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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설문조사에서 내가 지지하는 거기를 기타로 취급했을 때

 

전화벨이 어찌나 울어대던지 살며시 수화기를 들었는데 '여기는 어쩌고저쩌고 설문조사 어쩌고저쩌고'했습니다.

'콱! 뭐 이런 씨파클!!!'하면서 내던졌던 게 여태까지의 그따위 전화설문에 대한 제 태도였었건만, 용케도 요번엔 다 듣고서 일일이 응대해 주었지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고요, 이미 그런 설문에 제 의견을 정확히 표현했었기에 더 듣고 싶은 맘이 없어서 그런 식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저절로 나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요번엔 수화기를 들리는 귀에 가까지 들이대지 않고서 살짝 떼어서 들었거든요.

효과가 있었습니다. 요거와는 별개겠지만, 제가 인터넷 방송을 보다가 보기 싫은 광고를 만났을 때는 무작정 회피하지 않은 채 그것 소리 쪽이라도 왕창 줄여놓고 대하면 거부반응이 사라지는 걸 느꼈기에 혹시 전화에서도 그 비슷한 방식이 없을까를 실험해 보려는 맘이 그 짧은 시간에 들었던 겁니다.

정말이지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었지만, 이전의 히스테리 급의 거부반응이 수그러들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끝까지 응했던 거였거든요.

 

설문조사 중 수화기 저편에서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너무도 뻔히 보이데요.

그 정당이나 후보 지지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기왕에 시작한 것 끝까지 해보려고 꾹 눌러서 참았습니다.

 

그런데 요따위 전화 설문에서 제가 들었던 설문 중 가장 듣기 싫었고 역겨웠던 부분이 요번에도 여지없이 흘러나오더군요.

설문 항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기타정당이나 지지하는 후보가 없을 때'를 나불거리는 겁니다.

 

그건 너무도 비열합니다.

자기들 입맛에 들어맞는 소리 듣고 싶어서 다른 후보나 다른 정당을 깔아뭉개는 걸 넘어서 이는 분명히 설문을 대하는 저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의견 표출에 대한 악의적 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정말 정말 듣는 기분 더럽습니다.

 

시장경제 이런 식의 민주주의가 과연 정당한 민주주의인지 환멸이 몰려오지요.

 

그따위 환멸이란 개념이 없을 때부터도 사실 어지간하면 투표해 왔었거든요.

그 옛날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88년도)는 대구에 살았기에 '유성환(兪成煥)'씨를 지지했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건 없지만, 사람이 우선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다음이 정당이었고요.

그분을 빼고는 그 선거구에서 다른 분은 보이지도 않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후보를 '기타'로 취급하진 않았거든요.

 

요번에도 얼마 전까진 최소한 그랬었어요.

적어도 전화 설문에서 기타란 소리 귀에 박히게 듣기 전까진 말입니다.

제 머리에도 지금 '기타정당·기타후보'라는 추잡한 이미지가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그 때문에 전화 설문이 그렇게도 싫어졌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정당 이름도 잘 몰라서 지금 네이버에서 한참이나 찾았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천정배'를 찍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올 수도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대구에서 그 일이 있고는 난생처음으로 기권할까도 생각해 봤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우연히 만난 친구놈 이야기론 제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그 정당에서 후보를 냈다 합니다.

'옳거니 됐다! 하마터면 기권해서 내 표 죽을 뻔했는데 그것참 잘됐구나~'

 

제발 덕분에 전화 설문이 됐든 어떤 설문이 됐든 분명하게 후보자가 존재한다면 거기를 기타 취급하진 말아 주십시오!

후보자 열 명이면 열 명 모두를 정당이 백 개이면 그 백 개 정당 모두를 다 기술하고 물어주십시오!

 

그곳에도 분명히 지지하는 유권자가 있기 마련이며 설혹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출마자의 인권을 보호해 주십시오!

 

저도 제 대가리에 들어찬 불순한 이미지 확 걷어치울 테니까 설문으로 뭔가를 얻고자 하는 당신들도 최소한 그 정도 예의는 갖춰주십시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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