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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15 어이쿠! 자전거 잃어버린 줄 알고 식겁했네~ 1

어이쿠! 자전거 잃어버린 줄 알고 식겁했네~

 

오늘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래층에 내려다 둔 자전거 생각이 났습니다.

'자전거가 잘 있을까? 잘 있겠지. 설마하니 없어졌기에 했으려고…'

그게 잘 있을지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경비실 옆으로 난 자전거 거치대에 내려다 둔 지가 아마도 대략 열흘쯤 지났을는지도 모르겠네요.

더 됐을지도 모르지만, 거기 세워두기만 했지 도통 확인했던 적이 없었으니까 살짝 불안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게 처음부터 제 것도 아니었는데 아래층에서 오래전 어느 날 이사 나가면서 주고 간 것이라서 또 한편으론 애초부터 제 자전거가 따로 있었기에 관심이 덜 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관리사무실에서 어찌나 보채던지 내려놓으면서 만에 하나 잃어버리더라도 서운하게 생각지 말자며 다짐까지 했었던 거였거든요.

그러함에도 막상 확인해 보려니까 은근히 걱정되기도 하는 겁니다.

 

어쨌든 확인하자고 다짐한 마당이니 단출하긴 해도 안방에서의 침대패션이 아닌 운동복패션으로 갈아타고서 현관문 열고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지요.

옆집과 우리 집 문앞에는 늘 그렇듯이 오늘도 양쪽으로 광고지들이 흩날립니다.

엘리베이터 누른 뒤 그 모두를 주워들었는데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계단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퍼뜩 스치는 겁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올라와 서든 말든 계단을 타고 내려갔답니다.

 

문밖을 나서기 전에 들었던 묘한 생각 하나가 더 있었는데 그게 뭔고 하면 '자전거인증사진'였었거든요.

그래서 주머니에는 자전거 열쇠와 더불어 휴대폰도 든 채로 내려갔었거든요.

 

아파트 마당으로 나갔더니 공기가 무척 상쾌합니다.

쓰레기 분리함이 있는 쓰레기장에 가져온 것 같다가 버리고는 이내 자전거 거치대로 향했답니다.

그리 오랜 세월도 아닌데 제가 뒀던 자리에 묶인 자전거가 제 것인지 아닌지 그거에서부터 헷갈립니다.

어쨌든지 그 자리에 뒀던 자전거 자물쇠에 가져간 열쇠를 꽂아봤지요.

 

그런데 안 들어갑니다. 열쇠가 안 들어갑니다.

'이거 뭐야! 왜 이래???'

덜컥 겁이 났어요.

좀 전까지의 상쾌했던 기분·인증사진 박으려던 느긋한 환상 그 모든 게 순식간에 날아가지 뭡니까?

'아니야. 설마하니 또 훔쳐갔겠어?'

예전에도 그와 똑같은 상황에서 누군가가 가져가 버렸었는데 또 없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처음엔 그 떨리는 심경 무척 컸었거든요.

일순간 그렇게 흥분했으면서도 그것 자전거 내렸을 때를 되돌아보니 한 가닥 희망이 올라왔지요.

당시에도 자물쇠가 안 열렸었는데 그것 열쇠 구멍에 윤활유를 살짝 뿌린 뒤 집안에 있었던 또 다른 열쇠를 꽂았더니 순식간에 풀렸었던 기억이 났던 겁니다.

 

'인제 그것 잃어버려도 무방하다는 생각' 정도는 상상도 못 하겠고요, 한 가닥 그 희망에 의지한 채 발길을 돌려 다시 아파트에 들어왔답니다.

그리고는 윤활유와 더불어 집안에 있는 나머지 열쇠도 가지고 내려갔지요.

내려가서는 자물쇠에 윤활유 좀 뿌리고는 열쇠를 꽂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안 열립니다.

그럼에도 진짜 희망이었던 다른 열쇠를 집어넣었지요.

그 희망 그 기대 져버리지 않고 요번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부드럽게 바로 꽂히는 겁니다.

 

기뻤습니다.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무작정 올라왔는데 그쯤에서 인증사진이 떠올랐어요.

기분도 좋아졌겠다. 이번에 내려갈 때는 뭔가 더욱 유의미한 보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거실에 놓인 쓰레기 상자(골판지상자)를 치켜들었지요.

기분에 취한 나머지 덥석 들고 나오긴 했어도 그것 만만하게 볼 게 아니더라고요.

맨몸으로도 걸음걸이가 서툰 판국인데 커다란 골판지상자가 눈앞을 가리니 왼 고개 쪽으로 두었다가 오른 고개 쪽에 두었다가 마침내 1층에 내려서서는 하마터면 허리까지 삐끗할 뻔했었답니다.

 

그래도 매우 매우 기분 좋은 엄청나게 흐뭇한 오늘이니까…

자전거 인증사진도 박아 들고는 어린애처럼 짜릿한 맘으로 올라왔지요.

 

대신 아파트 현관 열고서 거실에 들어섰을 때쯤 되니까 종아리가 살짝 끈적입니다.

맨 처음 거의 맨몸으로 내려갔을 때도 부랴부랴 올라올 때도 골판지상자 들고 갈 때도 합쳐서 여섯 번이나 다급하게 계단 타고 오르내렸으니 식은땀이라도 안 베이고 배겼겠나요?

 

좀 전엔 이 글 쓰려다 보니까 열쇠 사진도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해서 그 사진도 한 장 더 박고 세수도 하고 여기 앉았네요.

 

지금은 가장 간편한(최소한) 차림이어서 그런지 종아리가 글쎄 싸늘하기까지 하네요.

 

이 중에 한 놈이 제 자전거고요.

Bicycle-01

1

 

열쇠가 하나 더 있는 까닭은 예전에 잃어버린 자전거에 붙은 자물쇠에 딸린 열쇠입니다.

Bicycl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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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앗싸! 나는 대한민국 소시민이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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