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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19 이미 출석 체크하셨습니다.

이미 출석 체크하셨습니다.

 

깜빡 졸렸는데 어느새 날짜를 넘겨버렸네요.

'야~ 벌써 이렇게 돼버렸어! 확인 좀 해 봐야지…'

휴대폰을 찾아들고서 램프앱을 켠 뒤 거실로 나갔었지요.

혹시나 해서 어디 문단속 빠뜨린 곳이 없나 해서요.

사방을 두르면서 그때야 어젯밤에는 초저녁에 일찍 문단속 끝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컴퓨터에는 아직 전원이 살아있네요.

모니터를 켜보니 제 홈피창도 열렸습니다.

'날짜를 넘겨버렸으니 출석체크나 해야겠다!'

 

나야나라는 호스트가 있습니다.

그곳 호스트에는 '출석체크'라는 유별난 탭이 있거든요.

그 자리 맨날 출석 체크한다고 해서 뭐 엄청나게 특별한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곳에 매일 꽂는 것도 묘한 기분을 가져다주지요.

 

- 학교 다닐 적에 '개근상' 받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뭐 그런 묘한 느낌의 그것… -

요즘 세상은 물리적 직선거리라야 같은 거리에 든다고 할지라도 어린 시절 시골에 살면서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나다니는 등하굣길은 무척 먼 거리였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땐 더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더 어렸을 적 행보였을 테니까 그랬을 테고 중학교 거리는 그 두 배도 훨씬 더 했지만 집 나와서 학교에 들어가는 길이 한 시간이나 걸렸던 길이었지요.

 

58년 개띠까지는 굳이 갈 것도 없이 60년대 초에 세상 나온 우리 친구들~

그 시절의 초등학교 풍경들 중 기억나는 거 뭐 없어!

 

목재책상 하나를 짝꿍하고 나란히 앉아서 그 책상 가운데로 금 그어 버렸던 건 그 옛날 코미디 프로에서나 있었던 게 아닐 겁니다.

제 초등학교 다닐 적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거의 99.9%의 동무(당시엔 친구라고 안 부르고 동무라고 불렀거든요.)들이 가방이 아닌 보자기에 책을 싸매고 다녔답니다.

그 책보자기 등 쪽에 일자로도 메고 때론 갈지자로 메고 비오는 날이면 질긴 비닐재료인 비료포대로 만든 우비 입고서 그 책보 배 쪽으로도 메었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그렇게 저렇게 학교를 나다녔지만, 그 학교가 어쩌면 궁핍한 환경에서의 가정으로부터 해방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부만큼 재밌는 것이 없었을 때가 바로 그런 시절이 아니었을까도 싶네요.

그 순간만큼은 힘든 가사 일에서 벗어나지 동무들 어울려 재잘거리지…

해방된 세상이요, 조금이라도 신경 써서 하면 언제라도 쓰다듬어 주셨기에 그랬습니다.

적어도 한 때는 그랬습니다.

 

그런 환경에 살았으면 서도 일 년 내내 개근한다는 것 심지어는 6년 내내 개근한다는 것 그자체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기에 기적에 다름이 아닐 겁니다.

갈 수 없는 날이 많았습니다.

때론 가고 싶지 않았던 날도 많았습니다.

주구장창 몇날며칠을 연속하여 비바람 몰아칠 때도 그 불편한 시골 길을 탄다는 것 그 어린 몸으로 헤집고 나가기 어려웠으며 또 머리 빠개질 듯 아픈 날도 오죽이나 많았었는지요.

그런가 하면 몇 백 원 몇 십 원밖에 안 되는 그 육성회비!

어려운 가정 형편 잘 알기에 부모님한테 그것 해달라고 말씀드리지 못했다가 15일 만기가 되서야 선생님한테 두들겨 맞고 교실 뒤로 나가서 무릎 꿇고 앉거나 손들고 서야했고 그 불편함…

그런 날이 닥치면 너무나도 학교에 가기가 싫었던 시절입니다.

 

지긋지긋한 가사 일에서 해방되는 해방구였던 거 분명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학교는 가난한 프롤레타리아트에게 혁명을 위한 학습장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엇^ 이런 삼천포로 가버렸네요.

기분 좋게 '출석체크'를 하려고 했습니다.

Already-01

 

늘 그랬던 거처럼 일사천리로 출석에 체크했었는데 묘하게 꼬이면서 그 게 잘 안 됩니다.

Already-02

 

'거참 이상한 놈이로세!'

출석체크도 안 되기에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 그것 누를 때마다 '이미 출석체크 했다'는 문구를 자꾸만 거듭합니다.

이럴 땐 보통 호스트에서 데이터베이스가 잠깐 망가졌거나 클라이언트인 제 컴퓨터에서의 어떤 충돌 탓으로 이런 현상이 나오곤 했었거든요.

그래서 컴퓨터를 다시 켜보기로 작정했지요.

역시 제가 유추한 생각 중 그 두 번째가 옳았습니다.

호스트에 들어가서 출석체크하려고 했는데 보시다시피 벌써 아까 체크했던 게 통했더라고요.

 

Already-03

 

참고로 전 초등학교 다닐 때 지금 와서야 꿈에도 그리는 그 커다란 상 '6년 개근상'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달에는 그 초등학교 동창회에 갔었는데 우리 졸업할 때 분명히 졸업 사진이 있었다고도 그러더라고요.

저는 그 귀중한 그 아름다운 것마저도 잃어 버렸습니다.

보고 싶네요. 그 추억도 그립고 그때의 그 선하고 예쁜 선생님들도 보고 싶습니다.

 

'친구들아 사랑해~ 우리 선생님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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