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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4 정화수 물통이 방금 안방에서 베란다로 전출했어요.

정화수 물통이 방금 안방에서 베란다로 전출했어요.

 

이따금 빗방울이 날아들었지만 그다지 세찬 바람이 아니었기에 베란다고 안방이고 열 만한 창은 다 열어두고 있었거든요.

어느 순간에 잠깐 화장실에 들렀다가 나왔는데 컴퓨터 책상 앞으로 방바닥이 흥건합니다.

깜짝 놀라서 자세히 살펴보니 늘 프린터 위로 뒀던 물통이 방바닥으로 넘어졌습니다.

아마도 바람결에 커튼이 그놈을 감싸고 후려쳤나 봐요.

한쪽으로 물기가 보이는 큰 베개부터 얼른 집어서 거실 밖 베란다 바람 좀 통할만 한 자리에 세워두고는 거실 쪽 이곳저곳에 있는 마른걸레 있는 데로 모아서 돌아왔지요.

방안에서 발걸레를 겸해서 쓰는 수건들까지 모두 합쳐서 닦을만한 그것이 네댓 개가 됐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물통에 남았던 물이 그 절반도 안됐었던지 또 프린터에서 떨어졌을 때 물통 뚜껑이 닫혔었기에 폭탄처럼 분사되지 않고 느긋하게 흘러내렸었기에 퍼진 부위가 넓지도 않습니다.

그렇다 해도 쏟아진 그 거가 닦아낸 것 모두를 흠뻑 적실만큼 상당했지요.

어찌 보면 화장실에 나오기 직전에 바닥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닦아낸 것 모두를 대야에 담아 세탁기에 넣고는 그 즉시 돌려놓고는 들어왔지요.

 

'저놈의 걸 어떻게 할까?'

'요놈을 방안에 두면 언젠가는 또 방안으로 쏟아버릴 테니까 창밖으로 내다 두면 어떨까?'

문득 그 생각이 미치자 문득 쓰지 않고 놀고 있는 간이 철제 의자가 떠오릅니다.

그놈을 정화수 물통 올린 쟁반의 받침대로 쓰면 안성맞춤이겠더라고요.

 

그 즉시 쟁반을 창틀에 올려두고는 물통을 들고 부엌으로 갔답니다.

거기 싱크대 물을 받아먹으니까요. 물을 가득 채워서 거실 한쪽에 박힌 철제 간이 의자를 들어냈습니다.

이 손에는 물통 저 손에는 의자… '게으른 놈 지게 짐 많이 진다'더니 크크크…

 

그 비좁은 틈바구니에서 기존에 놓였던 화분 들어내고는 그 자리에 의자를 놓았지요.

그리고는 쟁반과 물통 물컵 거치대(거치대가 뭐 따로 있겠습니까? 텅 빈 유리병에 나무젓가락 꽂아놓은 게 다지요.)까지 제자리에 서니 정말이지 아주 딱 좋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금은 바깥에 비가 오니까 무방하지만, 여름날에 쨍쨍 내리 짼다면 도저히 그것 용납할 수 없는 철딱서니였었거든요.

 

'그래! 우산을 씌우자!!!'

신발장으로 갔더니 우리 집에 우산이 뜻밖으로 많더라고요.

그 모두를 들고 나와서는 버려도 무방할 놈이 어떤 것일지 어머니와 상의했지요.

제 눈에는 거기서 거긴데 어머니 눈에는 그중에서도 가장 못난 축이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해서 베란다로 쫓겨난 '나만의 정화수 물통' 최고의 호사를 누리게 됐습니다.

 

오늘처럼 날이 궂거나 밤중으로는 우산 씌울 것도 없으니까 접어뒀다가 날이 화창하면 곧바로 펼칠 것입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처럼 말이에요.

 

~ 푸른 하늘 은하수 - 01 ~

 

~ 푸른 하늘 은하수 - 02 ~

 

~ 푸른 하늘 은하수 - 03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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