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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프린트할 일이 생겼는데 잘 안 나온다면 카트리지를 뽑아서 한번 들여다보자!

 

백수 주제에 텔레비전 볼일이 부쩍 잦습니다.

한데, 기억 장애 탓이겠지만, 프로그램 편성이 언제 어디서 어떤 걸 하는지 정확히 기억하질 못하니까 웹 문서(한 줄 메모장)나 그 핵심 시간대를 프린트해 놓고서 그것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모자란 부분 보완해 왔었죠.

 

얼마 전에도 드라마 끝나거나 바뀐 지도 꽤 됐었기에 그것 새로 뽑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메모장에 필요한 내용 복사하고는 프린터를 눌렀지요. 희끄무레하게 뭔가가 찍혔는데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네요.

해서 얼른 다시 뽑으려 했답니다. 그런데 이번엔 들어간 종이가 안 나옵니다. 계속해서 반복하여 뭔가를 찍은 것 같은데 종이가 안 나오니 이거 원^

하는 수 없이 중지하고서 종이를 빼봤지요. 아까는 그나마 희끄무레했던 거가 이번엔 도통 안 찍혔네요.

 

이런 황당한 상황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지요.

늘 재생 잉크만 써 오다가 몇 달 전 어느 날은 큰맘 먹고서 새 카트리지를 샀었거든요.

검정은 내버려둔 채 컬러 쪽만 샀기에 그거가 혹시 다 됐을 거로도 생각해봤지요.

 

일단은 그놈 카트리지를 프린터 쪽 홀더에서 빼낸 뒤 잉크 들어갈 구멍이 있을 법한 자리 상표 껍질을 벗겨봤어요.

그런데 구멍이 안 보입니다. 그때 정말 놀랐지요. 얼른 송곳을 가져와서 진짜로 구멍이 있을 만한 곳 조심스럽게 눌러봤네요.

그랬더니 어느 곳에서 딱딱하지 않고 뭔가 무른 느낌이 잡힙니다.

그제야 안심하고서 손톱에 힘주어 아까 팩 벗겼던 자리 모서릴 슬슬 긁어보니까 얇은 막이 하나 잡히데요.

그놈 벗겨내니까 새로 사서 이제는 고물이 된 재생 카트리지의 본 모습이 드러났지요.

 

그것 카트리지 사면서 함께 사들였던 재생 잉크로 이젠 채울 만도 했건만, 예전에 썼던 잉크가 아직도 쪼끔 남았습니다.

해서 주사기에 절반이 조금 넘게끔 푸짐하게 따르고는 같이 빼낸 검정 카트리지와 더불어 각각의 잉크(빨강, 노랑, 파랑, 검정)를 채웠답니다.

 

대충 감은 잡았지만 컬러 쪽을 넣던 중 한쪽에서 넘쳐버리데요. 즉시 멈추고서 다른 색상을 밀어 넣었는데 그쪽도 금세 넘칩니다.

나머지 주사기 하나를 쭉 밀어서 다 채우고는 컬러 카트리지에 박은 주사기 세 개를 몽땅 빼버렸습니다.

예전엔 그것 새 나온 색깔 끝까지 다 채우려고 엄청나게 기다렸었는데 끝내는 들어가지도 않고 밑으로 다 빠져버린다는 걸 나중에야 확인하고는 사방팔방에 잉크만 흘리고 다녔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엔 그 짓거리 번복하지 않고 즉시 중지했던 겁니다.

 

그전에 단독으로 꽂은 검정 카트리지 먼저 화장지 돌돌 말아서 끊은 거로 아래쪽 받치고는 쥐불놀이하듯 크게 돌려서 그 잉크 확인하고는(원심력을 이용해 잉크가 배출구에 와 닿게끔 휘돌렸던 것) 프린터의 카트리지 홀더에 박았답니다. 그런 뒤 컬러 쪽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한 뒤 박아 버렸죠.

 

그리고는 크게 기대하고서 빼려던 것 프린터 해 봤는데 역시나 헤드가 때리는 소리만 들렸지 종이가 안 나옵니다.

부랴부랴 컴퓨터에 모아 뒀던 다른 그림을 꺼내 놓고는 그걸 찍어 봤네요. 그런데 그건 또 찍히고 종이 배출까지 되데요.

'뭐 이런 고얀 거가 다 있을까…'

 

머리통 굴리고 굴리다가 제어판에서 프린터를 찾아 '테스트 페이지 인쇄'를 눌러봅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역시 뭔가를 계속해서 찍고 있는데 종이를 배출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중지하고서 종이를 빼서 보니 그것 테스트 종이 처음은 찍혔더라고요.

그 순간 머릿속에서는 '혹시 잉크가?' 하며 잉크 쪽에 의심이 가는 겁니다. 즉시 '컬러 인쇄'가 아닌 '그레이스케일로 인쇄(검정 잉크만)를 선택하고서 뽑아 봅니다.

예상한 대로 역시 이번에 아무것도 안 찍힌 겁니다.

아무래도 검정 카트리지에 문제가 있겠다 싶어서 아까 확인했던 것 잊어먹고서 다시 뒤통수에 주사기 대고서 뽑아봤지요. 그랬더니 세상에 멀쩡하게 잉크가 빨려 나오지 뭡니까?

'뭐야! 이런 거게 아닌데…'

 

그쯤에서 카트리지와 프린터의 기판 닿는 부분에 의심이 든 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린터 홀더 쪽(①)이나 카트리지 쪽(②)이나 모두 기판이 있어 서로 맞닿잖아요?

~ 인쇄의 힘 - 01 ~

 

지금은 닦아버려서 말끔하지만, 그러기 전에는 뭐(잉크 찌꺼기 혹은 털 먼지)가 묻었던지 꺼뭇꺼뭇했었거든요.

카트리지 기판 화장지 세 묶음 정도 끊어서 돌돌 말아 뭉치고는 정성 들여서 닦아냈지요.

~ 인쇄의 힘 - 02 ~

 

문제는 프린터 쪽 기판이 닿는 부분이었습니다. 워낙 깊숙한 곳에 있어서 손가락이 잘 안 들어가는 겁니다.

카트리지 닦을 때 썼던 화장지 재활용하려다가 아예 새로이 잘라서 뭉치고는 손가락 끝에 걸러 조심스럽게 닦아(차라리 쑤셨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봤습니다.

거기서도 기대했던 대로 거무튀튀한 것들이 묻어납니다. 얼른 카트리지 다 꽂고는 '테스트 페이지'를 찍어봅니다.

드디어 종이가 나왔습니다. 종이를 보니 분명히 다 찍은 것 같더라고요. 여태 썼던 그 모든 종이 이미 써버린 이면지로 실험했기에 겹치고 겹쳐서 그 정확한 내용 분별하기고 어려웠지만, 분명 찍힌 건 찍힌 거 같았습니다.

 

이제는 됐다 싶으니까 마침내 새 종이를 대고는 애초에 뽑으려고 했던 것 메모장에서 불러와서 찍어봅니다.

드디어 찍혔어요. 그토록 바랐던 거 드디어 찍힌 거지요.

 

~ 인쇄의 힘 - 03 ~

 

요번에 프린터에서 진짜 새로운 걸 깨닫습니다. 안 될 때는 무조건 잉크만 살필 것이 아니라 카트리지며 카트리지 홀더의 기판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러고 보면 경험이 제겐 소중한 자산 되었군요. 고맙습니다. 경험 씨~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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