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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05 유혹 같지 않은 유혹

유혹 같지 않은 유혹

 

요즘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지요.

그저께 아침입니다.

 

보일러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데 아무래도 보일러가 고장 난 거 같다고 어머니 말씀하셨어요.

그 상황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는지 제게 구원요청을 한 거였거든요.

 

그랬는데 저는 보일러 쪽에 가보지도 않았기에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넘겨짚고서 대꾸했죠.

'응. 날씨가 추워지면 보일러 안팎의 온도 차 탓에 그렇게 물방울이 생겨요. 어^ 저기 냉장고도 같은 원린데 냉장고 밑바닥이 축축하잖아요?'

 

마지 못해서 나중에 가봤더니 어머니께 전했던 저의 대단한 상식이 턱도 없이 헛소리였다는 걸 깨달았네요.

그건 아무리 봐도 온도 차 탓에 생기는 물방울이 아녔어요.

 

4, 5초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아무리 봐도 보일러 연통에서 나는 거 같아 난감해졌습니다.

해서 혹시나 하는 맘에 거기 보일러 뚜껑에 붙은 보일러회사 서비스센터로 전화를 넣었거든요.

 

그때까지도 전 보일러 기종이 뭐였는지도 몰랐습니다.

담당 기사가 그게 뭐냐고 묻는데 그냥 그 보일러 회사 제품이라고만 얘기했을 뿐이었어요.

그나저나 지금은 어렵겠고 비가 그치면 그때 가서 확인해보고 다시 전화해보라데요.

 

물이 새기에 보일러에 들어가는 밸브 하나를 꽉 잠갔는데도 여전히 물방울이 새는 겁니다.

아무래도 호스에 남았을 물 탓에 그러려니 했는데 뒷날인 어제 아침까지도 물이 샜었나 봐요.

 

새벽에 어머니 나가서 봤던지 또 물이 샌다고 그랬었거든요.

그제야 작은 손전등을 들고서 자세히 살폈답니다.

 

드디어 발견했어요. 보일러에 물이 새는 쪽이 연통이 아니라 보일러에 들어간 동관의 이음매에서 샜던 겁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샜었던지 그 자리가 구리색이 아니라 산화해서 그 색상도 변했고 더군다나 물이 새는 그 주위로 덕지덕지 희한한 결정들이 부스러기처럼 더러는 부서질 듯 또 어떤 것은 본래의 쇠붙이처럼 붙은 겁니다.

 

인제 확실히 알았으니 보일러 서비스센터에 다시 전화를 넣었죠.

오후 세 시쯤에 온다는 양반이 서두를 거 없이 안전하게 오라고 했더니 아닌 게 아니라 한밤중이 다 된 껌껌한 시각에 찾아왔지요.

 

그러면서 보일러 상태를 보자마자 '이거 안 되겠는데요. 보일러 바꾸든지 해야겠습니다' 그러는 거 있죠?

내 참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지요. 마침 어머니께서도 곁에서 들었기에 그런 상황 제가 굳이 어머니께 변명하지 않아도 됐다는 건 마땅했지만, 정말이지 황당했답니다.

 

저는 내심 '저것 부속 갈아치우려면 3, 4만 원이면 충분할 것을 놈이 어처구니없게도 훨씬 많이 부르겠지… 그러면 못 이긴 척하고서 녀석의 출장비도 있고 하니까 사오만 원에 합의 봐야지!'

그랬던 저의 얄팍함은 완전히 허무맹랑한 망상이 돼버렸네요.

 

보일러가 통으로 됐기에 부속을 갈아치울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6, 7십만 원쯤 생각하시면 마땅한 보일러 놓을 수 있을 테니까 생각이 들면 연락하라는 전갈만 남긴 채 그 기사는 떠났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머잖아서 저는 완전히 곯아떨어졌는데 그사이에 제 여동생도 왔다 가고 그랬었나 봅니다.

오늘 아침에 함께 사는 우리 집 막내와 어머니 말씀이 그러데요.

 

어젯밤에 찾아온 여동생 말도 그렇고 이 회사 말고 요즘 보일러 대세인 회사가 따로 있는데 거길 한번 알아보라는 전갈입니다.

그러고 그러잖아도 막내놈 상황이 안 좋은데 카드를 놓고 갑니다.

 

오늘 여동생이 다시 오기로 했는데 상의해서 꼭 새 보일러를 들이라는 당부와 함께요.

그것도 처지가 처지니까 6개월 할부로 해서 끊으라는 당부와 함께 말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늘이 제 생일이라는 겁니다.

아마도 그 탓에 밤중에 여동생이 왔다가 보일러 건에 휘말린 모양입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집에선 일체의 제의(추석, 설, 제사, 생일 차림 등등)를 하지 말자고 했으니까 그걸 지켜야 하는데 그게 제 생각만큼 완전히 접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날이 평상시처럼 마땅히 지나치지 못하면 무척 불편하고 당혹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화를 낼 수도 없으니 그것이 더욱 속이 타게 하고 화를 부르곤 했었는데 제발 덕분에 오늘은 조용히 지났으면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동생이 제시한 보일러의 가격대도 알아볼 겸 컴퓨터에 앉았는데 정말이지 너무나도 오래간만에 네이버에 황당 이메일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10원짜리 하나 건져 올리지 못하는 대한민국 최고 백수 주제인 건 맞지만, 무슨 까닭인지 아주 옛날부터 이런 문구가 '유혹'으로 안 느껴집니다.

 

이 업체가 어떻게 제 메일 정보를 따냈을지가 궁금하기도 하면서도 상대가 전한 문구에서 '개인정보보호를 최우선으로'라는 문장이 걸려있어 아주 기묘한 아이러니를 맛보네요.

'그래요. 여보세요 정 씨~ 저는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기에 스팸처리로 마무리하지만, 그대가 하는 사업이 이 나라 이 시절의 경제를 바로 세우는 주춧돌이길 바라요.

 

그럼 건강히 따사로이 지내시기를…

 

~ 아무리 스팸일지라도 품격이 있어야 해 - 01 ~

 

 

~ 아무리 스팸일지라도 품격이 있어야 해 - 02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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