그 좋은 날들 꼼짝도 하지 않고 틀어박혀 산지도 어느덧 스무 해를 넘겼습니다.

그제는 어느덧 스무 해를 훨씬 넘겼는데도 그런 좋은 날들이면 한시도 빠지지 않고 찾아줬던 그 옛날의 한솥밥 친구들이 저마다 선물꾸러미를 안고 찾았습니다.

 

촛불 이야기도 하고 그 옛날의 공안정국이 사시사철 날뛰던 추억 이야기도 하고, 놈들이 '손해배상임시압류'로 얽어매 수많은 동지 죽음의 수렁에 집어넣었던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현실에서 부딪히는 잡다한 일상도 나누고…

우리 서넛이 핏대를 세워가며 이렇게 논쟁하고 토론하고 협의하는 것 너무도 오래간만에 느꼈습니다.

그 속에서 들어가서는 제 처지도 망각하고 저도 모르게 한 축을 세우려다가 불현듯 깨치고 나면 '아차^ 이런~' 그랬었습니다.

 

이 좋은 날(? → 저마다 사정이 다를 테니까 물음표가 정답이겠네요.) 오갈 데 없는 고독의 동지들!!!

술 한잔 꺾을 줄 아신다면 꺾어도 괜찮습니다.

 

저처럼 처자식 다 흩어지고 부서져서 만날 수 없는 상황도 있을 테고, 또 차마 부모님이나 친인척 앞에 나설 수 없어 자신을 묶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당신 곁의 그 누구도 당신 기막힌 처지 헤아릴 수 없을 겁니다.

당장엔 누가 봐도 그 답 없을 겁니다. 그러나 분명히 당신이 살아나올 수 있는 답은 그 어딘가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형평성을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또 누군가는 사법정의를 말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렇게 해서도 당신의 포승줄 안 풀릴 수도 있겠지요?

 

그 모두가 마땅하고 정의롭다면 우리의 삶은 평등한 곳에서부터 출발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삶 자체를 소급적용해야 옳습니다.

부정한 관리의 노비 문서를 불사른다고 그들이 누려온 부정한 역사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 놈이 세상에 뿌려둔 모든 잉여가치(불공정한 거래 탓에 챙겨간 모든 가치)를 회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가 평등한 곳에서부터 출발하게끔 하는데 쓰는 마중물로 써야 합니다.

 

대가리 좋은 '알파고' 몇몇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순 없잖겠습니까?

대신 사람을 위해 목숨 걸고 일해 줄 수백 수천만의 '알파고' 만드는 걸 우리의 사명으로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고독의 성상에서 분투하는 그대! 그대 역시 또 하나의 인간 알파고가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절 보면서 살짝 웃어주세요. 어어~ 그것 말고 살짝 돌려서 얼짱 각도로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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