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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30 아이고~ 조용한 곳에 가서 바람 좀 쐬고 오랬었는데…

아이고~ 조용한 곳에 가서 바람 좀 쐬고 오랬었는데…

 

참 오래간만에 시간이 좀 나서 한가로웠습니다.

뭘 할까 궁리하다가 이런 날엔 자전거 끌고 나가 바람이나 좀 쐬고 오는 게 최고일 것 같더라고요.

 

오랜만에 시간이 났으니 자전거 끌었던 날도 그만큼 오랜만이었거든요.

하여 평소 챙겼던 안전용구의 안전 가방에 튜브에 바람 넣는 펌프를 하나 더 올렸지요.

멀리 갈 것도 없이 가까운 곳 어디 아늑한 자리 찾아가 거기서 노닐면서 간식도 들고 자전거 바람도 넣어올 계산 짰답니다.

 

아파트를 찾아가려고 했던 차도에 들어섰는데 살짝 스산한 기운에 싸라기눈까지 내립니다.

더없이 좋았어요. 땀 식혀주고 그 호흡 알맞게 내쉬기엔 정말이지 딱 좋은 날씨였어요.

 

기분이 좋았습니다.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멀리도 아니고 집에서 사 오백 미터 거리의 넓은 길을 달리던 중인데 차도를 벗어나 길 안쪽으로 제법 멋진 풍경이 보입니다.

그리고 거기 후문쯤 되는 길 입구 팻말에는 '생태공원 어쩌고저쩌고' 써진 것도 같았거든요.

 

오늘의 목적지 이곳이구나 싶었지요. 잽싸게 핸들 꺾고는 그곳으로 향했지요.

한데, 그 순간부터 곧바로 행복 끝 고생 시작이 돼버리데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때부터 자전거가 엄청나게 무거워졌거든요.

그래도 그나마 다단의 기어 자전거기에 기어 단수 가장 낮은 곳에 맞춰서 나아가려는데 금방이라도 멈추거나 미끄러져서 넘어질 듯 몹시 위태로웠답니다.

 

겨우 정자 있는 곳에 들어가서 기념으로 사진 한 장을 박기는 했는데 이곳이 애초 생각했던 그런 아늑한 장소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지요.

그래서 들어가자마자 나올 궁리부터 먼저 해 버렸네요.

 

우리 집에 왜왔니 왜왔니? - 01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왔던 길로 나갈 게 아니라 좀 더 멀리 가로지르며 나가고 싶었습니다.

거기까진 그래도 고생 덜했으니까 달콤한 꿈이었어요.

 

막상 나가려고 올라탔는데…

쌓였던 눈이 녹아서 물 흥건한 잔디 길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을 겁니다.

진짜 고역이었던 곳은 비포장 흙길이 진흙탕 범벅된 길이었습니다.

거기 진흙탕 너무도 지저분해서 멈춰 설 수도 없고 자전거 바퀴가 돌기라도 잘하나…

그 마지막 고행길 벗어나려면 겨우 5m 남짓 남았던 지점에서 끝내는 더 돌리지 못하고 내려서야 했답니다.

달리 도리가 없었으니까 내려서서 끌고 나왔습니다.

 

고행길 다 나와서 드디어 자전거 그 모양새 살폈더니 자전거 바퀴 난리가 났습니다.

온통 진흙으로 범벅이네요. 다시 물기 흥건한 잔디밭 고랑으로 끌고 갈 수도 없었고요.

그런 상황인데 차도가 아닌 자전거길 옆으로 난 인도에는 온통 작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으로 깔렸더라고요.

저런 길을 달리면 자전거에 붙은 흙덩이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천천히 그 길 달려 나오는데 드디어 팻말이 아닌 커다란 안내패널을 보게 됩니다.

인제 보니까 거기가 '생태공원'이 아니라 '생태광장'였었군요.

우리 집에 왜왔니 왜왔니? - 02

 

울퉁불퉁 보도블록의 자전거 산책을 마치고서 작은 골목길에 선 뒤 자전거 세우고 바퀴를 봤더니 신기하리만치 진흙탕 깨끗이 날아갔네요.

기뻤습니다. 진흙탕에서의 그 자전거가 오히려 세차라도 한 거처럼 깨끗해졌습니다.

그러나 아늑한 자리 앉아서 한가로이 즐기려던 간식(감귤 몇 개에 알사탕 서너 알까지) 꺼내 보지도 못하고 컴퓨터 앞에서 털어내면서 보니까 제 윗도리며 아랫도리 완전 난리가 났더라고요.

위아래 차림 그 모두가 온통 진흙탕 범벅이었지요.

 

우리 집에 왜왔니 왜왔니? - 03

 

처음엔 외투로 입었던 것과 바지만 벗어서 빨 생각이었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세탁기 돌리기엔 그 크기 너무도 미미하잖습니까?

해서 윗도리가 됐던 아랫도리가 됐던 간에 입었던 옷 그 모두를 한데 모아서 세탁기 속에 넣고 돌려버렸지요.

 

세탁 시간을 너무 짧게 잡아서 그랬을까요?

탈수까지 마쳐서 꺼냈는데 글쎄 윗도리 외투 겉으론 아직 덜 풀린 세제가 묻었습니다.

누가 볼세라 함께 빨았던 양말 쪽 하나 꺼내서는 거기 보기 싫게 묻은 자리 뽀득뽀득 빡빡 문질러서 지웠습니다.

지웠다기보단 급한 김에 그 불편한 자리 가렸다고나 하겠습니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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