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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26 삭막한 내 가슴에 감수성을 입히려고

삭막한 내 가슴에 감수성을 입히려고

 

 

어쩌다가 이리도 말라 비틀어졌을까?

그 옛날 그래도 한때는 좋은 말글(시·수필·소설 등등) 만나면 그 가슴 나도 모르게 콩닥콩닥 뛰었었는데…

 

이리 좋은 글 만나도 때때로 자주 그냥 맹맹해지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런 순간이 많았음에도 저 자신의 삭막함을 반성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그도 어쩌다가 한두 번씩 '내가 어쩌다가 이리도 삭아버렸을까?' 탄식할 뿐…

 

지금의 집으로 이사 들기 전엔 우리 가족 매해 이삿짐을 쌌었습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우리 애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유치원 옮겨야지 초등학교 옮겨야지 그랬기에 그 어린 것들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을 거예요.

 

그 시절이 대략 스무 해쯤 전의 이야깁니다.

그런 상황을 나열하고자 이런 글 쓰는 건 아니고요, 그 시절 제 얘길 하려는 건데…

 

병원에서 치료를 접고 나왔다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갑자기 쓰러진 뒤 한참 뒤엔 도무지 나 자신 왜 그 자리에 누워있는지 그 까닭도 종잡을 수 없었기에 부끄러웠던 시절이 그 시절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정책이 정부에서 중증장애인을 상대로 하는 정책인데 '직업 재활훈련'이 아녔을까 여겨지네요.

 

학원을 오가는 교통비도 나오고 수강료도 무료라고 했습니다.

그 전에 죽자사자 걸음 연습을 해서 인제는 가까운 거리는 보조 용구(휠체어나 지팡이 대용의 작대기 등등) 없이도 움직거릴 만큼 성장(?)했지만, 약간은 두렵기도 했던 제안이었어요.

왜냐면 당시엔 죽었다가 깨도 홀로 시내버스에 오를 만큼 건실하질 못했으니까.

 

그랬지만, 다녔습니다. 6개월을 꼬박 택시 타고 다녔습니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학원 다녔던 그 사태를 말하고자 함이에요.

컴퓨터 학원 어디를 가나 맨 처음은 키보드 타자 연습부터 하겠지요?

 

80년도 초반에 제가 '폐지 재생 공장'을 다녔던 적이 있는데 거기 학원에서 내준 타자 연습용 교구(책자)가 꼭 그 옛날 재생 공장에서 만들었던 재생 종이 같았습니다.

한마디로 부담 없는 느낌의 재질이었는데 그런데도그 안의 어떤 내용은 제게 마치 황금 싸라기 같았답니다.

 

맨 처음 받자마자 그 책장을 펼쳤는데 그 안에 그것이 들었습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제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사실은 완전히 틀렸는데 검색을 통해 안 뒤 매우 흡사하게 바꿨습니다.), 그런 식의 문장이 쭉 나열됐던데 그 내용이 어찌나 살가웠던지 눈물 나지 가슴 뛰지 아~ 그 감동은 세상 그 뭐로도 대신할 수 없는 거였거든요.

네. 정지용의 '향수'입니다.

 

그것이 나중에 인터넷 뒤져보니 고등학교 국어책에 실렸다는데 제가 다녔던 학교는 국어책에 그런 내용이 없었기에 놀란 그 가슴이 얼마나 후들거렸을까요?

 

소리를 제대로 못 듣지 거기다가 혀가 꼬여서 하고자 하는 말이 안 만들어지지 그런 상황이긴 했어도 할 수 있는 모든 성의를 다해 배워보려고 했지만, 그 마지막까지 제 실력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쉬는 날을 빼곤 거의 날마다 나다녔기에 노인데 골방 신세 면한 거가 거기 학원에 다녔던 보람이라면 보람이겠습니다.

 

끝으로 정지용의 그 향수를 인터넷 뒤져서 베끼면서 맺을게요.

그 시어가 오늘 잠시나마 저의 감수성에 도랑을 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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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 -

 

넓은 벌 동쪽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곳

 

그곳이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곳이 참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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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쓰다 보니까 이 글이 길어졌네요.

마침 제 홈피 게시판에 글 쓴지도 좀 돼서 뭘 쓸까를 고심했는데 기왕에 이만큼 써버렸으니 거기 게시판(s)에도 이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인용한 윗글 '향수'의 출처는 검색엔진 '다음'입니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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