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창 전체 방문자 수 → 홈페이지 오늘 방문자 수 → 방문통계 어제 방문자 수 →

'지율스님-모래가_흐르는_강'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2.27 고장난 선풍기

고장난 선풍기

짙은 녹색 2014. 2. 27. 16:26

◐ 고장난 선풍기 ◑

 

선풍기가 고장 나면 먼저 스스로 고쳐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수리점에 맡깁니다. 기술자가

이리저리 만져보지만, 딱히 답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 선풍기는 고물이 되고 맙니다.

고물이 된 선풍기 앞에서 어떻게 하는 게 옳을까요?

방법은 하나.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운 선풍기를 장만해야 합니다.

쓸모 없다 생각되면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생각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 김현태 <내 마음 들었다 놨다> -

 

 

오래 고민한다고 모든 문제의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는 그냥 받아들여야 합니다.

해결되지 못한 무수한 고민들이

무거운 짐이 되어 내 삶을 짓누르지 않도록,

어떻게든 생각의 짐을 줄이고 가볍게 해야 합니다.

 

 

------------------------------------------------------------

 

 

어저께였어요.

네이버도 열고 다음도 열리는데 다음의 메인 창에 '지율스님 - 모래가 흐르는 강'이라는 글귀가 떴더라고요.

'저 양반 노무현 정권 때 천성산 단식투쟁 벌였던 분이 아니야!'

그렇게 뇌이면서 그게 무슨 뜻인지 궁금해지더라고요.

해서 그 정보를 따라 쭉 나아갔는데 그것이 4대강 사업하고 관련한 자연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였다는 걸 알았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료로 보급한다는 정보도 확인했었고요.

무료가 아니라 유료라고 하더라도 사보려고 했었거든요.

아주 오래전 일인데 '동막골' 뭔가를 사서 본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비싸지도 않더라고요.

그런데 요거 무료라는 것이 아무리 내려받으려고 해도 내려받을 수가 없는 겁니다.

다음에서도 안 되고 네이버에서도 안 되고…

어제는 도저히 안 되니까 결국 포기하고 말았지요.

날이 새자 오늘은 컴퓨터 환경이 좀 좋아졌겠거니 싶어서 또다시 시도해 봤답니다.

인터넷 옵션에서 모든 보안을 가장 낮은 순으로 내려보아도, 또 '프로세스 클리너'를 써서 프로세스를 모두 죽여 보아도 역시나 내려받을 수 없는 겁니다.

그렇게 안 되는 건 좀 더 일찍이 포기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Country-01

 

포기하기 직전이었는데 그러다가 문득 어머니랑 가볍게 실랑이했던 거가 떠오르데요.

그것이 뭔고 하니 지금부터 대략 삼십여 년 전의 이야깁니다.

그 당시 아주 어렸을 적부터 양부모님이 모두 떠나간 고아 처지였던 그런 분이 있었는데 우리 집안의 맏이였던 저의 사촌 형님이야깁니다.

 

저희가 그 이전(70년대)에는 그 형님이 얹혀살던 또 다른 형제네와 함께 세 가구가 나란히 산중에 살았답니다.

그러다가 70년대를 지나오면서 그 산중에 함께 살았던 이웃들이 모두 떠나 더 큰 마을로 각기 비슷비슷한 시기에 떠나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 시기에 고아였던 형님만 따로 어디로 가지 않고 산중에 남게 되었거든요.

 

혼자 남아서 살려면 집이 있어야 했지 않았겠어요?

이전에 살던 집은 텅텅 비었고 너무도 낡았기에 다 허물어져서 사람이 살만한 처지가 아니었을 겁니다.

그 시절 제 나이도 10대의 초반이었기에 제 기억도 가물거립니다.

 

그런데 형님은 거기 우리가 살았던 산자락에서 살지 않고 산 하나를 넘어 건너편 산자락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거든요.

그러면서 염소를 키웠답니다.

아침이면 산속에 풀어주고 저녁이면 우리로 몰고 들어오는 그야말로 자연방목 그대로였던 사육방식이었지요.

 

'그 어린 나이에 산속에서 홀로 집 짓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어린 나이에 산속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오늘 아침 어머니와 무심코 나눴던 이야기에 형님을 들먹이게 되었답니다.

그러면서 형님이 맨 처음 지었던 집이 산너머 그곳이 아니고 예전에 우리가 살았던 집 바로 앞 개울 너머라고 제가 우겼거든요.

제 기억으로는 분명히 거기 개울 너머에 지붕은 올리지 않았지만, 돌과 흙으로 버무려 쌓아올린 토담이 둘렀었고요, 아궁이에 봉창까지 난 집터가 있었거든요.

그 기억을 말했더니 어머니께선 그런 것이 없었다며 극구 우기십니다.

 

그까짓 거 따져봐야 남는 장사도 아닐 테니 나중에 말하자 해놓고는 다른 일을 보았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난데없이 떠올랐던 거였지요.

'어디 구글 지도에서 한 번 찾아가 볼까?'

구글에서 지도를 펼쳤는데 그 선명도가 예전에 봤던 '다음 지도'와 별 차이가 안 나더군요.

마침 아주 오래전에 설치하기도 했던 '구글 어스'가 떠올랐어요.

 

얼른 검색해서 설치하려는데 예전과 달리 꽤 복잡하더라고요.

액티브엑스인지 뭔지를 복잡하게 나열하더니 나중엔 익스플로러 창이 여러 개나 동시에 나타납니다.

'이거 뭐야! 이거 악성코드 아니야!!!'

하필이면 그 순간 네이버나 다음에서 영화 받으려고 별의별 코드를 다 깔아봤으며 그도 안 되니까 백신 탓에 그러려니 싶었기에 백신마저 죽여놓은 상태에 구글 어스를 깔았던 겁니다.

 

'11번가', '옥션' 이따위 쇼핑몰이 바탕화면이고 즐겨 찾기에 수두룩하게 깔린다면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바이러스가 맞잖아요?

'아이고 젠장~ 잘못 걸렸다! 포맷하고 다시 설치해야 하겠군!!!'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기왕에 버린 몸 그 옛날의 시골집이나 찾아가 보자!'

그렇게 해서 '구글 어스'로 그 옛날 그 자리를 더듬었지만, 산전 벽해가 따로 없더군요.

완전히 변했습니다.

구불구불 손수레나 겨우 다녔던 그 농로가 트럭도 들어갈 만치 넓어지질 않았나 늘 물소리 낭랑해서 마을 이름이 강동(江東)이었던 그 계곡엔 커다란 저수지가 들어차 버렸네요.

뭔가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 잡으려 했건만, 그건 너무도 허무맹랑한 꿈에 불과한 거였네요.

Country-02

 

그런데 그건 그렇고 뭔가가 좀 이상했습니다.

엄청나게 많을 걸로 여겼던 그 바이러스성 즐겨찾기가 열 개도 안 되는 거예요.

또 구글 어스를 보기 위하여 창 한 개만 남기고 모두를 닫았을 때도 처음에 '11번가'만이 유일하게 두세 번 새 창을 내밀었지 나머지 창들은 그냥 닫히는 겁니다.

'이거 어쩌면 윈도 포맷하지 않고 그대로 써도 되겠다.'

일단은 바탕화면에 나와 있는 즐겨찾기 링크들을 몽땅 지웠답니다.

그리고 'IE'의 즐겨찾기 목록에 들어선 놈도 모두 지워버렸죠.

그러면서 백신을 다시 꺼내서 검사했더니 너무 많아서 세 보지는 않았지만, 그 치료하는 시간대로만 봐서도 족히 수백 개는 찾아낸 듯이 보이더라고요.

거기까지 마치자 이번엔 'CCleaner'를 써서 컴퓨터 정리에서부터 좀 전에 자동으로 설치됐던 거 모두 지워버렸고요, 다시 정리하고는 레지스트리 문제 탐색해서 그것까지 정리하고는 윈도를 다시 켰답니다.

그렇게 해야 그것들이 치료됐는지 아니면 악성이어서 재발하는지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다시 켜지고 나서 컴퓨터를 둘러봤는데 아무런 증세도 보이지 않습니다.

다행이지요. 정말 다행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지율스님의 '모래가 흐르는 강' 그거 굳이 보지 않아도 다 본 것도 같습니다.

그것 찾으면서 화면 여러 장면이 차근차근 나오는 걸 그림으로 봤으니까 말입니다.

 

저는 어쩌면 오늘 아침이 저녁 시간대나 되어야 가능할 거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배가 좀 고프기도 한데 어쨌든 기왕에 시작한 거 모두를 다 올리고서 먹을 생각입니다.

라면 하나 끓여서 오래된 떡국도 한 줌 집어넣고 식은밥 남은 것 있으면 그것도 두어 숟가락 뜬 담에 김치에 우두둑…

어휴^ 우르르 짭짭…

 

 

Posted by 류중근
,