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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야·손발아·몸통아~ 정상이 머잖았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이마며 목덜미가 아직도 여전히 가렵지만, 밤중에는 정말이지 죽을 것(?)도 같았습니다.

 

오늘은 바람 좀 쐬려고 나갔다가 은행잎 예쁜 색상에 반해서 출발했던 '은행 옻 이야기' 그 세 번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어제 늦은 오후에 기약한 대로 다 털어먹었으니까 어쩌면 이번 건으로 쓰는 얘기로는 마지막이 될 터입니다.

 

어제 오후에 창밖을 내다보다가 아침에 잠깐 봤던 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 저 비를 다 모을 수만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러잖아도 전국에 있는 모든 저수지(댐 포함해서) 저수율이 20~30% 대라고 하던데 가뭄 대책으로 빗물 활용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런 발상(물이 귀한 섬 지역에서나 빗물 받아두는 물탱크 있다던데) 특정한 곳에서만 필요한 게 아닐 성도 싶더라고요.

내리는 비의 양 비록 적을지라도 장비(비닐 등)를 통해 넓게 펼쳐서 받아낸다면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담아내면 그 회수율도 올라갈 거 아니겠어요?

정작 큰 가뭄이 닥쳤을 때 이렇게 해서 받아둔 물이 큰 힘이 될 것이기에 잠깐 그런 감상에 젖어봤었죠.

그것 내리는 빗소리 너무도 좋아 거실로 나가서까지 골똘히 내다봤었으니까.

 

그러다가 문득 은행알이 떠올랐어요. 제가 분명 기어이 다 먹어보겠노라 공언까지 했던 판국인데.

얼른 들어와서 그것 말려둔 쟁반을 봅니다.

처음엔 두세 알을 집어 들고서 오물오물 씨 발라서 하나씩 씹어 먹었죠. 그러고는 혹시 모르니까 나머진 내일부터 차근차근 다 먹을까도 생각했네요.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면서 말입니다. - 그때까지만 해도 옻이 오를까 은근히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

 

그렇게 씻으면서 더 곱씹어 보니까 그딴 식의 판단이 너무도 옹졸하다는 생각이 미칩니다.

얼른 방으로 다시 들어갔지요. 그리고는 남은 은행알을 한 손에 쓸어담기 시작했네요. 많은 양도 아니었지만, 물컹한 놈 딱딱한 놈 뒤섞여서 그런지 자꾸만 떨어져 나옵니다.

토닥토닥 겨우 쓸어담고는 입안으로 한 알씩 넣었다가 나중에는 서너 알씩도 몰아넣고는 오물거리며 발라내서는 기어이 목적 완수(?)했답니다.

 

그렇게 뿌듯할 참이었는데.

처음엔 멀쩡하던 것이 한 시간가량 지나니까 슬슬 반응이 올라옵니다.

다른 데도 아니고 손바닥이 가렵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엄청나게 가렵습니다.

 

화장실 세면대에 가서 벗겨지도록 씻어봐야 그때뿐이고 정말 미치겠대요.

처음엔 그것이 옻 때문에 그런 줄도 몰랐습니다.

왜냐면 은행 탓에 걸렸을 거로 여겼던 어제의 옻은 고추에서부터 엄청난 반응 보였잖아요?

비록 고추가 다 아물어서 정상화(아담한 고추)되진 않았지만, 다행히도 그놈에 불나는 거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다가 점점 손가락으로 손등으로 그 가려움이 커지네요.

예전에도 언제 한번은 엄청나게 손가락이 가려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그 원인을 못 찾고는 혹시 발가락에 있었던 무좀균이 번져서 그랬지 않았나 싶었답니다.

하여 요번에도 찬물에 씻는 걸 반복하다가 그걸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마침내 약통에서 무좀약을 꺼내서 바르고는 마구 문질러도 보았답니다.

 

그런 중에도 혹시 장갑에 어제의 은행 옻이 그대로 남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서서 장갑부터 불이 나게 세면대에서 대충 빨아 넣어놓기도 했네요.

두꺼운 면장갑을 끼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데 그 때문에 글자 에러가 너무도 자주 납니다.

에러가 아니고 차라리 오타겠네요. 쌍자음 누를 때마다 시프트 키 눌러야 하잖아요? 장갑 끼고는 그것 애먼 데 찍기 일쑤니까요.

~ 고추 사랑가 - 01 ~

 

~ 고추 사랑가 - 02 ~

 

애써서 무좀약 발라봤자 그 거 무용지물이데요. 이번엔 과산화수소 꺼내고는 약솜에 묻혀 자꾸만 문질러도 봅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지 뭡니까?

~ 고추 사랑가 - 03 ~

 

유일한 길은 자꾸만 맹물에 씻고서 가려움 더할 때마다 깍지를 꽉 껴서 있는 힘을 다해 움켜쥐는 방식뿐이더라고요.

그것이 어제의 저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은행 옻 치료법'이었는데 팔이나 어깻죽지 이마나 허벅지가 가려웠던 건 손가락 가려운 게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답니다.

 

그런 중에도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어떻게 해서든 이 고통의 시간 빨리빨리 흘려보내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 들었죠.

그 진정한 묘책이라면 잠드는 것보다도 확실한 게 있었을까요? 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보려고 그랬습니다.

겨우겨우 이부자리 펴고서 훌러덩 벗고 누웠는데 너무도 가려우니까 화장실 드나드는 거가 자꾸만 빈번해집니다.

찬물에 씻는 것도 반복하니까 이제는 춥기까지 하더라고요. 해서 벗었던 옷가지 대충 다시 주워 끼웠지요.

 

그리고는 화장실에 있는 양동이 하나를 아예 방으로 들고 와 버렸답니다.

저 양동이 화장실 세면기에서 나오는 물 호스 끝에 놓아뒀다가 나오는 물 받아두는 여러 개의 양동이 중 하나입니다.

그 물을 갖고서 완전 허드렛물로도 쓰고요, 보통은 변기 물통에 부어서 양변기 전용으로도 쓰지요.

이번엔 그 물이 저의 '은행 옻 치료제'로 쓰였네요.

~ 고추 사랑가 - 04 ~

 

그때가 아마도 동텄을 무렵이었을 잠들었을 텐데 어떻게 잠들었던지 깨어나 보니 열한 시나 되었습니다.

우선은 몸이 개운하단 걸 느꼈어요. 어쩌면 제게 달려든 은행 옻이 꼬리를 내린 듯도 싶습니다.

 

시골에서 떠나온 지 서른 해도 넘었건만 아직도 나무꾼 스타일의 팔다리와 손발 조금만 더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듯도 싶습니다.

왼손이 됐든 오른손이 됐든 어젯밤에 참 고생했습니다.

이 붓기 내려앉으면 손발도 고추도 아직도 간간이 깝죽대는 이마며 몸 자락도 정상이 되겠지요.

~ 고추 사랑가 - 05 ~

 

~ 고추 사랑가 - 06 ~

 

은행 옻의 공포? 준비하고 대비하면 별것도 아니겠어!

고추야·손발아·몸통아~ 정상이 머잖았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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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옻 그리고 고추가 불량 애호박 돼버리다

 

어제 일인데 참으로 오래간만에 상큼한 들녘으로 나가서 가을바람 듬뿍 쐬고 온 것까진 무척 좋았습니다.

문제는 돌아오면서부터 예견됐던 상황인데 어젯밤을 지새우면서 오늘 아침 새벽이 되어서야 그 참상(?)을 확인했네요.

 

어제 그곳 담양 쪽의 대나무 숲 공원을 뒤로하고 돌아오면서 지난날 그 어느 때보다도 한적하고 흐뭇했었거든요.

그래서 평소 다니던 넓은 길을 마다하고 좁은 길을 달렸든가 하면 어떤 곳에서는 일부러 좋은 길 마다하고 나무 우거져서 사방으로 낙엽이 채인 곳을 비비기도 했답니다.

 

왜냐면 자전거 바퀴에 낙엽 밟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꼭 듬뿍 쌓여 온 천지가 하얀 곳 눈 밟을 때 사각거리며 나는 소리와 매우 닮았었거든요.

좋았습니다. 말도 못하게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그 자리 벗어나서 한적한 공단길에 들어섰는데 그 길에 심은 가로수들은 온통 은행나무더라고요.

온통 노랑인 은행나무도 예뻤고 주변에 떨어진 은행잎들도 무척 예뻤어요.

 

워낙 천천히 달렸기에 한창이나 감상에 빠졌답니다. 그랬던 감상이 불현듯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은행나무 효능에 대한 생각으로 바뀐 겁니다.

얼마나 효능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은행나무나 은행잎이 벌레 퇴치하는 데는 그 어떤 살충제 못지않을 천연 방충제라고 들었거든요.

 

요새는 거의 안 보이지만 요 며칠 전 그 순간엔 웬일로 깨알보다도 작은 개미들이 방안 곳곳을 지나다녔었거든요.

바로 그때 그 순간들이 떠올라서 은행잎들을 몇 장 주워가려고 그랬답니다.

자전거 안장에 엉덩이 걸친 채로 내리지도 않고 엎드려서 은행잎 몇 장을 주우려는데 그것 생각만큼 쉽사리 잡히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바닥에는 그것 은행잎만큼이나 은행알도 엄청나게 굴러다니데요. 그것들 보자마자 잽싸게 내려섰지요.

 

'하나둘 셋 넷' 어차피 씨는 딱딱해서 먹을 수도 없었으니까 뱉어내고서 부드럽고 달콤한 껍질만 계속해서 주워 먹었지요. 촌놈의 버르장머리 어디 가겠습니까?

얼마큼 먹다 보니까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잡히는 대로 주머니에 주워담았죠. 정작 은행잎 줍는 일이 나중에서야 떠올랐기에 그곳에 섰던 체면치레로 은행잎도 몇 가락 주워담았답니다.

그러고는 쌩쌩 집으로 돌아와서는 어머니한테 그것 자랑 늘어놨더니 되레 야단칩니다. 어머닌 자신도 전에 겪었다면서 옻 올라서 고생하니까 얼른 버리라고 성화입니다.

 

그랬어도 야금야금 먹었답니다. 어쨌든 맛있으니까.

 

그런데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들면서 낌새가 묘해지더라고요. 더우나 추우나 훌러덩 벗고 자거든요.

대신 무더운 여름날엔 얇은 이불을 덮고요, 냉방(최하 온도 10℃에 맞춰둔 귀뚜라미 보일러를 뺀 그 어떤 난방장치도 쓰지 않고 있음.) 비슷한 겨울철엔 두꺼운 이불을 덮었으니까.

그런 모양새로 잠드는 게 어디 하루 이틀도 아닌데 밤중에 온몸이 가렵기 시작하데요. 팔등에 상처가 난 곳이며 아래쪽도 가려웠는데 핵심 사타구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려웠지요.

 

얼마나 긁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가려워서 꾹꾹 버텨내다가 마침내 새벽녘에 샤워라도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가서야 그것이 장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네요.

 

조막만 했던 고추가 퉁퉁 부어서 거대한 고구마처럼도 보이고요, 애호박처럼도 보였습니다.

그것도 불량 애호박처럼 생겼는데 묘하게도 그 끝 부분의 대가리는 그대로인데 몸통 둘레가 울퉁불퉁 엄청나게 커진 겁니다.

 

더군다나 대가리 발라당 드러났던 본래의 모습 오간대도 없고 그 절반을 축 늘어지고 뭉툭한 껍질이 덮고 있습니다.

놀랍다 못해 초조하고 불안해졌지요. 얼른 물 틀어서 빡빡 문지르고 벗겨봤는데, 이 괴물 같은 놈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다른 데도 아니고 오로지 몸통 부분만. 난생처음입니다. 이렇게도 커진 모양새 놀랍습니다. 엄지와 중지 손가락 가득히 힘줘야만 닿을 정도로 굉장히 커졌습니다.

 

자연적으로 이렇게 크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옻이 올라서 하필이면 사타구니 그 자리가 퉁퉁 부어서 그런 것이니까 이 황당한 모양새가 좋게도 싫게도 안 보이데요.

마침내 마땅한 조처를 하고 시간이 흐르니까 축 늘어져서 개떡 같은 모양새로 돌아갑니다.

 

아침엔 그래도 주어온 몇 가닥 안 되는 은행잎 추려서 혹시라도 다시 나타날지도 모를 개미가 끓었던 자리에 뒀었는데 물이 안 나와서(아파트 물탱크 청소하는 날이었기에) 남은 은행알을 씻는 건 늦은 오후에야 가능했답니다.

늦은 오후에 물이 나오는 것 확인하고서 한바탕 또 후련하게 샤워했지요.

 

지금은 사타구니 가려운 게 살짝 죽은 것 같은데 대신 귓불도 가렵고 눈자위 쪽도 가렵네요.

저녁에 어머니 말씀으로는 제 얼굴이 퉁퉁 부었다고 그러더라고요.

 

바보 같지만, 내일은 저기 말려둔 남은 은행알 몽땅 먹어치울 겁니다.

제 몸은 옻에 약한 체질인가 봐요. 예전에도 한번 옻닭 먹은 뒤 옻이 올라서 무척 고생한 적이 있었으니까…

기왕에 고생할 것 한번 해 보겠습니다.

개념 없이 맹목적인 지금의 이 '멍청함'이 이기나 불량한 체질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면 언젠가는 바뀔 수도 있다는 '긍정의 힘'이 이기나를 말이에요.

 

~ 고추잠자리 - 01 ~

 

~ 고추잠자리 - 02 ~

 

~ 고추잠자리 - 03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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