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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에 끌려서 어렵사리 사긴 샀는데 과연 이 책 볼 수나 있을까?

 

그제는 대낮에 우두커니 집에 있으려니 자꾸만 졸음이 쏟아지는 겁니다.

그런 제 모습이 너무도 한심스럽기도 해서 잠으로 시간 죽치느니 어딘가로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아파트를 벗어났지요.

하천이 됐든 공원(공동묘지)이 됐든 무작정 가보자는 심산으로 그 방향을 타서 백m쯤 달리고 있었는데 그 직전 인사 나눴던 네거리길 모퉁이에서 붕어빵 장수하는 아는 분 얼굴의 잔상이 가시질 않습니다.

 

그분 비록 붕어빵 팔고 있어도 여러 방면으로 두루두루 발이 넓으신가 보더라고요. 그분 가까워진 까닭도 제가 아는 분을 그분이 자꾸만 안부 물어 오시기에 가까워졌던 것도 사실이었고요.

그런저런 여러 가지가 그분의 잔상과 겹치기에 더 나아가지 않고 곧바로 자전거를 돌렸답니다.

그리고는 그 옛날 한때(88년~93, 4년) 나다녔다가 잘렸던 그 직장이 있는 방향으로 회전했지요.

 

정문에 가서 노동조합 위원장한테 문자 넣었는데 곧바로 전화가 걸려와 굳이 들어와서 쉬었다가 가랍니다.

처음부터 그 무슨 볼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그냥 얼굴만 보고 가려는 심산이어서 고심 좀 하다가 전화기를 내리지 않은 채 경비실 앞에 멈춰 섰어요.

사정 이야기한 뒤 곧바로 나갈 심산이었기에 무슨 절차가 필요할까도 여겼지만, 그래도 공사는 분명해야겠기에 멈춘 거가 다소 복잡해집니다.

 

고개를 내민 경비가 제 얼굴을 못 알아보네요.

하필이면 거기 경비 경력이 제 나다녔을 때의 그 시절부터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름도 쓰고 신분증까지 맡겨놓고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기왕에 절차 그리 밟을 바에는 자전거 열쇠도 채워놓고 말이에요.

 

위원장은 공장 순회 나갔다면서 다른 분들이 마중하데요. 거기엔 노동조합 초대 임원이셨던 분도 들었습니다.

지난달 선거에서 아는 진영이 두 군데로 나와 서로 경쟁했기에 제가 어느 쪽으로도 기울일 수가 없어서 오로지 '정정당당'이 제 입장이었기에 그날의 만남 다소 민망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전혀 개의치 않고 아주 반갑게 맞아줍니다.

거기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일 보러 들렀던 어떤 노동자 그 옛날 제가 나다녔을 때도 꽤 활달했던 친구였기에 그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위원장의 만류가 있었음에도 저는 그들의 일터에서 마냥 머무를 순 없는 거였기에 그냥 돌아왔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다음, 네이버 열린 창을 들여다보다가 네이버 메인 창에서 아주 재밌는 글귀를 만났답니다.

'오늘의 책'인가 뭐였던 코너인데 '자본론'이라는 문구가 들었습니다.

저런 문구 공공의 터에서 만나면 은근히 설렜습니다.

꼭 '자본론'이 아닐지라도 '사회주의'나 '진보'라는 문구를 봤을 때도 그랬으니까요.

 

그 속을 자세히 살피니 책 선전광고더라고요.

그러잖아도 얼마 전에 돌아가신 '김수행 교수님'을 거론한 '사회주의 포럼' 어쩌고저쩌고했던 글을 얼핏 봤던 터라서 흥미가 더욱 와 닿았지요.

그래서 당장에 책을 사들일 생각마저 들었는데 이렇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즉시 사려고 했던 충동구매 욕구를 눌러버렸습니다.

 

그런데 어제로 와서 또 그 문구를 보자 이번엔 사야겠다는 욕구가 더 앞장섭니다.

하여 며칠 전 '랜섬웨어' 바이러스 탓에 몽땅 사라져버린 '즐겨찾기' 항목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답니다.

물론 아직도 미완성이지만, 그래도 인터넷 쇼핑몰부터 챙겨 나갔답니다. 가격비교까지요. 우선 급했으니까.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이 정가가 '만삼천 원'인데 할인해서 '만천칠백 원'에 내놨더라고요. 배송비도 없이 무료였고요.

 

아무리 배송비 무료라고 하지만, 집에까지 들어오려면 그래도 이틀은 걸릴 테니까 동네 서점에서 사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문단속 깔끔하게 해 놓고는 채비를 해서 자전거 몰고 나갔지요. 전부터 봐뒀던 서점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서점이 있던 자리에서 왔다 갔다 아무리 둘러봐도 그 문패가 안 보입니다. 우리 지역에선 제일 컸던 가게였었는데… 물론 그 자리 그 게가 있었다는 것만 알았지 실제론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기에 그 정확한 위치를 몰랐던 거가 저의 치명적 단점이긴 해도 분명 전엔 있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기에 휴대폰 지도 앱을 켜서 검색했네요. 역시나 제가 선 자리에 있었습니다.

 

하여 거기 검색된 정보에 전활 넣으니까 그 옛날 그 서점은 망하고 없어졌다며 대신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를 소개합니다.

그나마 그분이 소개한 곳도 눈 씻고 찾아도 안 보입니다. 다시 연락해서 물었는데 그 댁엔 주로 학생들 문구만 취급한다더군요. 괜히 찾아갔어도 허탕 치고 돌아왔을 거네요.

저는 휴대폰에 걸려들어 온 근처 다른 서점을 찾아 또 한참이나 헤맸는데 복잡한 도심 아무리 둘러도 정보란에 찍힌 자리에서 안 보입니다.

그래서 안달복달했는데 그나마 마지막 코스가 비교적 한산한 큰길 도로변에 있다고 그 위치 정보 들었습니다.

 

드디어 찾아갔더니 제 기대 충분할 만큼 규모가 있더라고요. 소장한 책들도 꽤 됐었고요.

자전거 세워놓고 안에 들어가서는 막상 막막하데요.

'이 많은 책 중 그놈이 어디에 있을까?'

대번에 집에서 안경을 못 가져온 것이 후회됩니다.

아버님 누워 계시는 '시립 묘원' 찾을 때나 하루살이들이 눈에 박히기에 안경 필요한 줄만 알았지 서점에서 책 찾을 때 제 시력(양안 모두 마이너스)이 견디지 못한 건 상상도 못 했거든요.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찾아보려고 쭈그려 앉을 듯이 굽혀도 보고 까치발 들어서도 보고…

그러는 과정에 등이 삐끗한 걸 느꼈습니다. 섬뜩하면서 무척 아픕니다. 이런 경험 처음입니다.

걸핏하면 허리가 삐끗했던 적은 있었지만, 등이 삐끗했던 경험은 도저히 모르겠거든요.

 

등 쪽이 아프기도 하고 그놈이 눈에 띄지도 않으니 이제는 더는 안 되겠다 싶기에 계산대 쪽 안내원들 곁으로 갔습니다.

'저기요, 사회과학 쪽 서점 코너가 어디쯤 있나요?'

'네. 이쪽으로 와 보세요! 그런 건 워낙 수효가 작아서…'

제가 아까 찾아 헤매면서 봤던 '브람스'가 놓였던 자리도 아닌데 그 근방에서도 그건 얼른 못 찾겠습니다.

'혹시 여기 뭐 검색하는 그런 것 없을까요?'

'네 저쪽에 컴퓨터…'

 

아이고 세상에 그런 것 있었다면 그 고생 안 했어도 됐을 것을…

드디어 찾았습니다. 달랑 두 권뿐이데요. 그런데 그것도 맨 처음이라서 그랬는지 매대 위치를 못 잡아서 한참이나 걸려 한번을 되물어서 발견했지요.

진짜로 달랑 두 권만 꽂혔더라고요.

 

계산대에 들고 와서 치르는데 솔직히 조금 서운합니다.

정가 만삼천 원 나온 것 십 원짜리 하나 빼지 않고 다 받았으니까…

 

비닐봉지 필요하냐고 묻기에 있으면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더니 담아 줍니다.

 

자전거 핸들에 달린 '안전 거치대(?)'에 비닐봉지 꽂아서 돌아오면서 생각보다 조금 더 들어서 서운했던 거 잊기로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젊은이도 아니고 연세 걸쭉했던 분(김수행 교수님)이 그 험난한 길 큰 업적 세웠다는 게 너무도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올여름 아직은 그래도 우리 시대로는 창창한 연배셨는데 홀연히 가셨다는 것 추모하는 마음에서도 서운한 맘 든 것 자체가 죄스럽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부디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고이 가소서! 저 평화로운 땅에 평안하게 영면하소서!!!

 

~ 김수행 교수님을 추모하며 - 01 ~

 

 

~ 김수행 교수님을 추모하며 - 02 ~

 

 

~ 김수행 교수님을 추모하며 - 03 ~

 

 

아~ 이렇게도 어렵사리 가져온 책인데 정작 제 몸이 읽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시력이 복시(다초점)인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일반 사물을 구별하기도 어려운데 모니터도 아닌 물리적인 책장을 넘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실 겁니다.

눈에 띄는 모든 거가 겹쳐 있다면… 안경 끼고서 걸어보면 마치 허공에 내딛는 느낌 들거든요. 너무나도 어지러워요.

그래도 읽어 보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읽어 보겠습니다.

글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방금 읽었던 거 돌아서면 잊어버리니까. 일고 있으면서도 어느 부분을 지나는지 잊어버리니까…

 

그래도 읽어 보겠습니다. 저세상 가신 그분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희망을 저버린 저 자신을 질책하기 위해서라도…

다만, 다 읽으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 날짜 들 것 같네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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